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자연철학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6. Why The Third Man?

착한왕 이상하 2015. 4. 12. 23:54

6.

3의 사람 논증 TMA에 대한 현재 대세인 구성 방식과 블라스토스의 구성 방식을 비교해 보는 것은 플라톤의 지적 발달 과정을 추적하는 데 두 가지 접근법이 가능함을 분명히 해준다. 첫 번째 접근법은 플라톤도 여느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적 혼란 혹은 혼선에 빠질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의 저술들을 분석해 나가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블라스토스는 자신이 TMA에서 발견했다고 여기는 플라톤의 지적 혼선을 바탕으로 플라톤의 지적 겸손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자가 후자에 대한 근거로는 너무나 불충분하다. 그럼에도 첫 번째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면, 플라톤의 저술을 대할 때 그에게서 정합적 형상론을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실 플라톤이 생각한 형상론은 그의 초기, 중기, 후기로 이어지는 문헌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플라톤의 지적 발달 과정에 대한 두 번째 접근법은 플라톤이 정합적인 형상론을 완성시켰다고 가정하고 그의 저술들을 분석해 나가는 것이다. 그의 <파르메니데스>에 국한해 생각할 때 이러한 접근법은 TMA 문제에 대한 메인왈드의 해결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파르메니데스>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경우, TMA 문제에 대한 플라톤의 해결 방식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즉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반론이 있다. 만약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이 <파르메니데스>에 함축되어 있다면, TMA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4]에서 살펴본 TMA 문제가 성립하려면 TMA는 우선 타당성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블라스토스의 TMA구성 방식은 SPNI의 양립 불가능성으로 인해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접근 방식 옹호자가 이러한 반론을 피해 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설령 <파르메니데스>에 함축된 TMA가 블라스토스의 구성 방식에 가까운 것일지라도, 이것은 사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두 번째 접근법 옹호자들 다수는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물음은 현재 대세인 구성 방식에 근거한 TMA 문제에 대한 플라톤의 해결 방식이 <파르메니데스>에 있는가?’이다. 메인왈드는 그 물음에 대해 긍정하는 인물들 중 한 명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 가능한 그녀의 TMA 문제 해결 방식에서 분명해 진다.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에 따를 때, TMA 무한 후퇴 논증은 타당하다.

플라톤은 TMA 무한 후퇴 논증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는 그 논증을 건전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어떻게 TMA 무한 후퇴 논증을 피해 나갈 수 있는지가 플라톤 해석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TMA 문제를 다룬 학자들 모두가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 전체를 면밀히 분석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플라톤이 두 가지 술어 해석 방식을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다른 것과 관계맺는 술어 해석IA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 해석IH이다.

TMA 무한 후퇴 논증은 IAIH의 구분을 무시했을 때 성립한다.           

따라서 TMA 문제에 국한해 생각할 때, 플라톤은 그 문제에 대한 정합적 해결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정말 메인왈드의 플라톤 해석에 따른 다른 것과 관계맺는 술어 해석IA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 해석IH의 구분을 바탕으로 TMA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는가? 이 물음에 대해 긍정할 수 없다. 왜 그런지를 따져 보는 가운데, <파르메니데스>에 나오는 무한 후퇴 논증을 3의 아름다움 논증혹은 3의 정의로움 논증이 아니라 3의 사람 논증으로 명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기를 추정해 본다.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경험적 대상들의 영역을 사람들의 모임으로 국한하자. 또한 형상들의 세계를 정의로움 그 자체 J’, ‘덕 있음 그 자체 V’, ‘사람 그 자체 H’, ‘젖먹이동물 그 자체 M만으로 구성된 세계로 가정하자. 플라톤의 존재론에 따르면, 사람들이라는 경험적 대상들은 그러한 형상들에 참여 한다. 사람들이 형상에 참여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술어 해석 방식은 일반적으로 IA에 따른다. 반면에 형상들에 대해서는 IH의 술어 방식이 적용된다.

