장하준 캠브리지대 경제학 교수가 한국 경제를 대위기로 진단한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 후,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눠지더군요. "그래 맞아, 문재앙 때문에 나라 곧 망한다. 대표적 좌파 경제학자가 이런 말을 할 지경이니, 에휴". 또 다른 편에서는 "영국 경제 한국보다 더 폭망이다" 이런 소리를 합니다.
현 정부 수장에게 저도 '문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과학, 기술, 교육, 경제 정책 모두가 이벤트성이며 무능하기 그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캠브리지 어느 컬리지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장하준의 비판은 전형적인 '기생충 학자의 개소리'로 치부합니다. 왜냐?
경제 불황기, 호황기가 20-21세기 반복되면서 '실물', '실제' '현실'을 '위기'와 연관시키는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사람들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실물', '실제', '현실'은 경제 호황기 때에는 그저 특정 정부의 자기옹호론에 사용될 뿐, 다수 국민은 그런 용어들에 크게 동감하지 않습니다. 사실 경제 호황기, 불황기도 뚜렷하게 구분되기 보다는 몇 년 주기 단위로 요동을 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우리 모두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관점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이와 함께 '실물', '실제' '현실'을 '위기'와 연관시키는 사고방식이 사람들 의식 속에 자리잡게 된 것이죠. 그리고 해결 가능한 문제들도 위기로 둔갑시키는 인물들이 사방에서 나타나는데, 심지어 그런 인물들 중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실물 경제는 금융 시스템과 무관하게 생산성에 국한시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분야로 정착했습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지금 사람들이 '실물'이라는 수식어를 이해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단순히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나 음식의 양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실 현재 주류 경제학에서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를 이분하는 사고방식은 '실물'을 그렇게 이해해도 되는 시대의 산물일 뿐, 지금 현실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당장 경제 정책은 '실물'과 맞물린다고 하는데, 이때 '실물'은 정책짜기에서 현 주류 경제학의 '실물 경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실물 경제 정책 짜기는 다음과 같은 검토 사항들을 포함합니다.
<코어>
GDP에서 처지하는 실질 가계소득분은 얼마이며, 그 가계소득분을 상향시킬 필요는?
가계 소득분을 상향시켜야 한다고 할 때, 우리 경제 구조의 현실적 제약은?
실업 급여 대상은 어떻게 정하며 얼마를 실업 급여로 책정해야 하는가?
<링크>
향후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 기술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들은?
현 정부에 대한 다수 국민의 기대치는?
위에서 열거한 검토 사항들은 실물 경제 정책 짜기에서 일부에 불과할 뿐입니다. 주류 경제학의 실물 경제 정의에 따르면, <코어>의 검토 사항들만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실제 실물 경제 정책 짜기에서 <링크>의 검토 사항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현대적 정책에서 교육, 경제, 외교 등은 링크들에 의해 연결망을 이루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실물 경제 정책 짜기에서 다양한 지식들의 거래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정책을 펼치는 정부는 현재 지구 상 그 어느 곳에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책에 대한 얘기는 더 길어지면 글이 논문처럼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접겠습니다. 다만 '정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를 포함한 개돼지들, 즉 시민들도 한 번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관련 글을 대충 써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듬어서 올리죠.
실물 경제 정책 짜기 과정은 단순히 양적으로 평가될 수 없습니다. 정책 짜기에 필요한 검토 사항들의 우선 순위를 고르고 필요한 지식들의 거래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는 질적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정책의 효과는 주로 양적 평가에 국한해 이루어집니다. GDP,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 소득분, 지니계수, 실업률 등 말이죠. GDP,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 소득분, 지니계수, 실업률 등 수치에 근거한 양적 평가가 얼마나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예 금융 정책은 실물 경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런 수치들이 좋지 않게 나타났을 때, 실물 경제가 좋다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후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 소득분은 상승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GDP 3만불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월 200 소득으로 먹고 살아야 합니다. 더욱이 높은 주거비, 교육비를 감안하면, 실제 가처분 소득은 200보다 훨씬 아래로 떨어집니다. GDP가 높아도 복지 비용이 높으면,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득분은 일반적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복지도 만족할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 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증세에 의한 분배 정책을 시도하면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 소득분은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선 먼저 가계 소득분을 올리는 정책을 펼칠 것인가? 아니면 분배 정책과 더불어 가계 소득분을 높이는 방법은 있는가? 현 정부의 패착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또 단기간에 줄일 수 없는 자영업자들의 수, 대기업 성장에도 늘어나지 않는 고용 등 국내 경제 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 정책을 펼친 데 있습니다. 세부적 내용은 생략합니다.
