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2개월 사고훈련을 하고 중학교 3학년 아현이 쓴 첫 번째 에세이다. 아주 잘 쓴 것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각 주제마다 한 편 정도만 가끔씩 올리는데, 이 번에는 아현의 것으로 택했다.
영국에서 추리 및 미스터리 장르 소설이 탄생한 배경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고- 최아현(중 3)
글을 읽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부모님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사다주셔서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은 당시에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갔다. 고학년이 되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다시 읽어보니 꽤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한 과학자가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려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부터 시작해 <셜록 홈즈>시리즈, 그리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의 추리 및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접하면서 문득 든 의문이 있었다. 그 의문은 다음과 같다. 어째서 <셜록 홈즈>시리즈의 저자 코난 도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저자 아가사 크리스티를 비롯해 유독 영국에서 추리 및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이 많이 나왔을까? 영국에서 나온 많은 추리 및 미스터리 소설들을 읽어 보면, 특유의 공통점이 한 두 개씩 발견이 된다. 예를 들면, 안개가 자욱하게 낀 도심 속의 빈민가라던가, 해부학을 포함한 과학적 지식을 가지거나 지능적인 살인자들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공통점은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내가 마치 탐정이 된 기분으로 읽어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1800년대의 당시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실제 일어났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병원과 대학에 해부용 시체를 팔 목적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하는데, 스티븐슨은 그런 사건들을 듣고 성장했다. 어쩌면 그러한 살인 사건들이 영국에서 추리 및 미스터리 소설들을 발달시킨 요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선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스티븐슨에게 영향을 미친 살인 사건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 19세기 런던 빈민가 뒷골목 -
1.<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대략적인 줄거리 의사 지킬 박사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대표한다. 그런 지킬 박사는 인간의 선과 악을 약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드디어 지킬박사는 선과 악, 두 가지 모습을 분리하고 고립시킬 수 있는 약품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자신에게 복용해 본다. 한밤중에 약을 몰래 복용한 지킬박사는 악한 모습의 하이드로 변하게 되고 하이드가 되어 살인을 포함한 온갖 추악한 짓들을 하고 다닌다. 지킬 박사를 하이드로 바꾸는 약품의 복용 횟수가 반복되자 중독이 되어버리고, 마침내 하이드는 지킬 박사가 반작용제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게 되었다. 지킬 박사는 더 이상 하이드에서 지킬박사로 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약품의 반작용제는 효력을 잃게 되고, 반작용제의 주요 물질인 ‘소금’을 얻지 못해 지킬박사는 자신이 하이드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죽음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은 죽음을 택한다. 이렇게 지킬박사의 자살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2.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연관된 살인 사건들 산업 혁명기의 영국 빈민가 뒷골목에서 많은 살인 사건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회에 여러 직업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왕권이 약해지면서 사람들은 그 전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산업 혁명기는 이러한 긍정적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 측면도 갖고 있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도시 곳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가 생겨났다. 그러한 빈민가 뒷골목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들이 발생한 것이다. 여러 살인 사건들 중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연관시켜 볼 수 있는 것으로 ‘잭 더 리퍼’와 ‘버크와 헤어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두 사건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출간된 후 런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다. 올드 잭이라 불리는 범인은 최소한 다섯 명의 창녀를 살인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건만 다섯 건이다. 위, 자궁 등을 잘라내고 복부를 절개하는 등의 살인방법을 보면 올드 잭은 해박한 해부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단 한가지의 단서만을 남겼는데, 살인 현장에는 “유태인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The jews are the men that will not be blamed for nothing)”라고 영어로 휘갈겨 써져 있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올드 잭은 유태인일 가능성이 있다. 올드 잭의 살인 사건은 <프롬 헬(Fom Hell)>이란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올드 잭은 살인 사건 후 125년 동안 잡히지도 않아 처벌되지도 않았다.
- 잭 더 리퍼 상상화 -
② 버크와 헤어 사건 버크와 헤어는 인체 해부를 필요로 하는 대학 병원에 사체를 공급하였다. 그러나 그 사체라는 것이 살인이라는 방법을 통해 얻은 것이다. 버크와 헤어는 1827년에서 1828년 사이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버크와 헤어는 로버트 녹스라는 교수에게 시체를 조달하는 일을 하였다. 처음에는 묻힌 지 얼마 안 된 시체를 도굴하여 시체를 녹스에게 넘겼으나, 유족들이 무덤을 지키고 있자 살인이라는 방법을 통해 해부용 시체를 확보한 것이다. 결국 경찰들에게 잡혔지만 버크와 헤어 둘 중 버크만이 교수형 선고를 받았다. 헤어가 버크의 살인에 대해 증언하는 대가로 불기소되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버크와 헤어 사건에 분노했다.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버크는 공개 해부당했다. 버크의 유골은 에든버러 의대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 고민하면서 선생님에게 물어본 결과, 이러한 사건들의 원인으로 18, 19세기 영국의 부적절한 의료 정책이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스티븐슨의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버크와 헤어 사건을 중심으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 버크의 공개 교수형을 묘사한 삽화 -
3. 영국의 부적절한 의료 정책 인체 해부는 고대에는 흔하지 않았지만 가끔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 ‘인체 해부’는 ‘생체 해부’가 아니라 ‘사체 해부’를 뜻한다. 기독교가 유럽에 정착하면서 인체 해부는 금지되었다. 중세를 거치면서 14세기 초 이탈리아 볼로나 대학을 거점으로 다시 인체 해부가 허용되었다. 인체 해부 전통은 15세기를 지나면서 유럽 각지에서 부활하게 되었다. 유럽 각국은 해부에 관한 구체적인 법령을 마련했다. 반면에 영국은 해부 시행 수만 왕령으로 규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법령을 마련하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 외과술을 담당하는 이발사들과 약사들이 연합한 길드 조직이 인체 해부를 주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들도 그 조직에 합류하였다. 헨리 8세는 1541년 일 년에 네 번으로 인체 해부를 국한한다는 왕령을 통과시켰다. 찰스 2세는 인체 해부는 일 년에 여섯 번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일 년에 여섯 번밖에 해부를 못하는 외과술 담당의 의사들이 도굴꾼들의 힘을 빌려 시체를 얻거나, 도굴한 사건이 벌어졌다. 버크와 헤어 사건이 벌어지자, 시민과 정부, 시민과 의사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공식적 법령을 마련해야한다는 입장이 지지를 받았다. ‘Anatomy Act’로 불리는 그 법령은 비숍, 윌리엄스, 메이 삼총사가 런던 일대에서 저지른 또 다른 ‘해부용 살인 사건’이후 1832년에 제정되었다. 이 법률은 종교적 교리 해석을 배제하고 의학적 실습 차원에서만 해부를 허용하며, 해부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 법령은 이후 미국과 오스트리아의 근간이 되었다. 스티븐슨은 버크와 헤어 사건을 듣고 성장했다. 이러한 배경이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깔려 있다. 이처럼 18,19세기의 수많은 시체 도굴, 살인 사건 등 어두운 과거로 인해 영국은 추리 및 미스터리 소설의 원조가 될 수 있었다. 시체 도굴 및 해부용 살인 사건이 유독 영국에서 많이 발생한 이유로 18, 19세기의 영국의 부적절한 의료 정책을 들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작품이 꼭 도덕적으로 올바르거나 사회에 긍정적인 것들을 바탕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주는 사건은 끔찍한 살인 사건 등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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