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bes 6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7. 다수의 행복, 정부와 시간

기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성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로크처럼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힘들다. 로크는 기억의 의미 있는 대상을 관념, 즉 명제적 판단의 의미적 구성 단위들로 간주함으로써 이미지의 역할을 사소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기억을 통해 과거를 추적할 때, 심적 이미지들은 판단의 증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특정 판단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특정 대상을 표상하는 이미지는 그 대상과 분리되어 있다. 머리 근처에 떠올린 사과, 나무 등의 이미지들은 사과, 나무 등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표상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두뇌 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심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영상, 그림, 이모티콘 등 인공 이미지들 역시 심적 이미지와 마찬가..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1. 시작부

로크 홉스의 신학적 입장을 배제한 채 자기 보존과 공포심에만 근거하여 그의 정치 철학을 해석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게 되었다. 로크의 철학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로크하면 타고나면서 비어 있는 마음 상태, 경험론 등을 떠올리게 된다. 버클리(G. Berkeley), 흄(D. Hume)의 비판을 통해 정설로 회자되는 로크 철학의 그러한 해석 역시 무조건 통용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홉스와 로크의 사고방식에서 본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중세 부정 신학, 유명론 및 르네상스 종교적 인본주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 모두 근대 확실성 추구의 시대정신 정착에 일조했다. 확실성 추구의 시대정신에 따르면, 상황에 종속적이지 않은 보편적 원리들에 근거한 예증적 지식 체계만이 학문적 ..

철학자들의 행복: 홉스 5.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관계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공조 가능성 혹은 연속성을 부정하는 홉스의 관점은 H2~H4에 반영되어 있다. 홉스 정치 철학의 핵심 논제 H2~H4는 욕구와 행복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관점이 어떻게 H2~H4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알려면 욕구와 행복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홉스는 제 6장에서 행복을 쾌락 등 특정 심적 상태나 신적인 것과 연관시키는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그리고 행복을 ‘욕구의 지속적 충족’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홉스에게 행복은 특정 심적 상태로서의 욕구가 아니다. 제 11장과 12장을 주의 깊게 분석해 보면, 홉스가 ‘욕구’를 적어도 네 가지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

철학자들의 행복: 홉스 4. 인간과 동물의 관계

H1에는 인간과 동물을 엄격히 이분하는 홉스의 관점이 깔려 있으며, 그 구분 기준은 합리적 판단 능력이다. 홉스에게 동물은 합리적 판단 능력을 결여한 존재이기 때문에,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의 차이에 해당한다. 홉스의 철학을 ‘이 세상의 실체는 오로지 물질뿐이라는 유물론’으로 규정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19세기 유행한 유물론이나 현대적 물리주의와 달리, 홉스의 유물론은 신 존재를 전제한 것이다. 홉스의 유물론은 종교적 갈등을 극복하려고 고안된 ‘새로운 신학’의 이론적 토대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홉스의 사고방식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진화적 연결 가능성과 같은 것을 찾아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 사고방식에는 인간을 신의 피조물로 간주하는 기독교적 신념이 전제되어 있다. 홉스..

철학자들의 행복: 홉스 3. 다섯 가지 핵심 논제들

홉스 정치 철학의 신학적 측면을 사소하게 여기는 진영과 진지하게 여기는 진영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핵심 논제들은 다음과 같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cock25king/222635964824 홉스 정치 철학의 다섯 논제 홉스 행복론은 ‘영원성의 정치적 모방’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를 명확히 하려면, 먼저 홉스 정치 ... blog.naver.com

철학자들의 행복: 홉스 2. 영원성의 정치적 모방. 정치론을 둘러싼 해석 논쟁

홉스 철학에 익숙하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은 의 신학적 측면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에 의심의 눈초리를 던질 것이다. 그들이 접하는 은 보통 제 42장 「교회의 권력에 관하여(Of Power Ecclesiastical)」 등을 포함한 제 3부를 빼먹은 불완전한 형태이다. 그렇게 불완전한 형태의 이 표준적 ‘홉스 교과서’로 채택되는 과정을 주도한 인물들은 주로 20세기 영미 철학자들, 특히 분석 철학의 영향을 받아 문헌 해석에서 그 역사적 구성 맥락을 사소하게 여기는 철학자들이었으며, 그 채택 과정은 역사, 정치사 및 신학 진영의 동의와 검증 단계를 거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먼저 홉스의 정치 철학에서 신학적 측면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하는 입장의 근거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근거들은 크게 세 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