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GCTC 청소년 교육

GCTC 스페셜: 배아줄기세포 연구 PTA

착한왕 이상하 2012. 2. 23. 22:57

* 다음 자료는 2개월 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GK 비판적 사고 스페셜> 중 하나이다. 이 자료는 블로그에 올린 특정 글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올린다. 다른 것들은 올리지 않는다. <GK 비판적 사고 스페셜> 자료들 중 일부는 고등학생들의 교내 활동과 관련된 ‘스펙 만들기’를 도와주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다음 자료를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변형하여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GK 비판적 사고 031-381-2282)

 

 

<GK 비판적 사고 스페셜>

 

기술 결과 평가(Technical Assesment)

-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TA -

 

이상하(철학 박사)

 

 

과학과 기술을 더 이상 단순한 정책 결정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과학과 기술을 정책 결정 과정의 중요한 내재적 요인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확대될 때, 과학과 기술의 연구 결과는 유용한 것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다. 정치만으로 사회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관점은 더 이상 통용되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정치 또한 과학과 기술과 함께 사회 체계를 구성하는 기능 단위로 여겨져야 한다. 이러한 인식 아래 과학과 기술의 어떤 연구 결과를 사회에 확장시키기 전에 특정 기관,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해당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하고 평가 결과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시키는 방법론을 ‘기술 결과 평가(technical Assesment)’라고 한다. 기술 평가에는 여러 모형이 있다. 그 중에서도 ‘참여적 기술 결과 평가 PTA(Participatory Technical Assesment)’를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적용시켜 볼 것이다.

 

학생들은 ‘현대 사회에서 TA가 필요한 이유’, ‘TA의 배경 역사’, ‘PTA의 구성 방식’을 알아보고, 이를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적용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팀별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결과 보고서는 개인 이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습득한 배경 지식과 방법론을 좀 더 낫게 개인 이력으로 활용하려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정 연구를 선별해 TA를 시행하고 체계적인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한 보고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수업 시간에 언급될 것이다. 이 자료는 수업에 필요한 핵심 정보만을 담은 것임을 밝혀 둔다.

 

 

  

 

* ‘기술 평가 TA 이해하기’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학생은 블로그에 올린 글 <http://blog.daum.net/goodking/198>을 참조하라.

 

I. 기술 결과 평가 TA 이해하기

 

1. TA에서 중요한 물음들

 

•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고, 부작용은 무엇인가?

• 새로운 기술은 사회에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고 확대되어야 하는가?

•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동은 어떠할까?

 

 

2. TA의 일반 기능

 

• 예보

예보는 특정 기술의 도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결과를 평가한다. 여기서 평가는 법칙성에 의한 예측이 아니라 상황적 요인에 좌우되는 진단을 의미한다. 생활세계의 변화는 기술, 경제, 환경 전반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기술 결과 평가에서 예보는 기술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감시

감시는 예보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특정 기술을 사회에 허용할 때 이로 인한 변화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감시는 그러한 기술의 도입이 정말 원래 예상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제어

• 제어는 감시를 바탕으로 해당 기술의 사회적 확대를 촉진할 것인가, 억제할 것인가, 또는 해당 기술의 긍정적 기능을 가로막는 요인을 제거할 것인가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3. TA의 역사적 기원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체계가 그 자체로서 평가될 수 없다는 인식, 그리고 기술 평가가 가치 체계의 배열을 다룬다는 인식이 현대적 TA에 배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사회의 다양한 관심사를 고려하여 특정 기술의 사회적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TA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 현대적 TA의 기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각국에 TA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설치되었고, 현재 약 150여 개의 TA 기관들이 24개 국가에서 활동 중에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조건에 비추어 TA의 역사는 훨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과 공학 기술의 결합에 의한 진보가 본격화된 19세기 유럽에서 TA의 기원을 잡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에 대한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 철도가 19세기 유럽의 중요한 운송 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때 모든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1835년 독일 바이에른 주에 기차가 사람의 운송 수단으로 채택될 무렵, 반대가 거셌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기차가 승객뿐만 아니라 주변 관찰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기 기관에 의한 고속 운동은 승객에게 심한 ‘정신착란증(delirium furiosum)’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지어 고속 운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러한 정신착란증이 일어난다고 당시 의학계는 평가했다. 공중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증기 기관 열차의 도입은 금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 확장 및 공중의 편의를 위해 철도 여행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었다. 당시 의학계의 최종 평가는 정신착란증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이들에게 열차 이용을 허용하되, 주변 사람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2미터의 방어벽이 철로 양쪽에 설치되어야 한다는 최종 권고안이 마련되었다.

