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쓰레기 입시 논술, 면접, 수능언어

문학 문제는 배경 지식을 알아야 쉽게 풀릴까?

착한왕 이상하 2011. 12. 20. 04:00

이번 주 일요일부터 모 학원에 출강해 고 3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 세 반을 진행해야 한다. 더 이상 반은 개설하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이렇게 벌어 이 땅을 빨리 뜨려고 하지만 그래도 원래 쓰던 것과 읽고 싶은 것까지 포기한다면 더 이상 삶에 낙이 없다.

 

어쨌거나 학생들이 매주 풀어야 할 숙제를 만들면서 '문학 문제를 잘 풀려면 배경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선입관을 불식시키고 싶은 충동이 들어 이 글을 쓴다. 부모들이 '배경 지식 없으면 문학 문제를 쉽게 풀 수 없다'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선입관은 불안감으로 인해 각종 설명회를 돌아 다니는 과정에서 학원 측으로부터 세뇌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속칭 유명 대학에 자식이 들어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안다고 말하지만, 대다수 부모들은 입시에 목숨을 걸었다. 부모들의 의식을 바꾸려고 하거나 얄팍한 입시 제도에 임기응변 식의 변화를 가하는 방식은 이러한 세태를 변통시키는 데 무기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알게 뭐냐! 더 이상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

 

아무튼 수능 문학 문제가 배경 지식이 충실해야지 쉽게 풀리는 것일까? 정확한 배경 지식이 시험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배경 지식이 없어도 현행 수능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음 EBS 수능 특강 현대시 관련 문제에 대한 나의 해설을 보시라. EBS의 것과 달리 시의 성격이나 시인에 대한 정보는 완전히 누락된 해설이다. 솔직히 나 자신이 현대시, 고전 운문, 이런 분야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다. 그러나 저자가 누구인지, 이 글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은 무엇인지, 이런 문제는 현행 수능 언어에는 나오지 않는다. 나처럼 문학 바보도 현행 수능 문제를 푸는 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다음 현대시 관련 문제에 등장하는 두 시인 중 한 명은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는 ...

 

  

[3~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2 EBS 수능 특강)

  (가)

한여름에 들린

가야산

독경 소리

오늘은 철 늦은 서설이 내려

비로소 벙그는

매화 봉오리.

눈 맞는

해인사

열두 암자를

오늘은

두루 한겨울

면벽한 노승 눈매에

미소가 돌아.

- 김광림, ‘산(山)’

(나)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을 한다.

- 박남수, ‘아침 이미지’

 

3. (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② 자연에 빗대어 인간 세상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③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찾아 보여 주고 있다.

④ 자연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로써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⑤ 자연적 대상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통해 삶의 교훈을 전하고자 한다.

 

4. ㉠과 ㉡을 중심으로 (가), (나)를 감상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한여름’의 ‘독경 소리’가 한겨울까지 이어져 드디어 ㉠에 이르게 된다.

②‘어둠’에서 ‘새’, ‘돌’, ‘꽃’으로 이미지가 변화하면서 ㉡에 이르게 된다.

③ ㉠과 ㉡에 주목함으로써 화자는 각각 ‘노승’과 ‘물상’에 감정 이입하게 된다.

④ ㉠에 이르는 과정은 화자의 상상에 의한 것이지만, ㉡은 실재하는 현상이다.

⑤‘한여름’의 ‘독경소리’가 ㉠을, ‘어둠’으로부터 비롯된 빛이 ㉡을 가능하게 한다.

 

5. <보기>를 참고하여, (나)에 대해 감상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박남수 시인은 대체로 사물들 사이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즉물적 이미지를 통한 어둠과 빛의 대립적 관계에 주목한다. 그는 사물을 인식하는 문제로서 이미지를 창조하고자 했으며, 단순한 감각성의 추구에서 벗어나 이미지들 사이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는 특성을 보인다. 특히 빛의 이미지는 존재론적인 의미 구조와 어울리면서 심화된 차원으로 발전해 나간다. 즉, 생성과 소멸이라는 존재론적인 차원이 빛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며 융합된다.

① 빛의 소멸과 생성 과정으로부터 생명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이끌어 낸다.

② 어둠과 빛이 서로 대조를 이루면서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③ 어둠의 소멸에서 아침의 잉태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고 있다.

④ 태양의 시각적·촉각적 이미지가 즐거운 노동의 시간과 연결되면서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을 보여 준다.

⑤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의 제시를 통해 새, 돌, 꽃과 같은 삼라만상이 지닌 고유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해답

3. ③ 4. ③ 5. ③

 

문제 3번은 두 시의 공통점에 대해 묻고 있다. 이때 그 공통점의 대상은 각 시가 속한 장르, 표현상 유사성, 시의 구성 방식 등이 될 수 있다. 문제가 묻는 공통점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선택지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야 한다. 문제 3번의 경우 시의 구성 방식에 대한 공통점을 묻고 있다. 첫 번째 시는 노승의 득도 과정을 여름에서 겨울에 이르는 자연의 변화 과정에 유비시키고 있다. 두 번째 시는 인간의 눈에 대립적으로 보이는 자연의 관계들이 하나로 연결된 변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두 시의 구성 방식을 그림으로 도식화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문제 3의 선택지에서 답이 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자연의 변화 과정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는 선택지는 ③밖에 없다.

 

문제 4의 답은 ③이다. 원래 EBS 문제에는 ‘화자’가 아니라 ‘독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화자’로 되어 있어야 오답 시비를 피할 수 있다. 두 번째 시의 화자는 당연히 해당 시를 쓴 시인이다. 그 시인이 개벽이라는 자연 현상에 감정 이입을 시키고 있다는 단서는 시 속에 없다.

 

문제 5번의 경우, 반드시 주어진 <보기>를 바탕으로 두 번째 시를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보기>의 핵심 부분을 찾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지, 해당 시에 대한 배경 지식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보기>의 핵심은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다. 특히 그 부분은 ‘즉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강조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즉, 생성과 소멸이라는 존재론적인 차원이 빛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며 융합된다’라는 부분에 주의해야 한다. 그 부분과 내용적 측면에서 가장 유사한 것을 고르면 답을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