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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TC 논술팁: 글 완성도 높이기(2009년 성대 문제)

착한왕 이상하 2012. 11. 9. 00:05

* 다음 자료를 이상하의 허락 없이 변형하여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글 완성도 높이기

- 근거들의 관계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 -

 

 

대입 논술 제시문이 쉬워지면서, ‘체화된 글쓰기’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완성도 높은 글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제시문 구성 방식과 주어진 논제에 의존적이다. 하지만 과도한 입시 경쟁을 고려할 때 채점자에게 완성도 높은 글로 보이도록 하는 위장술은 있다. 그러한 위장술에 대해서는 침묵하겠다. 여기서는 주어진 제시문들에서 공통된 입장을 찾아 분류하라는 방식의 논술 문제에 국한해 ‘근거들의 관계’에도 주의해야 완성도 높은 글을 구성할 수 있음을 밝힐 것이다. 먼저 두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현행 출제 방식의 논술은 글 구성 능력을 평가하는 것과 무관하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객관식 시험 등에서 평가하기 힘든 구성 능력을 글쓰기를 통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구성 능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런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자세히 다룰 수 없고, 또 다루어 보아야 나에게는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행 출제 방식의 논술 문제를 아주 괘씸하게 여긴다는 개인적 입장만 밝힌다.

 

둘째, 근거들의 관계들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평소 훈련에 의해 체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체득되지 않은 상태의 학생은 어차피 여기서 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 글 구성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다룰 논술 문제 유형은 다음과 같다.

 

• 주어진 <제시문 1>~<제시문 4>에서 서로 공통된 입장을 함축하고 있는 것들로 분류하고 그 이유를 논하라. (혹은 서로 상반된 두 입장을 찾아 분류하고 그 이유를 논하라.)

 

실례로 주어진 제시문들에서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입장은 거의 일치한다고 하자. 이때 두 제시문에 나타난 근거들을 서로 양립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 구성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공통된 입장을 함축한 두 제시문들이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고 하자.

 

<공통 입장 찾기 구조>

P1, P2, ..., Pi      Q1, Q2, ..., Qj

          A                       A

A는 두 제시문에 공통된 입장이며, ‘P1, P2, ..., Pi’은 <제시문 1>의 근거들, 그리고 ‘Q1, Q2, ..., Qj’는 <제시문 2>의 근거들이다. 그리고 ‘P1, P2, ...., Pi, Q1, Q2, ..., Qj’는 서로 양립 가능하다.

 

<공통 입장 찾기 구조>를 갖는 논술 문제 유형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 입장은 실제로는 몇 개의 근거들이 아니라 광범위한 이론 체계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논술 문제에 제시된 입장은 주어진 근거들만으로 완전히 정당화될 수 없다. 동일 입장에 대해 서로 다른 근거들을 갖는 두 제시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통 입장 찾기 구조>를 갖는 논술 문제를 푸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근거들을 단순 나열 혹은 배열하는 방식의 쓰기’이다. A라는 입장을 글 시작이나 말미에 밝히고 주어진 근거들을 나열하거나 적절하게 배열하는 것이다. 대교협 자료나 시중 학원 예시 답한 해설을 보면, 이러한 방식의 글쓰기는 다음 방식의 도표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제시문 1>

<제시문 2>

근거들 P1, P2, ..., Pi

근거들 Q1, Q2, ..., Qj

 

그러나 다른 학생의 답안과는 눈에 띄는 완성도 높은 글을 완성하려면, 근거들의 관계에도 주의해야 한다. 근거들을 단순 나열 혹은 배열하는 방식의 글쓰기가 유효한 경우는 근거들 ‘P1, P2, ..., Pi’와 ‘Q1, Q2, ..., Qj’의 관계가 서로 독립적일 때로 국한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근거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새로운 근거를 보충하여 입장 A를 정당화해야 하다. 이때 정확한 배경 지식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물론 그러한 배경 지식의 활용은 현행 논술에서는 그리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현행 논술에서 근거들을 단순 나열 혹은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하여 합성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 근거들 ‘P1, P2, ..., Pi’와 ‘Q1, Q2, ..., Qj’들을 살펴보면, 특정 핵심어가 중복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 두 종류의 근거들을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따라서 근거들을 단순 나열 혹은 배열하는 방식의 글쓰기는 완성도 높은 글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입장 A의 핵심적인 근거 Qi를 뒷받침해주는 근거 R이 ‘P1, P2, ..., Pi’에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 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 R을 보충시켜 ‘P1, P2, ..., Pi’와 ‘Q1, Q2, ..., Qj’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써야 완성도 높은 글이 나온다.

 

위와 같은 경우는 현행 논술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를 2009학년도 성균관 대학 논술 문제를 변형한 것을 통해 살펴보자.