 

 

4. OTA의 불행한 역사

 

민주주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공동체주의 등 여러 정치 체제는 정치가 사회를 특정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확대된 시대의 산물이다. 그 시대는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를 일컫는다.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치 또한 사회 체계를 구성하는 기능 단위라는 인식이 싹텄다. 과학과 기술을 그저 정치적 결정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그렇게 간주하는 것은 과학과 기술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과학과 기술을 단순히 정책 결정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특정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기 위한 시녀로 간주할 때, 과학과 기술의 연구 결과는 유용한 것으로 사회에 정착하기 힘들어진다. 이에 대한 사례로 미국 OTA(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의 불행한 역사를 들 수 있다. 성공적으로 TA가 제도화된 나라들, 실례로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다. 이러한 국가들은 OTA의 불행한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TA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미국의 OTA 설립은 현대적 TA가 제도적으로 정착한 기원으로 거론될 수 있는 사건이다. 의회 의사 결정의 자문 기관으로 1972년에 설치된 OTA는 1995년 예산 삭감과 함께 문을 닫게 된다. 당시 의회의 최종 결정에 따르면, OTA의 기능이 다른 기관의 것과 중복된 것이기에 OTA가 예산 삭감의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OTA는 의회의 여러 자문 기관 중 가장 작은 규모였고, 미국 내 진보 성향의 신문 및 보수 성향의 신문 양쪽에서 호응을 얻었던 기관이다. 과학과 기술의 전문적 지식을 결여한 의원들도 정책 결정에서 OTA의 자료에 의지했었다. OTA 자료가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다고 해도, OTA는 정치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OTA의 기술 정책 자문 자료는 정치인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도용당하기 일쑤였고, 90년대 미국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OTA는 어떤 의미에서 정치적 지배욕의 희생양으로 문을 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의분에 찬 언급 하나를 들어보자.

 

“실수, 태만과 정치적 지배욕에 꽉 찬 의회는 무지를 선택했다. 의회는 적은 규모의 예산으로도 가장 잘 운영해온 정부 기관의 23년 역사를 끝내 버렸다.”

 

위 언급은 의회 결정에 대한 개인적 분노의 표출이다. 하지만 OTA가 의회의 직접적 지배를 받는 정부 기관으로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를 비극의 불씨로 볼 수 있다. OTA가 균형 잡힌 정책을 유도하는 의사 결정 구조이자 제도적 장치로 진화하기 위해 정치의 지배 구조에 종속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한 종속은 기술의 민주화를 가로막게 된다. 여기서 ‘기술의 민주화(technological democratization)’는 특정 지배 구도 속에 기술을 종속시키는 행위를 ‘반정치적(antipolitical)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에 근거한다. 기술의 민주화를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가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술 결과 평가 기관의 긍정적 진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 의회의 하부 기관으로 설치된 OTA의 기구한 운명은 이를 반영한다.

 

 

5. 우리의 현실

 

(1) 집단 간 마녀 사냥

 

• 현재 각종 시민권에 대한 정치적 보호 장치가 마련된 어느 곳의 과거에는 독재 정권이 지배했다.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 아래 과학과 기술은 산업 확장의 수단으로만 여겨졌다. 경제 성장에 의한 재분배 효과 덕에 절대 빈곤의 평균 수치는 감소했다. 하지만 인구, 자원 및 국토 크기의 제한으로 인해 경제 성장에 의한 재분배 효과가 계속 지속되기 힘든 상황이 도래했다. 성장 과정에 수반되는 재분배와 정책적 혹은 사회적 분배는 다른 것이다. 그러한 정책적 혹은 사회적 분배는 현대 사회에서 재화의 분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경제 발전의 수단이라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과학과 기술의 내부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포함한다. 하지만 시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정치권은 시민의 실질적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성장만이 살 길이라며, 또 성장을 위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홍보했다. 정치권은 과학과 기술을 결합시키는 정책에서 ‘결과 중심의 결합’과 ‘가능성 중심의 결합’을 혼돈한 채 예측 불허한 가능성을 장밋빛 결과로 둔갑시키는 선동을 주도했다. 그러한 선동의 물결을 타고 스타 과학자나 공학자들이 출현했다. 그 결과는 다수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노예화였고, 스타를 둘러싼 집단 간 이념 공방이 벌어졌다. 가능성이 결과로 실현되지 않았을 때, 혹은 어느 스타가 연구 절차를 어겼을 때, 그러한 이념 공방은 도덕을 가장하여 서로가 서로를 까대는 집단 간 마녀 사냥으로 번졌다.