장하준이 현 한국 경제를 비판하면서 한국 경제 위기론을 강조했습니다. 제가 유명인이라면 조선 일보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인데, 아무튼 그의 동생 과학철학자 장하석이 장하준을 거들며 함께 인터뷰한 기사도 있더군요. 그런 기사들을 살펴보니, 장하준의 논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1) 시장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를 놓고 구분되는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의 이분법은 실제 실물 경제 정책에 적용 불가능하다. 나는 실용주의자다.
(2) 현 경제 위기의 결정적 원인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한 데 있다.
(3) 정부는 장기적 투자에 집중하고, 기업은 상용화 가능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정부도, 현 정부도 이렇게 하지 못했다.
(4) 재벌 중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을 너무나 적대시하니, 기업 투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다.
문어, 문어벙 하면서 저도 현 정부를 비판합니다. 현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자유발정당이 다시 부활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더불어 터진당, 자유발정당은 기존의 기득권 세력 중심의 시스템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원흉으로 간주합니다. 여기에 대한 근거들은 뺄 게요. 이런 것까지 제가 시간을 낭비하면서 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하고 싶은 분은 비판하시면 그만입니다.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의 경제 정책의 이분법은 현실에서 통용될 수 없기 때문에, (1)은 그냥 넘어갑니다. 하지만 (2)-(4)는 그럴듯해 보일 뿐 제 눈에는 개소리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너무나 빈번히 벌어지는데, 이번 정권의 경우 코레일만 하더라고 사장을 포함한 13명이 문 선거 캠프 소속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2)는 오히려 정치적 측면과 연관된 것입니다. 정부도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항상 미래의 불확실성을 떠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2)에 따르면, 제대로된 정부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해 장기적 관점에서 미리미리 향후 먹거리가 될 분야에 투자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민주주주의 정부는 4-5년마다 대체되기 때문에, (2)를 주장하려면 정권 교체에도 지속성을 갖는 행정 체계가 요구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행정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해 산업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입니다. 경제적 세계화 과정과 함께 미국은 인위적으로 서비스업 산업을 강화시켰고, 그 결과 제조업 붕괴와 함께 빈부격차는 심해졌고 트럼프가 득세할 수 있었습니다. 장하준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겠죠. "나는 이미 미국 방식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예상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지! 그런 비판은 한때 좌파 진영이 주도했기 때문에, 나도 좌파로 몰렸었어." 그런데 이런 항변이 성립하려면, 정부는 항상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올바른 예측을 하는 집단이어야 합니다. 그런 정부는 현실 세계에 없습니다. 기술 변화를 장기적 관점에서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또 어느 기술이 부를 창출할지도 장기적 관점에서 쉽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술 개발의 다양성을 깨트리지 않도록 정부는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동향을 주시한다고 할 때, 그 주시는 현 시점에서는 항상 잠정적이며, 또 경우에 따라서는 수정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 변동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향후 계획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떠맡을 수 있다는 발상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현실 속에 우리는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계획은 정부의 폭보다 큰 범위로 이동시켜 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을 논하는 새로운 담론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정부의 역할이 정말 아예 없었다면, (2)는 그나마 봐주고 넘어갈 만합니다.
(2)와 관련해 (3)은 정말 터무니 없는 것입니다. 현대 산업 구조와 경제에서는 장기적인 것과 당장 상용화 가능한 것의 엄격한 구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단지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좀 더 장기적인 것과 좀 더 덜 장기적인 것, 혹은 나중에 상용화 가능한 것과 당장 상용화 가능한 것이라는 '좀 더, 좀 덜'의 구분 정도만 가능합니다. 실례 하나를 들어보죠. 하락세의 소니는 센서 기술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과거 아이보 등에 적용했던 센서 기술이 지금에 와서 커다란 득을 주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미래를 제대로 예측해 센서 기술에 장기적으로 투자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그저 기술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행정 체계입니다. 소니도 미래를 예측해 과거 센서 기술에 집중 투자했을까요? 아닙니다. 소니도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가는 장기적 투자에, 그리고 기업은 당장 상용 가능화한 것에 투자해야 한다. 얼핏보면 반박할 수 없는 것처럼보이지만 실상과 거리가 먼 이런 개소리는 과학 기술 정책에도 나타납니다. 순수한 것과 응용을 이분하고 국가는 순수 과학에, 기업은 응용 과학에 투자하라. 이런 식 투자로 과학과 기술, 그리고 경제가 발전한 곳이 있다면 보여 주세요. 없습니다. 그럼에도 왜 그런 식 투자가 당연한 것처럼 회자되게 되었을까? 막말로 세계적 석학이라는 자들 책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뭐 이런 모지리들이 있을까? 쉽게 말해, 그들의 책 내용과 실상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입니다. 국가, 실제로는 유한한 능력의 사람들로 구성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혹은 해야 하는 것은 기술 다양성 유지 정책인 것이지 계산된 산업 구조 변환 정책이 아닙니다. 정부 주도의 그런 변환 정책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며, 또 자칫하다가는 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성공한 경우도 있겠죠. 그런 경우는 주로 강대국들에서 일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강대국은 쉽게 말해 산업 구조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킬 그나마의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런 강대국입니까? 한화가 기축 통화입니까?
