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쓰레기 입시 논술, 면접, 수능언어

서울대 2011 논술 문제를 통해 본 <진보적 프로그램>의 필요성

착한왕 이상하 2012. 9. 9. 00:07

* 서울대 문제를 가지고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지 않게 만든다. 아무튼 ...

 

 

서울대 2011 논술 문제를 통해 본 <진보적 프로그램>의 필요성

 

은유적인 상징적 표현을 빌려 현재 돌리고 있는 프로그램을 둘로 구분하라면, <진보적 프로그램>과 <보수적 프로그램>으로 구분하고 싶다. <진보적 프로그램>은 단순 입시 위주가 아니라 학생들이 성장해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거나, 인생의 난관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통합 교육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보수적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입시 교육 프로그램이다. <보수적 프로그램>의 기본 방식은 '반복 훈련', '기출 및 변형 문제 분석'으로서 학생을 원하는 곳에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진보적 프로그램>은 총 10권의 <사고 훈련> 중 3권, 그리고 적성 진로 탐색을 위해 과학, 인문, 경제, 정치, 심리 등 영역 별로 필요한 배경 지식을 익히고 지식을 사용해 보는 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 3학년부터 시작한 학생들은 여기에 덧붙여 MP(Mathematical Proof)와 PS(Problem Solving) 과정을 더 배운다. 아예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한 학생들은 중학교 3학년까지 이 모든 과정을 다 배운다. 그러한 학생들은 PD(Pattern Discovery)와 TS(Theoretical Systematization) 과정도 배운다.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한 학생들은 수능 문제 등을 풀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선행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단계를 거쳐 선행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얼핏 생각하면, <진보적 프로그램>은 현행 입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학 입시가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며, 대학은 단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대학이 사회 구성원 대다수보다는 소수에게 그러한 수단으로 간주되는 사회일수록 바람직한 사회이다. 이제 <진보적 프로그램> 일부를 이수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전 논술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는 등 <보수적 프로그램>을 조금씩 돌려야 하기 때문에, <진보적 프로그램>도 현행 입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한다.

 

좋은 내신과 수능 성적만으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내신이 좋으면 우선 선발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지, 원하는 학교의 합격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입학사정관제나 수시를 지원하는 경우가 실제 입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공별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선택하도록 해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아마 조금 지나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공을 정해 입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각종 사교육 업체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 업체의 말에 현혹당하면, ‘게임은 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업체 관련자들은 각 전공에 대핸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더욱이 현 공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런 업체의 말은 ‘부모가 자식의 전공을 정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또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경우 전공 연계 자기소개서뿐만 아니라 서평 논문 등도 필요하다. 수시에서는 전공 별 제시문을 바탕으로 한 심층 면접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논술은 내년까지는 수시 등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행 방식의 논술은 아마도 후년부터는 사라지거나 지금보다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적 프로그램>은 전공 탐색뿐만 아니라 면접 및 논술에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서는 2011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진보적 프로그램>이 논술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해당 년도 논술 문제의 논제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제시문 1 - (나)

과학적 주제를 탐구하려면 과학적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과학적 사고의 첫째 요소는 기존 지식에 대한 반성이다.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는 기존 지식에 대한 반성적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갈릴레이는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적 사고의 둘째 요소는 지식의 정량화이다.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면 막연히 ‘더 빨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몇 배 더 빠른지 정량화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가벼운 물체와 무거운 물체를 같이 붙여서 떨어뜨리면 전체 무게는 더 무거워지므로 무거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도 있고, 무거운 물체의 속도보다 가벼운 물체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더 늦게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정량화해 보면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떨어진다는 생각의 문제점을 알게 된다. 지식을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측정이 필요하다. 과학적 사고의 셋째 요소는 지식에 대한 실증적 검토이다. 지식은 검증되어야 하며, 실험은 그 검증 과정이다. 무게가 다른 두 물체를 실제로 떨어뜨려 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검증이란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실제 상황에서는 다양한 변인(變因)이 존재한다. 실험은 이 변인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실험은 관찰과 차이가 있다. 과학적 사고의 넷째 요소는 지식(가설)의 반증 가능성이다. 과학적 명제는 반증이 가능하도록 명료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과학적 사고의 다섯째 요소는 개별지식을 모아 합리적 체계로 설명하는 것이다.