 

(2) 집단 간 마녀 사냥을 불러일으킨 원인

 

• 첫째, 현대 기술의 체계적 성격을 파악한 경우,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소수 전문가들이 새로운 기술의 사회적 확장을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낙천적 입장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러한 입장은 소수 자문위원회가 사회 속에 기능하는 모든 분야 및 가치 체계의 기능 방식을 충분히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는 경우에만 성립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수 자문위원회에 의지한 기술 정책은 기술에 의한 사회 분화의 정도가 약한 상태에서만 효율적일 수 있다.

 

• 둘째, 소수 자문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힘들다. 소수 자문위원회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정부 산하 기관과 공조하더라도, 두 집단 모두 실질적 권력을 쥔 서클에 속해 있다. 그 결과는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된 정책 결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한 편향된 정책 결정은 소수 자문위원회 전문가들의 의도와 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성격을 갖는다.

 

• 셋째, 소수 자문위원회의 입장이 정치권의 선동에 부합할 때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여론의 양분화나 집단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한 양분화나 집단 간 갈등은 실제 해당 기술에 대한 평가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즉, 단지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이념 대립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없는 상태에서 언론 매체에 의한 정보의 홍수가 넘쳐날 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입맛에 맞는 것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골이 깊어진 집단 간 갈등은 해결 차원을 넘어서 손을 대기 힘들어진다.

 

 

6. 참여적 기술 결과 평가 PTA

 

   

(1) 과업 설정

과업 설정은 담론 주제를 선출하는 작업이다. 해당 주제는 과학과 기술을 둘러싸고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관련을 맺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러한 문제를 발생시킨 상황적 요인들에 근거해 주제가 선별되어야 한다. 과업 설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점 포착(timing)’이다. 진행 중인 문제가 지금은 사소해 보이지만 미리 손을 쓰지 않는다면 집단 간 마녀 사냥 현상을 발생시킬 만큼 심각해 질 수 있다. 또 미리 건드려 보았자 실익이 없는 문제도 있다. 과업 설정 단계에서부터 PTA 전문가에게 현실적 감각이 요구된다. 그러한 감각은 상황 진단 능력에 좌우된다.

 

(2) 시민 참여 집단 구성

PTA에 참가할 집단이 구성되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을 들 수 있다. 하나는 무작위로 시민을 선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어진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대표하는 시민들을 선출하는 것이다. 다루어야 할 주제에 대한 구체적 의견들이 시민 사회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경우, 무작위 선출 방식이 적합할 것이다. 그렇게 드러난 경우라면, 각 의견을 대표하는 시민들이 선출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실제 시민 중심의 연대 조직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그 어떤 경우든, PTA 참가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시민 참여 집단 구성에서 고려되어야 할 또 다른 것은 참가 인원의 수이다. PTA는 단답형 설문 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통계치는 평가에 반영될 뿐, 통계치가 평가의 목적은 아니다. 참가 인원의 수는 PTA의 규모에 의존하고, 그 규모는 주제의 성격에 의존한다.

 

(3) 정보 설계

과학과 공학이 결합된 현대 기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모든 이에게 접근 가능한 것이 아니다. 실제 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잡음은 그러한 정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정보 설계는 문제를 발생시킨 핵심 정보를 일반인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다시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정보 설계는 단순히 과학기술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문제와 관련된 기술이 가능성과 관련된 것인지, 결과와 관련된 것인지가 정보 설계 속에 명확하게 표상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확장이 가져올 위험, 효과성, 공적 차원의 이득이 과장이나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정보 설계 속에 표상되어야 한다. 각종 시각소통의 기법들이 정보 설계 작업에 적절히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새로운 기술의 사회적 확장에 대해 이미 알려진 시각의 차이, 곧 가치 판단의 차이들이 정보 표상 속에 드러나 있는 것이 좋다.

 

(4) 신뢰할만한 정보에 근거한 상호 담론

정보 설계 작업에 의해 얻어진 자료는 어떤 관점을 시민에게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문 지식 소유자와 다양한 관심을 가진 시민 사이에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분석 장치의 일종이다. ‘시민 참여 집단 구성’과 ‘정보 설계’는 그렇기 때문에 쌍방향성의 담론 관계를 맺어야 한다.

