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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TC 쓰기: 라마르크의 용불용성

착한왕 이상하 2012. 2. 10. 20:33

* 다음 GCTC 에세이 쓰기 자료를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변형하여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논리적 글쓰기 및 에세이 구성 훈련

 

후천적 경험에 의한 획득 형질도 유전된다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용불용설(用不用說)의 정확한 규정 방식보다는 진화의 경로에 미치는 환경의 역할에 대한 라마르크의 입장을 알아야 한다. 라마르크가 변이(variation)의 원천이자 변이 선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 개념을 갖고 있었다는 통설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변이의 원천과 유전 과정을 알 수 없었던 시절, 라마르크는 환경을 진화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인과적 힘으로 여기지 않았다. 다만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종 변형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고 여겼다. 이러한 점에서 환경은 ‘진화의 선택압’으로 불린다. 이때 생존 환경에 적합한 형태와 관련된 변이만을 고려한다면. 진화는 변이를 줄여가는 과정이다. 결국 진화의 결말은 종 다양성 축적이 아니라 종 멸종으로 끝나게 된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는 진화가 복잡성 증가의 과정임을 밝히는 동시에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를 긴 부리를 가진 핀치의 ‘생식적 적합성(fitness)’, 즉 ‘개체 수 증가로 결정되는 적합성’과 관련하여 살펴보자.

 

핀치의 무리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특정 지역에 옮겨졌다고 가정하자. 핀치의 거주 환경이 바뀐 것이다. 핀치들이 잡아먹는 벌레는 나무 표면 틈새나 속에 살고 있다. 새로운 거주 지역의 나무들의 표면은 상대적으로 두껍다. 새로운 거주 지역은 상대적으로 긴 부리를 가진 핀치들에게 적합한 생존 환경이다. 이 점은 다윈뿐만 아니라 라마르크에게도 해당한다. 다윈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부리가 짧은 핀치들의 생식적 적합성은 감소하게 된다. 결국 부리가 긴 핀치들이 새로운 지역에서 번창하게 된다. 라마르크에 따르면, 부리가 짧은 핀치들은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부리를 사용하며, 이로 인해 변화된 부리의 형태도 후손에게 대물림된다. 라마르크에게 부리가 긴 핀치들이 새로운 지역의 거주자들이 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부리가 짧은 핀치들의 생식적 적합성이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먹이를 잡기 위해 길어진 부리가 후손에게 대물림되었기 때문이다.

 

긴 부리를 가진 핀치들이 새로운 지역의 거주자가 되는 과정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물음은 다음이다. 라마르크의 ‘부리의 사용’과 다윈의 ‘생존 적합성’은 서로 양립 불가능한 개념인가? 이 물음은 라마르크의 환경 개념이 진화에 직접 개입하는 인과적 힘과 같은 것이 아니라, 진화에 선택압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부정된다. 긴 부리를 가진 핀치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살아남게 된다. 따라서 라마르크가 자연선택 개념을 부정했다고 볼 수 없다. 이때 다음과 같은 물음이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라마르크는 ‘부리의 사용’을 강조했을까? 간단히 말해, 라마르크는 자연선택만으로는 진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부리의 사용’ 개념은 생존에 적합한 환경의 역할에 라마르크의 유전 이론이 더해진 것이다.

 

변이의 원천과 유전 과정을 실험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던 시절, 라마르크는 유전 물질을 환경 조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매우 ‘부드러운 것’으로 여겼다. 자손에게 대물림된 유전 물질은 특정 기관의 반복적 사용으로 인해 변형되게 되는데, 이때 해당 기관의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 가정된다. 이것은 복잡성 증가의 첫 단계로 해석된다. 만약 핀치의 거주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한다면, 기관들의 연결 관계도 복잡해질 것이며, 결국 핀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종도 출현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라마르크에게 환경은 진화에 선택압으로 작용할 뿐, 변이의 원천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이는 주어진 기관의 사용 유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7. 위 글을 바탕으로 다음 주장에 대해 논해 본다면?

 

• 라마르크의 용불용성에 따르면, 종 멸종은 불가능한 현상이다. 물론 라마르크 당시에도 현재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라마르크는 그런 화석의 존재가 자신의 용불용성을 지지해 주는 증거라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