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 시리즈는 ‘내가 만약 다른 세계에 살았더라면 혹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소논문 형태로 다루었을 사소한 주제’들을 간략히 정리하여 소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노트: S. Forman
§1. 의술은 직접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임상은 의학과 과학의 관계를 논할 때 빼먹을 수 없는 주제이다.
§2. 임상의 우선적인 목적은 질병 치료에 있다. 치료 행위는 르네상스 시대에는 ‘마술적인 것’으로 분류되곤 했다.
§3. 피키노 등에 의해 신플라톤주의가 르네상스 인본주의의 사상적 토대가 되면서, 인간을 소우조 파악하는 세계 이해 방식이 유럽 남부를 지배했다.
§4. 르네상스 시절, 마술은 ‘악마적인 힘의 표현’보다는 ‘종교적인 것의 완성’을 뜻했다. 이는 인간의 개입에 의한 자연의 변화를 허락하는 관점을 정착시킨 계기로 여겨질 수 있다.
§5. 신플라톤주의의 득세와 함께 갈레누스의 체액설에 반하는 의술 체계가 나타났다. 바로 파라셀수스의 의술 체계이다.
§6. 파라셀수스의 의술 체계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에 걸쳐 민중을 대상으로 한 의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7. 신플라톤주의는 자연의 규칙성을 신의 섭리와 연관시키는 전통을 부활시키는 데 기여했다.
§8. 그러나 17세기 초에 태동한 ‘새로운 자연 철학’은 단순히 과거 전통을 흡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시 문제들을 답하기 위해 여러 전통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구성된 것이다.
§9. 베이컨 이후, ‘인본주의 의학(humanist medicine)’은 르네상스 인본주의에 직접 근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17세기 초에 태동한 새로운 자연 철학을 대세로 정착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따라서 17세기 인본주의 의학을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와 연관시켜 논할 수 있지만, 그 둘을 하나로 분류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10. 인본주의 의학은 파라셀수스 의술 체계와 연관된 점성술, 신비주의 및 마술 전통을 배척했다. 이는 민중을 대상으로 한 의술가들의 임상 요법을 이단으로 몰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11. 대학 중심의 의사들, 수술을 담당하는 시술가들, 그리고 제약사들로 구성된 신분상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형성되었다.
§12. 질병 치료를 과학적 혹은 수학적 원리의 적용보다는 소우주, 즉 인관과 우주, 그리고 더 아나가 신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 속에서만 완전할 수 있다고 본 인물들이 있었다. 이들은 르네상스 말기의 마술 개념을 이어받은 의술가들로 ‘제도권 바깥의 의사들’이라 할 수 있다.
§13. 환자와의 직접적 교류 없이는 의술은 불가능하다. 환자와의 교류를 거부라는 의사야말로 사이비다. 이러한 정신을 잘 보여주는 의술가는 사이몬 포맨(Simon Forman, 1552~1611)이다.
§14. 대학의 의사들 혹은 제도권 의사들을 사이비로 규정하고 그들과 적대적 관계를 맺었던 포맨이 ‘케이스 북(case book)’이라 불렀던 노트들은 오늘날 임상 기록에 해당한다.
§15. 포맨은 근대적 과학 형성기에 대한 연구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방대한 임상 기록을 남긴 인물이었다. 임상 기록의 필요성을 옹호한 그의 논증들은 비정합적이며, 때로는 오늘날 관점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전제들로 꽉 차있다. 하지만 당시의 관점에서 포맨의 임상 기록을 평가할 때, 그가 말하는 ‘마술적인 것’이란 ‘과학에 반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에게 ‘마술적인 것’은 ‘과학의 완성’을 뜻한다. 포맨에게 과학의 완성은 자연의 규칙성 속에 숨겨진 원리를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포맨에게 ‘마술적인 것’이란 질병 치료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연의 원리뿐만 아니라, 그러한 원리의 적용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힘든 자연의 생성적 힘을 동시에 아우르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GK 비판적 사고 > GCTC 청소년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론 문제: 관성 (0) | 2011.03.04 |
---|---|
일대일 대응 (0) | 2011.01.09 |
교통 흐름 모델 (0) | 2011.01.03 |
토론: 두꺼비와 고양이 (0) | 2010.12.16 |
모든과 어떤 (0) | 2010.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