 

(5) 국소적 의사결정 구조화

위 도식의 전체 과정이 PTA의 의사 결정 과정이라면, 국소적 의사결정 구조화는 참가자들의 여러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을 다룬다. PTA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소적 의사 결정 구조화 단계에 정치권이나 기타 이념 집단의 입김이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루는 주제와 주제를 생성한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개인별 설문 조사 방식을 취할 것인지, 조별 토론에 의한 방식을 취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여기서 설문 조사는 정보 설계에 근거해 새로운 기술 허용 및 허용 범위 여부에 대한 검토 사항들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통계치를 얻기 위한 단답형 설문 조사와는 다른 것이다. 특히 정보 설계가 일반 시민에게 접근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는지를 사후에 평가하기 위해 설문 항에는 서로 모순되는 것 혹은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혼합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것에 동시에 긍정하거나 부정한 빈도수가 높게 나온다면, 애초의 정보 설계에 대한 합당성은 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수정되어야 한다. 조별 토론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 동일한 관심사를 공유한 조별 찬반 토론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조원들이 서로 이질적인 관심사를 갖고 있도록 구성되는 경우다. 이 경우, 각 조별로 토론을 진행해 자체 결론이 나와야 한다. 그 어떤 경우든, 토론 내용, 특히 참가 집단의 가치 판단의 내용과 결론이 가급적 정보의 누수 없이 수집되도록 의사 결정 과정이 구조화되어야 한다.

 

(6) 평가

국소적 의사 결정 구조화 단계에서 얻어진 자료들은 평가 작업을 거친다. 평가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시민 참여 집단 구성 및 정보 설계의 합당성에 대한 자체 감사의 의미를 갖는 평가다. 다른 하나는 자료에 근거해 새로운 기술 허용 및 허용 범위에 대한 각 관심사를 명확히 하고 조율 가능성을 추정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치 국가사회주의의 가치 체계를 신봉하는 인물이 PTA에 참가할 수도 있다. 그 가치 체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는 반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심사의 조율 가능성 평가에서 배제된다. 만약 그러한 가치 체계의 이념적 선동에 기술이 노예가 된 경우, 그 원인 자체가 PTA의 담론 주제가 될 수 있다. 시행착오의 역사에서 걸러진 가치 체계들, 곧 현시점에서 허용 가능한 가치 체계들에 근거한 모든 관심사들은 조율 가능성 평가의 대상이 된다.

 

(7) 관련 기관과의 담론

평가 결과는 정부 및 다른 관련 기관과의 담론 자료로 사용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민의 인지도, 새로운 기술의 허용 및 허용 범위에 대한 여러 의견, 그리고 실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가진 집단의 의견이 평가 결과에 근거해 저울질되어야 한다. 정부 기관이 일방적으로 기술 정책을 결정한 경우, 정부와 시민 사이의 간극은 완충지대의 부재로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 기관에 의한 단순한 기술 정책 결정 과정은 두 측면에서 소모적일 수 있다. 첫째, 복잡한 기술을 다루기 위해 관련 기관의 규모는 비대해지지만, 그 기능은 투자비용에 비해 비효율적일 수 있다. 결국 시민 사회에 실질적 이득이 돌아가지 않은 채 공적 자금만 소모될 여지가 있다. 둘째, 기술을 둘러싼 특정 문제를 놓고 정부와 시민 사이의 갈등을 중재할 완충지대가 없다면, 깊어진 갈등은 국정 운영 전반에 차질을 불러와 엄청난 사회 간접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8) 권고안 마련

관련 기관과의 담론을 통해 특정 기술의 허용 및 허용 범위에 대한 권고안이 마련된다. 권고안은 여러 의견에 가중치를 부가해 평균 이득을 얻는 방식에 의해 마련되지 않는다. 권고안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집단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여 마련되는데, 여기서 만족 수준은 평형 상태와 같은 것이 아니다. 제시된 권고안이 각 집단에 의해 쉽게 부정될 수 없을 때 그 권고안은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고안은 어디까지나 정책 결정을 위한 권고안일 뿐이기에, 그것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러한 권고안에 바탕을 둔 정책 결정과 그렇지 않은 정책 결정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참고 문헌

 

이상하(2007), ?상황 윤리: 현실세계 속의 공학 담론?, 철학과 현실사 (2008년 학술원 우수 도서).

Cochrane, A.L.(1972), Effectiveness and Efficiency: Random Reflections on Health Services, London: Nuffield Provincial Hospitals Trust.

Decker, M. & Ladikas, M.(eds.)(2004), Bridges between Science, Society and Policy; Technology Assessment - Methods and Impacts, Berlin: Springer.

Joerges, B.(1994), “Expertise Lost: An Early Case of Technology Assessment”, Social Studies of Science, vol.24, no.1.