 

제시문 2 (상당히 긴 해당 제시문은 다음 링크한 곳에서 볼 수 있다.)

http://blog.daum.net/goodking/459

 

논제 2. 【제시문 1】 (나)에서 기술된 과학적 사고의 다섯 요소’를 【제시문 2】에서 찾아 설명하시오.

 

이제 <진보적 프로그램>이 고등학교 1, 2학년 때에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으나 입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유를 위 논술 문제에 국한해 설명해 보자. 그러한 설명을 간략하게 그리고 쉽게 하는 방법은 몇 가지 물음에 답하는 방식일 것이다.

 

 

[물음 1] 올해부터 서울대 논술은 정시 인문계에만 남아 있다. 정시 인문계에서 논술 비중은 작은데, 굳이 서울대 논술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는가? 더욱이 서울대 인문 논술의 특징은 논술이 합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대학들과 다르다.

 

서울대 인문 논술은 단순히 주어진 제시문 속의 정보들을 이끌어내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더 일반적인 주장을 이끌어 내고 특정 관점 아래 구성하거나, 제한된 정보를 사용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등 에세이 쓰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시 답안 위주로 진행되는 논술 훈련 방식은 서울대 논술에 대비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그리고 에세이 쓰기 방식의 서울대 논술이 정시 전형에서 비중이 작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서울대 정시 전형의 경우, 대부분 학생들의 내신 및 수능 등급은 매우 높다. 그렇다고 모두 논술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내신 및 수능 등급에서 약점을 가진 학생은 특히 논술을 잘 구성해 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에세이 형식의 글을 구성할 수 있는 학생은 다른 대학 논술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서울대 논술 문제는 다른 대학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더 양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절대 서울대 교원과 다른 대학 교원 사이의 수준 차에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이 나라 대학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그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는 여기에서는 함구한다.

 

 

[물음 2] <진보적 프로그램>에서 현행 논술 문제들을 거의 다루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논제 2에 대한 만족할만한 논술이 갖추어야 할 두 조건을 알아보자. 그 두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첫째, 과학적 사고방식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들에 해당하는 각각의 사례들을 제시문 2에서 찾아 재구성하여 써야 한다.

• 둘째, 케플러의 종교적 신념이 그의 과학적 탐구 과정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과학적 사고방식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음을 논의해야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심지어 1학년부터 논술을 준비해 온 학생이라고 해도 논제 2에 대해 위 두 조건을 만족하는 글을 구성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구성 능력은 비문이 난무하거나 그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현행 논술 기출 문제를 많이 푼다고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구성 능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현행 논술 기출 문제보다는 ‘엄격한 논증 체계를 갖춘 단문을 바탕으로 한 글 구성 훈련’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한 훈련을 받은 학생은 몇 세트의 기출 문제들을 풀어 보는 것만으로도 현행 논술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

 

 

[물음 3] <진보적 프로그램>을 일부라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은 논술 전형에서 불리한가?

 

그렇지 않다. 현행 논술은 제시문 없이 배경 지식에 근거해 특정 논제에 대한 글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논술은 기출 문제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 물론 제시문이 쉬워지는 경향을 고려한다면, 글 구성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 경우, <진보적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이 유리할 것이다. <진보적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이수한 학생들은 논술보다는 오히려 심층 면접이나 전공 연계 자기소개서 작성, 독서 이력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작성 등에서 더 큰 강정을 보인다. 그런 학생이 독서 이력을 완성할 때 인터넷에 떠도는 혹은 판에 박힌 독후감 방식으로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저자와의 대화 방식으로,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 아래 책 내용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학습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러한 얘기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반 학생들 부모들에게만 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저학년 반 학생들 부모들에게도 하려고 한다. 부모가 입시 때문에 불안해하고 그 불안한 심리가 자식에게 전달되면, 학생들은 그 두 배 이상으로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불안한 심리는 입시 준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런 근거 없이 ‘지금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라고 말해도, 부모라면 누구나 그 말에 동감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나마 아이들이 편안한 심리 상태에 머무를 수 있도록 노력하자. 엄격하고 고된 훈련도 마음 편한 상태의 사람이 더 잘 견디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최근 늘어나는 영어 에세이 쓰기에 대한 효과적인 준비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