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논술은 논증의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논술이 논증으로만 구성된다는 생각은 착각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논증이 들어가지 않는 논술도 가능하다. 또 지문을 바탕으로 무엇을 논술하라는 문제는 채점자가 있게 마련이고, 문제를 푸는 사람은 채점자를 설득하려는 목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논증이 들어가는 논술에서도, 논증은 설득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채점자가 있는 실전 논술에 논증이 들어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지문을 바탕으로 무엇을 묻는 문제라고 해서, 논증이 반드시 그 무엇을 결론으로 끄집어내는 데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례로 논술 주제가 스포츠의 상품화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해보자. 논증은 주제에 설득력을 갖춰주기 위해 예시로도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논증을 예시로 사용하는 경우, 문제의 주제를 자신의 논증과 잘 어울리도록 재처리하는 것이 좋다.
문. 최근 운동선수의 고유한 몸동작도 특허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률 회사의 주장이 있다. ‘스포츠의 지나친 상품화’라는 주제로 이러한 주장에 대해 비판해 본다면?.
“(1) 특허는 회사가 이윤을 확대시킬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수단이다. (2) 스포츠의 경우, 운동선수의 독특한 동작까지 특허화하여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어느 법률 회사는 프로선수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는 제안을 했다. 선수들의 고유한 몸동작을 특허화하자는 것이었다. 만약 그 법률회사의 제안이 법안으로 채택되어 국회를 통과한다면, 어떻게 될까? (3) 그 동작을 당신이 흉내를 낸다면 특허료를 지불해야 한다. (4) 스포츠의 상품화가 신체의 동작까지도 특허 대상으로 삼을 만큼 확장된다면, 스포츠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구속시켜버릴 것이다.”
위 논술에서 (1)~(3)은 문제의 주제인 ‘스포츠의 상품화’에 대한 예시로서 논증의 성격을 갖고 있다. 자신이 최종적으로 말하려는 바는 (4)으로 서술되었다. 이렇게 논증이 말하려는 것에 대한 예시로 사용되는 경우는 단지 논증이 사용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어느 방식을 택하는 것인가는 글을 구성하는 사람의 몫이다.
어떤 방식으로 논증을 사용할 것인지가 사전에 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글을 쓰다보면 논증이 무의식으로 들어가기 십상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논술이 완성된 된 후 검토 과정에서 자신의 논증의 치밀성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논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글을 쓰는 중에 특정 논증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려고 하다보면 글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망가져 설득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11. (가)를 가지고 (나)에 바탕을 둔 연구 방법의 한계를 지적해 본다면?
(가)
공학의 역사는 자연과 주어진 현상을 모방만해서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례로 과거에는 새나 곤충의 비행을 모방함으로써 인공 비행의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새나 곤충의 비행을 모방만 했다면, 오늘날 비행기는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다. 새나 곤충의 비행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것은 우리에게 비행의 원리를 알려준다. 그러한 원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가벼운 재질의 새털로 구성된 새의 날개와 금속 재질의 비행기 날개는 동일한 비행 원리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구조는 다르다. 다시 말해, 새의 날개와 비행기의 날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행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
지능을 장착한 모든 로봇을 인간처럼 존중해줄 필요는 없다. 인간처럼 존중을 받아야 하는 로봇은 모든 면에서 인간의 특징을 가져야 한다. 실례로 지능을 가진 로봇과 어떤 사람이 서로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대화를 한다고 해보자. 그 사람이 대화 상대자를 로봇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그 로봇을 사람처럼 여기고 대우해야 한다. 따라서 인공 지능 연구는 인간 지능을 모방하려는 방법론에 근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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