Joss, S. & Belluci, S.(eds.)(2003), Participatory Technology Assessment: European Perspectives, London: Centre for the Study of Democracy and Swiss Centre for the Technology Assessment.

Kunkle, G.C.(1995), “New Challenge or the Past Revisited?: The 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 in Historical Context”, Technology in Society, vol.17, no.2.

Lindqvist, S.(1984), Technology on Trial: The Introduction of Steam Power Technology into Sweden 1715-1736, Stockholm: Almqvist & Wiksell International.

Morgan, G.(1995), “Death by Congressional Ignorance: How the Congressional 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 - Small and Excellent - Was Killed in the Frenzy of Government Downsizing”, Pittsburgh Post-Gazette, August 2.

Reber, B.(2006), “The Ethics of Participatory Technological Assessment”, Technikfolgenabschätzung: Theorie und Praxis.

Schivelbush, W.(1977), Geschichte der Eisenbahnreise, München: Hanser.

Skolimowski, H.(1974), “Technology Assessment as a Critique of a Civilization”, PSA.

Wild, C.(2006), “Zur Gründung des Österreichischen Ludwig Boltzmann Institute für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Technikfolgenabschätzung: Theorie und Praxis.

 

 

 

* 다음 자료는 PTA 과정 중 ‘정보 설계’와 ‘국소적 의사결정 구조화’ 단계에서 사용 가능한 자료이다. 물론 다음 자료는 실제 TA에 사용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나 유전자 가공 식품의 수입 허용 여부 등과 관련해 TA를 모의 실험하는 경우, 해당 문제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의견을 들려줄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I. 생식기술, 복제기술, 그리고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기술결과 측정(A Technological Assessment on Reproduction Technology, Replication Technology and Embryonic Stem Cell Research)

 

기술 결과 평가(TA)란 특정 기술의 사회적 확산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평가하는 과정을 다루는 기법이다. 소규모의 시민을 대상으로 TA가 진행되는 절차와 방식을 다룬다. 함께 살펴볼 사례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TA가 소규모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려면, 그 연구의 성격과 찬반론의 핵심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기존의 생식기술 및 복제기술이 결합한 결과이다. 이를 알기 위해 유성 생식(sexual reproduction)의 기본 개념을 먼저 살펴보자.

  

 

1. 유성 생식

 

생식을 위해 배우자가 필요한 경우를 유성 생식이라 한다. ‘유성 생식’은 ‘성행위, 그리고 성행위에 이어지는 생물학적 과정에 의한 개체의 탄생’을 뜻한다. 척추동물의 경우, 유성 생식에 필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두 종류의 생식 세포(gametes): 난자(ovum), 정자(sperm)

• 생식세포의 역할: 암컷(female)과 수컷(male)의 유전형 운반

• 두 생식 세포의 결합: 새로운 개체 발생을 위한 필요조건

 

*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 유전이 오로지 생식 세포와 관련된다는 사실은 19세기 말 바이스만에 의해 밝혀졌다. 이 발견으로 인해 용불용성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었다.

 

* 잘못된 고정 관념: 남성과 여성의 특징이 오로지 성염색체와 호르몬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생물계에서 성 결정 방식은 생각보다 가변적이며, 남성 또는 여성의 구분은 문화에 의존적이다.

 

 

2. 수컷의 생식 구조

 

인간의 경우, 수컷은 다음과 같은 생식 구조를 갖는다.

 

• 고환(testes): 정자와 남성호르몬(testosterone)을 생산하는 기관

• 수컷 생식기(penis): 발기 가능한 외부 생식 기관

• 관(tubes): 고환에서 생산된 정자를 보관하는 부고환(epididymis), 수정관(vas deferens), 사정을 용이하게 하는 추진관(ejaculatory ducts)

• 내분비선: 정자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분비물을 공급하는 기관 (보통 정액이란 정자와 이러한 분비물의 혼합체이다.)

 

정자에 포함된 성염색체는 인간 염색체의 절반인 23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자는 홑배수체 생식 세포로 정의된다. 23개의 염색체가 난자의 다른 23개의 홑배수체 염색체 X와 결합하여, 46개 염색체를 가진 이배체 배아(diploid embryo)가 된다. 정자들은 X 염색체를 가진 것과 Y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나뉜다. 두 종류의 정자 중 어느 것이 난자와 결합하는가에 따라, 수정란은 수컷과 암컷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남성우월주의를 주장한 사람들이 1950년대에 있었지만, 그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3. 암컷의 생식 구조

 

인간의 경우, 암컷은 다음과 같은 생식 구조를 갖는다.

