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GCTC 청소년 교육

남존여비 사상과 사대주의 사상은 지금 사라졌을까?(신민주 중1)

착한왕 이상하 2013. 5. 28. 01:39

* 다음은 2개월 사고훈련을 하고 중학교 1학년 민주가 쓴 첫 번째 에세이다. 아주 잘 쓴 것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각 주제마다 한 편 정도만 가끔씩 올리는데, 이 번에는 민주 것으로 택했다.


남존여비 사상과 사대주의 사상은 지금 사라졌을까?

- 헨드릭 하멜의 <하멜표류기>를 읽고 -


신민주(중 1)


이 책을 읽게 된 동기


예전에 학교에서 <하멜 표류기>에 대한 내용을 배웠었는데,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멜표류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왜냐하면 하멜 일행이 오직 조선을 탈출하려는 사건들만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하여 좀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남존여비 사상 등 오늘날과 조선의 사회에 공통된 문제점 등을 <하멜 표류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멜 표류기>가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조선을 최초로 유럽에 알린 책’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의 뿌리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멜표류기>에 대한 소개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 선원으로 1653년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도중 일행 36명과 함께 제주도에 표류했다. 1666년 억류생활 끝에 탈출하여 1668년 귀국했다. <하멜표류기>는 당시 조선의 경험을 기록한 ‘하멜일지’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하멜일지’는 조선의 지리·풍속·정치·군사·교육·교역 등을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기록이다.

하멜은 조선에서 머문 13년 동안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동인도 연합 회사에 ‘자신의 억류 생활 기록’을 보고서로 제출했다. 우리가 읽는 <하멜 표류기>는 그의 보고서를 각색한 것이었다. 심지어 코끼리와 악어가 등장하는 엉터리 하멜 표류기도 있다. 그러한 엉터리 하멜 표류기에서 우리는 조선에 대한 당시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출판업계의 상술을 엿볼 수 있다.


하멜이 조선에서 겪었던 일을 다룬 기존 책들의 허구성을 지적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학자 후틴크였다. 후틴크는 네덜란드 식민지 관련 기록 문서를 조사하던 중 하멜일지의 정본을 발견했다. 하멜일지는 하멜이 조선에 억류된 기간 동안의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동인도 연합회사에 제출한 서류였다. 후틴크는 1920년 하멜일지 정본과 함께 하멜의 조선 억류 생활을 다룬 기존의 책들의 허구성을 밝힌 책을 출판했다. 비스가 이 책을 영어로 번역했고, 김태진이 비스의 영역본을 우리말로 옮겼다.


<하멜 표류기>는 하멜 일행이 년도 별로 겪었던 일이 구성되어 있다. 1653년부터 1654년까지의 기록은 배가 난파되어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 과정, 제주도에 도착한 후의 억류 생활, 서울로 이송되어 훈련도감에 편입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당시에 효종은 하멜 일행이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이 국외로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55년 기록에는 하멜 일행이 왕의 명을 어기고 청나라 시신과 접촉한 사건이 서술되어있다. 이로 인해 하멜 일행은 곤경에 처하게 되고 조선의 관료들은 네덜란드 인들이 조선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청나라에 알려지지 않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위기에 처한 하멜 일행은 왕의 선처로 목숨을 건지게 되지만, 1656년 각자 흩어져 전라도로 유배되어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하멜의 생활은 어떤 관리가 부임하는가에 따라 궁핍하거나 편했다. 1662년에서 1664년까지의 기록에는 하멜의 눈에 비친 조선의 풍습이 나타나 있다. 왕의 권력이 절대적인 곳 등 당시 조선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다.


1666년의 기록에는 하멜이 배를 구해 7명의 동료와 함께 조선을 탈출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멜 일행은 일본 고토 섬에 도착했다가 나가사키로 후송되어 약 1년을 머문 후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멜 표류기>는 하멜이 조선 억류 기간 동안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동인도 연합회사에 제출한 보고서였다. 하멜은 전문 지식을 가진 학자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하멜 표류기>에서 당시 국제 정세에 대한 구체적 평가나 조선 문화를 중국과 일본과 비교한 대목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조선이라는 나라를 유럽에 알린 최초의 기록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멜 표류기>가 갖는 역사적 의의는 크다.



남녀 차별 문제


하멜 표류기에서 남존여비 사상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남녀가 다르게 대우받았다. 지금은 시대가 변화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남존여비 사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라졌을까?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 힘들게 만드는 통계 자료가 있다.

위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취업률의 남녀 간 격차는 매년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성 대비 남성의 정규직 취업률은 여성보다 7.1% 높다. 이는 여전히 높은 고용구조의 성차를 보여준다. 고용구조에서 그러한 남녀 간 성차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이 가정이 생기고 출산을 하게 되면 출산휴가를 하게 된다. 직장에서는 그런 출산 휴가로 인해 손해를 본다고 여긴다. 또한 직장에서는 여성들이 30~40대가 되면 결국 일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은 30~40대에 자식 교육 등으로 인해 가장 활발하게 일하고 싶어 한다. 결국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여성들은 가정을 짊어지는 노예가 되고 남성들은 돈을 버는 기계가 된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이 남성과 이혼하면 다시 재혼할 수가 없었던 반면에 지금은 남성과 이혼하면 다시 재혼을 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보다 안정된 직장을 찾기 힘들다. 또 직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남성들보다 진급률이 낮다. 따라서 남존여비사상은 사라졌지만 남녀차별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사대주의 문제

 

하멜 표류기를 읽다보면 당시 조선 사람들은 오로지 중국만을 떠받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오로지 중국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던 조선시대와 달리 오히려 중국 사람들에게 별명을 붙이고 놀리며 비하하고 있다. 대신 우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대주의 사상이 사라졌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미국에만 의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고도 과연 사대주의 사상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미국인이 원어민교사를 하러 한국에 올 때, 대학을 다녔다는 자격이면 충분하다. 우리나라에 올 때 한국어 시험을 거치지 않고 와서 숙소까지 제공받는다. 월급도 우리나라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도 이런 식으로 원어민교사를 불러 오지 않는다. 대학을 다녔다는 자격만을 갖고 원어민교사나 학원 강사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인들 중에는 범죄자들도 있다. 그들에 관한 기사가 종종 신문에 나곤 한다. 이런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만약 지금보다 더 잘 살게 되어서 미국을 앞지르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미국이 우리나라 교사들을 초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미국은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영어 자격시험을 거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원어민교사도 파견될 나라 언어를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오는 원어민교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고작 대학 졸업이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원어민교사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니, 정말 한국에 관심을 가진 원어민교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원어민교사들은 그저 편하게 돈을 벌고 싶어 한국에 왔을 것이다.

 

우리가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들을 보면 그 사람들을 굉장히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들이 과연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뿐 일까? 필리핀 노동자들 중에는 오히려 우리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단지 집안의 경제사정이 어려워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한국에 온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은 필리핀 노동자들을 깔보고, 미국에서 온 백인들에 대해서는 잘 대해주는 성향을 보인다. 사실 누구를 존중해야 하는가는 인종이나 출신 성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은 미국적인 것을 무조건 추앙하고 본받아야 할 것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민주의 결론

 

하멜 표류기를 처음 읽었을 때, 오로지 조선을 탈출하려는 하멜의 의지만이 나타나있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하멜 표류기가 조선의 상황을 생생히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니 두 가지의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흥미로운 점은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남존여비사상이고,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사대주의 사상이다. 오늘날 조선시대의 남존여비사상과 사대주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남녀차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또한 과거에는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가 이 땅을 지배했다면, 오늘날에는 미국중심의 사대주의가 이 땅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