 

[논제] 다음 두 제시문에 공통된 입장을 찾아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제시문 1>

인간의 사회활동이나 경제적 행위는 외형적으로는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저변에는 일정한 질서가 작동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행태는 동일한 조건 하에서 일정한 유사성을 보이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동일한 준칙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분업과 교환을 토대로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도처에서 그러한 인간행위의 보편적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 … 자생적 질서는 인간들이 각자 자신들의 지식을 동원하여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더라도 혼란상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조정되는 질서이다. 자생적 질서의 대표적 예는 시장경제 질서이다. 질서를 잡는 주체가 없어도 시장경제에서는 이를 구성하는 경제주체들의 자율적인 행동에 의해 스스로 질서가 형성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혼란에 빠지고 위기에 빠질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시장경제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질서가 생겨난다. 질서를 만들어 가는 ‘보이지 않는 힘’은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제시문 2>

세계화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경제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으며, 동시에 정치적인 측면을 가진다. 왜냐하면 세계화를 억제하자는 주장은 불가피하게 국가권력의 확장과 개인의 자유 상실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개인의 자연적인 욕망을 억압하며, 당연한 경제활동을 범죄로 만들고, 일상생활의 문제들을 정치적 결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더욱 촘촘한 규제와 수많은 법들을 양산하기 마련이다. 이 점은 지난 20~30년 동안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잘 알려져 있다. 세계화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여러 민주적 권리, 특히 우리 모두에게 값비싼 권리인 자신의 관심사를 돌보며 휴식하는 권리를 뿌리째 뒤흔드는 것과 같다. 아침식사로 30여종의 시리얼 중 무엇을 먹을지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진짜 중요한 자유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견해의 차이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를 문제로 삼는다면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쓰라린 경험이 확인해 주듯이 (세계화에 의해 제공되는 국경을 초월하는 선택의 가능성을 제거하는데 불가결한) 국가권력의 확장은 사악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로 자유무역이 그보다 더 중대한 가치들을 위해서 양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십억의 사람을 빈곤으로부터 끌어내는 것, 개인의 선택과 발전의 기회를 창조하는 것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존재하는가? 자유 시장경제는 그 본성상 글로벌한 것이며, 인류의 모험 중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의 모험이다.

 

공통 입장을 언급한 후 근거들을 도표로 표상한 방식의 해설을 본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해설에 따른 다음과 같은 구성의 답안은 완성도 높은 글이라 할 수 없다.

 

<제시문 1>과 <제시문 2>에는 ...... 라는 입장이 깔려 있다. <제시문 1>에는 그 입장에 대한 이러이러한 근거들이 나타나 있다. <제시문 2>에는 이러이러한 근거들이 나타나 있다.

 

위와 같은 구성 방식의 답안은 근거들을 단순 나열 혹은 배열한 방식의 글이다. 그런데 <제시문 2>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제시문 1>의 핵심 개념인 ‘자유 시장 경제’를 ‘세계화’와 연관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자유 시장 경제는 그 본성상 글로벌한 것이며, 인류의 모험 중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의 모험이다’라는 부분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두 제시문의 근거들이 서로 독립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를 알아 챈 어떤 학생은 다음과 같은 구성의 글을 쓴다.

 

<제시문 1>과 <제시문 2>에는 ...... 라는 입장이 깔려 있다. 블라 블라 ...... 시장 경제는 ...... 블라 블라. 그러한 (또한) 자유 시장 경제는 본질적으로 세계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화를 억압하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를 억압하는 것이며,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블라 블라 ...... 블라 블라.

 

그러나 위와 같은 구성 방식의 답안도 완성도 높은 글이라 할 수 없다. <제시문 1>을 잘 살펴보면, 그 근거들을 가지고 ‘자유 시장 경제가 그 본성상 글로벌하다’는 것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정부가 자유 시장 경제를 존중해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를 억압하지 않는다면, 개인이 반드시 한 국가의 시장에 종속될 본질적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성도 높은 답안은 이러한 이유를 보충 시켜 근거들을 재구성한 것이어야 한다.

 

<제시문 1>과 <제시문 2>에는 ...... 라는 입장이 깔려 있다. 블라 블라 ...... 시장 경제는 ...... 블라 블라. 시장 경제에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거래를 억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 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경우 개인 간 거래가 반드시 한 국가의 시장에 종속될 본질적 이유는 없다. 따라서 자유 시장 경제는 본질적으로 세계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계화를 억압하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를 억압하는 것이며,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블라 블라 ...... 블라 블라.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색과 무관하게 각종 신문사는 입시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한다. 매일 글쓰기에 관한 온갖 기사가 뜬다. 하지만 글 구성 및 패턴 변화 자체가 아직은 깊게 연구되지 않은 분야이다. 그런 기사에 이름을 장식하는 자들은 내 눈에는 대부분 사기꾼들이다. 현재 대부분 신문사는 그러한 사기꾼과 결탁하여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집단에 불과하다. 이러한 평가는 학원을 포함한 현행 사교육 업체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해당한다. 이글을 읽은 학생은 먼저 대교협 사이트에 들어가 논술 자료집을 내려 받기를 권한다. 매년 나오는 자료집의 내용이 양질이라 할 수는 없으나 학생들을 현혹하는 사교육 업체의 자료 내용에는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위에서 간략히 다룬 제시문을 포함한 성대 논술 문제를 찾아서 직접 써보기를 권한다. 해당 문제는 실제로는 네 개의 제시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다음의 기준을 고려해 왜 <제시문 2>와 <제시문 3>에 대해서는 근거들을 나열 혹은 배열하는 방식으로 써도 되지만, <제시문 1>과 <제시문 4>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지를 곰곰이 따져 가며 답안을 직접 완성해 보길 권한다.

 

• 근거들 ‘P1, P2, ..., Pi’와 ‘Q1, Q2, ..., Qj’들을 살펴보면, 특정 핵심어가 중복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 두 종류의 근거들을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따라서 근거들을 단순 나열 혹은 배열하는 방식의 글쓰기는 완성도 높은 글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입장 A의 핵심적인 근거 Qi를 뒷받침해주는 근거 R이 ‘P1, P2, ..., Pi’에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 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 R을 보충시켜 ‘P1, P2, ..., Pi’와 ‘Q1, Q2, ..., Qj’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써야 완성도 높은 글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