 

• 난소(ovaries): 난자가 될 난모세포(primordial sex cells)를 보관하고, 난자가 형성되는 기관 (난모세포는 출생시 보통 400,000개 정도이며, 그중 400개에서 500여 개가 난자로 발생한다. 그 발생 기간은 약 28일이다.)

• 자궁관(oviducts): 난소에서 자궁으로 연결된 관

• 자궁(uterus): 난자를 수용하고 배아가 발달하게 되는 기관

• 자궁목(cervix): 자궁에서 질 입구로 연결된 아주 조밀한 관으로서 정자가 통과하는 관

• 질(vagina): 성행위시 수컷 생식기와 직접 접촉하는 외부 성기

 

‘여성 호르몬’으로 번역되는 ‘estrogen’은 다른 난자 활성 및 억제를 담당한다. 여성 호르몬이 사회적인 ‘여성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폐경기 여성이 과격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된다는 주장은 근거를 결여한 것이다.

 

 

4. 배아

 

정자와 결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충족한 난자의 상태를 ‘수정란’이라 부른다. 수정란이 2배 혹은 4배로 분화한 이후의 단계를 ‘배아(embryo)’라 부른다. 14일 정도 지난 배아에서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나타나는데, 원시선은 나중에 척추 신경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척수 신경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부인 두뇌는 약 40일 경에 그 초기 형태를 갖춘다. 모태 외, 곧 체외에서 배양 가능한 배아의 상태는 약 24주 이후부터 가능하다. 출산은 40주 정도가 되어야 가능하다. 줄기세포 연구를 다루는 곳에서 배아의 중요한 두 특징인 ‘독립 개체 발현 가능성(totipotent)’과 ‘다양한 조직 발현 가능성(puripotent)’을 논할 것이다.

 

 

5. 수정과 불임

 

수정(fertilization) 과정에 호르몬, 질 내 분비물의 산성도 등 여러 요인이 개입되므로, 임신 혹은 수정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이미 70년대 말 전체 쌍 중 약 15%가 임신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적으로 불임은 증가 추세이다.

남성 불임은 부피당 정자의 수와 밀도가 낮거나, 정자의 운동 능력 부족 등에 기인한다. 여성 불임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다. 자궁목 내 점액의 산성도가 지나치게 강한 경우, 많은 정자가 죽게 된다.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오거나, 난소관이 막히는 경우도 여성 불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6. 생식 기술

 

불임을 돕기 위한 기술을 ‘생식 기술(reproduction technology)’이라 한다. 생식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부모의 사회적, 유전적 역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주로 남편의 정자와 아내의 난자를 이용한다.

• 제 3자에 의한 정자 및 난자의 기증, 그리고 배아 전수(embryo transfer) 등이 있다.

 

생식을 돕는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음 두 가지만 언급한다.

 

• 인공 정액 주입법 AI(artificial insemination): 정자를 추출한 후, 질을 통해 자궁목 주위로 정자가 도달하도록 외부에서 정액을 주입하는 기술이다. 남편의 정자를 이용하는 경우(AIH: artificial insemination with husband sperm), 그리고 기증 받은 정자를 이용하는 경우(AID: artificial insemination with donor sperm)가 있다.

 

• 시험관 수정 IVF(in vitro fertilization): 정자와 난자가 체외에서 생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 후, 그 둘을 결합시킨다. 이때 호르몬 조절에 대한 기술이 요구된다. 또 한편 적정 시기에 난자를 추출하는 타이밍 기술이 중요하다. 시험관 수정 과정에서 남게 되는 배아가 있는데, 그러한 배아를 ‘잉여 배아(spare embryos)’라 한다.

 

 

7. 복제 기술

 

하나의 개체와 동일한 유전형(genotype)을 지닌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기술을 ‘복제 기술(replication technology)’이라 한다. 복제 기술은 크게 체세포 핵 치환법 SCNT(somatic cell nuclear transfer)와 수정란 분할법이 있다.

 

• 체세포 핵 치환법: 체세포에서 유전자 정보를 담은 핵만을 끄집어낸다. 기증된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그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한다. 전기 자극 등을 이용해 난자를 활성화하여 배아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발생한 배아는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원형의 세포덩어리와 태반이 될 영양배엽세포로 분화한다.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단계를 ‘치료용 복제’라 한다. 그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시켜야 개체 복제로서의 인간복제가 시작된다.