기술 다양성을 확보하는 체계는 없었더라도, 과거 정권들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고민해 산업 구조 변동을 시도해 왔습니다. 김대중 이후 IT 집중 투자로 그나마 10년 이상 잘 먹었죠. 최근 우리 경기가 전체적 측면에서 수출 호조에도 위축된 양상에는 현 정부의 무능도 있지만 중국 제조 25 등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들도 한 몫합니다. 기업은 상용화 가능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장하준의 인터뷰를 보면, 상용화 가능한 기술 투자는 단기 투자에 해당합니다. 이 무슨 개소리입니까? 중국 제조 25에 시달려 기업들이 5년, 10년 예상하고 몇 십조를 떼려박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술 격차라는 변수를 고려한다면, 기업들도 더 이상 당장 상용화 가능한 단기 투자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기업은 더 이상 중단기 투자를 내배려 둘 수 없고, 또 적정한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내 유보금을 지속으로 풀기도 힘듭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 실물 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들의 중장기 대규모 투자 부분은 성공해도 노동 집약적 산업 부분이 아니라서 고용 창출이 힘듭니다. 고용 창출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나는 중소기업들은 현재 선제적 투자가 힘든 상황입니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왜곡된 주가 부풀리기 정책, 개판 금융 시스템 등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깍여 돈도 빌리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 투자 대 단순 투자, 혹은 미래를 예측해 산업 구조를 미리 변화시키지 않은 것 등의 지적으로 해결 될 상황이며, 또한 그런 것의 부재로만 발생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장하준의 말대로 현재 실물 경기가 단순히 경제 불황 정도가 아니라 치명적 경제 위기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장하준은 한국 경제 비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의사이고, 한국 경제가 환자라면, 그는 "어휴 이미 늦었어, 집에 가서 조용히 죽을 때를 기다려"라고 말하는 것과 별 차이 없습니다. 산업 구조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데, 지금 정부가 장기, 단기 구분하고 장기 투자에 집중하고 블라블라하면 당장 실물 경기가 살아날까요? 아닙니다. '국가 : 기업 = 장기(산업 구조 예측) : 단기 (상용화)'라는 사항 유비는 실제 경제 및 기술 발전 역사와 거리가 멀 뿐더러 지금 현실에 적용 불가능한 것입니다. 더욱이 산업 구조 변동에 대한 예측은 잠정적인데, 그 예측을 국가가 기업보다 낫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예측에서 정부가 오히려 떨어집니다. 기업들은 그나마 살아남기 위해 경제적 변화에 대응적인 환경 구축에 적극적입니다. 반면에 정부는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간극 역시 앞서 언급한 사항 유비의 논리로는 분석될 수 없습니다.