 

• 수정란 분할법: 체외 수정 혹은 시험관 수정 IVF를 통해 4에서 8개 세포로 분화된 배아에서 각 세포를 분리시켜 여러 대리모의 자궁에 넣어 복제하는 기술이다.

 

그 어떤 방법을 쓰든, 개체 복제는 실패율이 매우 높다. 염색체의 어떤 부분들이. 그리고 부분들의 상호작용이 어떤 식으로 각 기관과 조직을 형성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8. 배아줄기세포 연구

 

배아가 개체로 발생하는 과정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 독립 개체 발현 가능(totipotent): 14일, 곧 원시선이 나타나기 이전인 2~4개 세포로 분할한 배아의 경우, 각 세포는 독립적인 개체로 발생 가능하다.

 

• 다양한 조직 발현 가능(pluripotent): 독립 개체 발현 가능 상태보다 더 분화한 배아의 경우, 각 세포는 다양한 조직으로 발생 가능하다.

 

배아줄기세포란 독립 개체 발현 가능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조직 발현 가능한 세포를 일컫는다. 배아에서 분할된 줄기세포를 추출할 때 그 배아는 죽는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어떻게 다양한 조직이 형성되고, 그 조직에서 다양한 기관이 발생하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물론 이 연구를 위해 인간 배아줄기세포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타동물의 배아줄기세포를 가지고도 연구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에 따른 차이 때문에, 타동물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의학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중요하다. 병을 치료하는 데 타동물의 연구 결과보다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원천(source)은 크게 주머니 배아와 배아 생식 세포로 나뉜다.

 

• 약 5에서 7일 정도 성숙한 배아, 곧 주머니 배아(blastocycts)에서 추출한 배아가 정확한 의미에서의 배아줄기세포를 뜻한다.

 

• 임신중절 수술 등으로 얻을 수 있는 태반의 배아 생식 세포(embryonic germ)에서도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으로는 현재 네 가지가 있다.

 

(1) 시험관 수정 IVF에서 남은 잉여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방법

(2) 기증된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배아를 생산한 후,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

(3) 체세포 핵 치환법 SCNT를 이용해 배아를 만든 후,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

(4) 태반의 배아 생식 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

 

줄기세포를 추출할 때 배아가 죽기 때문에, 그리고 기증된 배아 및 난자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이 발생한다. 크게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반대론, 제한적 허용론, 강한 허용론 등으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반대론의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 배아는 개체인 인간의 모든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있다. 배아와 배아로부터 나올 인간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이러한 유전적 동일성은 개인의 정체성에 필요조건이다.

• 더욱이 배아의 증식 과정은 연속적이다. 특정 분할 단계는 반드시 그 전 단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인간 생명은 수정 과정부터 시작된다.

• 배아 또한 개인처럼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배아를 죽이는 행위는 살인 행위이다.

• 타인을 위해 배아를 기증한다고 할지라도,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제한적 허용론의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 원시선 출현 이전의 배아는 일란성 쌍둥이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개체인 인간의 정체성과 배아 발생 과정을 함께 결부시킬 수 없음을 보여준다.

• 배아 증식 과정은 분명히 연속적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인간 생명의 시작 단계가 수정 과정이라는 근거는 없다. 의식 등과 관련된 신경계와 두뇌 등이 출현하기 이전 단계의 배아를 개체로서의 인간으로 볼 수 없다. 수정 과정부터 인간 생명이 시작한다면, 피임도 살인 행위이다.

• 복제에 의한 유전적,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배아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적절한 절차에 의해 법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SCNT 방법은 현재의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 수준을 고려해 적절한 제도적 장치 내에서 허용되어야 한다.

• 배아를 죽이는 것이 살인은 아니므로, 다수를 위해 난자 및 배아를 기증하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정당하다.

• 위험성이 따른다고 모든 연구를 막는 행위는 현재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행위다. 잉여 배아는 어차피 폐기 처분된다. 잉여 배아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해 나쁜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제한적 허용론과 달리, 강한 허용론은 SCNT 등의 사용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 절차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난자와 배아의 기증 과정에 외부의 강요만 없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제한적 허용론은 그러한 기증 과정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강한 허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 초기 배아를 죽이는 행위는 살인 행위가 아니다.

• 현재 복제기술은 불완전하다. 하지만 실패나 부작용 때문에 연구 행위를 가로막는다면, 연구 결과로 얻게 될 혜택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 과거에는 피임이나 시험관 수정에 대해서도 반대 데모가 발생했었다. 피임법과 시험관 수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황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발달할수록,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혐오감은 약화될 것이다.

•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초기 배아를 연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기 배아는 개체로서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 복제기술이 개입하지 않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등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 이식 등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없다.