(4)는 정말 개소리 중에 개소리입니다. 현 정부를 포함해 과거 그 어떤 정권도 대기업의 투자 심리를 억제시킨 적 없습니다. 오히려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혹은 눈에 보이도록 안보이도록 결탁해 온 것이 이 나라 정치 세력이며, 지금도 변한 것은 없습니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조 가까운 분식 회계에도 불구하고 고작 과징금 80억 지불하고 내일 주식 시장에서 부활합니다. 대기업을 망하라고 하는 정치 세력이나 경제학자, 이 나라에 없었습니다. 문제 삼은 것은 재벌 중심 기업 구조입니다. 현 정부가 그 기업 구조를 붕괴시키려고 한다고요? 정말 그렇게 한다면, 저는 현 정부 편에 들겠습니다. 현 정부는 싸우는 척만 하면서 세 확장만 할 뿐 야비한 족속이라는 점에서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어요.재벌 억지로 해체할 필요 없습니다. 제도만 공평하게 바꾸면 그만입니다. 왜 주식 의결수 조종은 하지 않을까요? 다른 나라와 달리 1-2% 주식 지분만 가지도고 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재벌들의 주식 당 의결수가 어마어마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는 그냥 나둔 채 그저 체인점 구조의 기업들과 싸움을 하는 척 하면서 재벌과의 싸움 운운하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5% 법인세 인상으로 기술 투자가 위축된다구요? 중소기업에는 해당하나, 대기업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물론 분기별 영업이익 몇 천억을 챙기는 미국 기업들과 고작 100-1000억 내외를 챙기는 한국 기업들의 상황을 면밀히 비교하지 않고, 미국 기준에 맞추어 법인세를 올리는 것의 타당성은 따져보아야 합니다. 또 상속세도 과다하여 대기업들이 부정을 저지르게 만드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금 인상으로 대기업 투자 심리가 악화되어 이것이 산업 전체로 퍼졌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입니다. 한 번 대기업들 올해 투자 현황을 보세요. 중장기, 단기 나누어 대규모 투자합니다. 중국 제조 2025의 무차별적 공세로 기술 격차가 좁아져 그럴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이런 투자가 중소기업 선제 투자나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전기값마저 특혜를 받아 성장한 곳이 재벌 중심의 이 나라 대기업인데, 어디서 (4)를 한국 경제 위기론에 갖다부칠 수 있나요. 재벌 중심 대기업 구조로 기업의 혁신 투자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문 경영인 사장, 회장이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니라나의 경우 그런 전문 경영인 사장, 회장도 다 앞에 '바지'라는 수식어 갖다부쳐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전문 경영인 사장, 회장 명칭을 단 기업이 어디에 있나요? 전문 경영인이 강조되는 것은 과거와 달리 기업의 기술 혁신 필요성 때문입니다. 그 기술 혁신을 재벌이 더 잘 한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때 과거 10년 동안 한국 산업 구조가 정체되었다면, 그 원인은 오히려 대기업의 재벌 중심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잘 나가다가 중국발 위협으로 최근 몇 년 전부터 부라부라 대규모 투자하게 된 것이죠.
장하준의 한국 경제 비판 (1)-(4) 중 1을 제외하고 (2)-(3)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것들은 그저 현 한국 경제 위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갖다부친 것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최근 문어벙 경제 자문위원회 부회장 자리를 그만둔 서강대 교수 김광두의 위기론이 더 그럴듯 합니다. 김광두는 중소기업 제조업 공장 가동률이 50%로 떨어진 것을 가지고 위기론을 거론했습니다. 이것이 더 설득력을 가집니다. 당장 하루 아침에 한국 경제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제조업 영역은 우리나라 현재 수출의 핵심인데, 여러 원인들로 제조업 영역 붕괴 조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 기업 = 장기(산업 구조 예측) : 단기 (상용화)'의 단순한 사항 논리에 근거해 한국 경제 위기를 강조한다면, 한국 경제는 회생 가능성 없습니다. 이미 올린 최저 임금 다시 깍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실물 경제를 개선시키려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기업 대 중소기업 종속 구조를 연구 개발까지 확대시키는 정책이 신기술 확보에 정말 도움을 주었는가?
신기술 확보 없이는 점점 살아남기 힘든 영역은 오히려 부품과 장비 제공 중소기업들 시장 영역인데, 왜 기술 개발 연구에서 중소기업들의 컨소시엄을 활성화시키지 않는가?
중소기업들의 선제적 투자를 활성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곳저곳 찔러보기식 황당한 지금의 분배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양육비와 교육비를 낮춰줄 정책은 어떠한 것들인가?
생산량에 따라 널뛰기를 하는 생필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유통구조를 어떻게 단순화시킬 것인가?
투기만 막고 가격은 그대로 내버려 두겠다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중산층을 늘리려면 개인 금융 소득이 평균적으로 늘어나야 하는데, 현 개판 금융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시킬 것인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는 형평성 문제도 발생시키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임금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센서, 소재, 핀테크. 블록체인, 자율 자동차, 바이오 시밀러 등 여러 기술 분야들 중에서 단기 집중 투자만으로도 가시적 성장 및 고용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어느 것이 향후 5-10년 간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위 물음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해봤자 변방에서 멍멍거리는 개소리가 될 것이므로 여기서 이만 끝냅니다. 다만 신문 컬럼, 인터뷰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 조금은 구체적 얘기를 가지고 이 나라 경제를 논합시다. 장하준의 (2)-(4)는 본인이 의도했든 안 했든 정말 기회주의적으로 읽힙니다. 문어 정부 3년 차에 갑자기 뛰어나와서 한 말이기도 하지만, 달레반들은 (2)를 가지고 장하준이 조선일보에 당했다고 하면서 과거 정권에게 모든 탓을 돌리려고 할 것입니다. 닭빠들은 진보 혹은 좌파 경제학자가 이런 말을 할 정도니 문재앙이 확실하다고 할 것입니다. (2)-(4)가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 시사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편가르기만 심화시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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