 

 

9. 질문 상자

 

각 질문에 대해 ‘예’, ‘아니오’ 둘 중 하나에 O을 표기 한 후, 당신의 이유를 간략히 적으세요. 그리고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당신의 입장을 밝혀 봅시다. 다음 10개의 질문에 긍정 혹은 부정한 이유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당신의 최종 입장은 일관성있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Q1. 배아와 그 배아에서 발생할 인간이 유전적으로 동일하다고 해서, 그 배아에게 개체로서의 인간의 정체성(personal identity)을 부여할 수 있을까?

 

예( ), 아니오( )

 

이유:

 

 

 

Q2. 과연 인간의 정체성은 수정 과정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예( ), 아니오( )

 

이유:

 

 

 

Q3. 배아 주인의 동의 아래 기증받은 잉여 배아에 대한 연구는 허용되어야할까?

 

예( ), 아니오( )

 

이유:

 

 

 

Q4. 배아 및 난자를 기증하는 다수의 여성들은 의사에게 속는 것일까?

 

예( ), 아니오( )

 

이유:

 

 

 

Q5. 의사의 설명만 믿고 배아를 기증하는 행위는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악(惡)인가?

 

예( ), 아니오( )

 

이유:

 

 

 

Q6. 과거에는 피임과 인공 수정에 대한 반발이 심했고 심지어 데모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두 피임과 인공 수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복제 기술에 바탕을 둔 줄기세포 연구 결과 또한 미래에는 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시행착오 없이는 기술의 진보와 기술의 진보로 인한 혜택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직은 불완전한 복제기술에 근거한 줄기세포 연구도 허용해야 하는 것인가?

 

예( ), 아니오( )

 

이유:

 

 

 

Q7. 임신 중절 수술은 일종의 살인이다. 그럼에도 임신 중절 수술은 공개적으로 혹은 비공개적으로 사실상 행해지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또한 금지한다고 상책은 아니다. 이에 동의하는가?

 

예( ), 아니오( )

 

이유:

 

 

 

Q8. 잉여 배아는 어차피 나중에 폐기 처분되므로, 잉여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특정 법적 절차에 따라 연구되어야 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예( ), 아니오( )

 

이유:

 

 

 

Q9. 현재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기여할 수 있다. 그러한 난치병을 가진 사람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난자 및 배아를 기증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하는가?

 

예( ), 아니오( )

 

이유:

 

 

 

Q10. 미래에 뒤따를 수 있는 부작용과 위험성 때문에 특정 연구를 금지시킨다면, 이것은 현재의 고통과 기아를 인정하자는 말이다. 이에 동의하는가?

 

예( ), 아니오( )

 

이유:

 

 

 

* 당신은 위 질문 각각에 대해 긍정 또는 부정하고, 그 이유를 간략히 적었습니다. 그 이유들을 바탕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당신의 최종 입장을 밝혀 보세요. 당신은 반대론, 제한적 허용론 그리고 강한 허용론 중 무엇을 지지합니까?

 

 

 

10. 팀별 보고서 작성

 

PTA는 ‘과업 설정’, ‘시민 참여 집단 구성’, ‘정보 설계’, ‘신뢰할만한 정보에 근거한 상호 담론’, ‘국소적 의사결정 구조화’, ‘평가’, ‘관련 기관과의 담론’, ‘권고안 마련’이라는 단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배아줄기세포 연구 TA는 그러한 단계들 중 ‘정보 설계’와 ‘국소적 의사결정 구조화’ 단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맺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에서 ‘관련 기관과의 담론’과 ‘권고안 마련’ 단계를 다룰 수는 없다. 그러한 두 단계를 다루기 위한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여 TA 관련 기관에 제출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보고서를 완성해 보자. 물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TA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팀별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목차에 따른 구성 방식을 갖는 것이 좋다.

 

 

 

I. 배아줄기세포 연구 TA를 하는 목적과 필요성

II. TA의 역사

III. TA의 방법론

IV. 참여적 기술 결과 평가 PTA의 개요

V. 배아줄기세포 연구 PTA의 방법

VI. 배아줄기세포 연구 PTA의 결과

VII. 배아줄기세포 연구 PTA에 대한 평가

VIII. 부록: 배아줄기세포 연구 PTA에서 사용된 자료 및 설문지

 

   

수업 시간에서는 팀별 토의를 거쳐 ‘VI. 배아줄기세포 연구 PTA의 결과’와 ‘VII. 배아줄기세포 연구 PTA에 대한 평가’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