 

형상들 J, V, H, M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에게는 경험적 대상들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형상들은 시공간적 크기를 결여한 추상적 존재들이기 때문에 경험적 대상들의 모임이나 집합과 같은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형상들에 대한 언급 방식을 내연적으로 이해할 때, 형상 J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내연, 즉 정의롭다고 불리는 것들이 갖는 특징들의 모임은 V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내연, 즉 덕을 갖추었다고 불리는 것들이 갖는 특징들의 모임을 포함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그러한 내연이 형상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내연은 단지 술어들 J, V, H, M을 가지고 형상에 대해 언급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며, 각 형상은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이 점은 HM에도 해당한다. [4]에서 살펴본 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 해석IH에 따를 때, 다음 진술들은 모두 참이다.

 

JJ이다.

VV이다.

JV이다.

HH이다.

MM이다.

HM이다.

 

그 자체와 관계 맺는 술어 해석 IH에 따라 참으로 판단되는 위 진술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술어부의 의미가 주어부의 의미에 내연적으로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메인왈드에 의하면, IH는 경험적 대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적용되는 경우의 진술들은 거짓이라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다. 그러나 사람들에 대해 다음의 <존재론적 고정 문제>가 발생한다.

 

<존재론적 고정 문제>

경험적 대상인 사람들은 대립적인 것들의 통시적 공존성을 보인다. 어떤 시점에서 현명하다고 판단된 소크라테스 s는 다른 시점에서는 분별력 없이 행동했다고 판단될 수 있다. s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현명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s가 형상 JV에 참여하는 방식은 존재론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다른 것과 관계맺는 술어 해석IA에 의해 ‘sJ이다(소크라테스는 정의롭다)’‘sV이다(소크라테스는 덕이 있다)’는 참이거나 거짓으로 판단되며, 그 판단 시점 및 상황에 따라 s의 내연, s에 부여되는 속성들의 모임은 가변적이다. 그리고 ‘sJ이다‘sV이다IH를 적용하는 경우, 그 진술들은 거짓이다. sJ혹은 V를 만족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다른 것들과의 비교 속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s가 자연종(natural kind)임을 함축하는 ‘sH이다(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sM이다(소크라테스는 젖먹이 동물이다)’에도 그대로 적용될까? 그리스인들은 자연의 경험적 대상들을 고정된 분류 체계 속에 흡수시킬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러한 믿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주의(essentialism)으로 발달했다. 그러한 본질주의에 따르면, ‘sH이다‘sM이다항상 참이다. , s는 본질적으로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H를 만족하며, 사람은 항상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M을 만족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s가 사람 그 자체라는 형상 H와 동물 그 자체라는 형상 M에 참여하는 방식은 존재론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를 받아들이면, s의 내연은 가변적이지 않으며 HM에 대해 언급 가능한 내연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이때 HM의 의미는 내연적으로 s에 이미 함축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결국 ‘sH이다‘sM이다는 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 해석 IH에 따른 경우에도 참이다.

 

<s가 존재론적으로 고정되지 않는 경우>

‘sJ이다IA에 따른 경우 참이거나 거짓이고, IH에 따른 경우 거짓이다.

‘sV이다IA에 따른 경우 참이거나 거짓이고, IH에 따른 경우 거짓이다.

 

<s가 존재론적으로 고정된 경우>

‘sH이다IA뿐만 아니라 IH에 따른 경우에도 참이다.

‘sM이다IA뿐만 아니라 IH에 따른 경우에도 참이다.

 

지금 살펴본 <존재론적 고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 ‘다른 것과 관계맺는 술어 해석IA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 해석IH의 구분을 바탕으로 TMA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i)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에서 OM의 적용 영역을 자연종으로 분류 가능한 경험적 대상들, 그리고 그 대상들을 고정된 분류 체계 속으로 흡수시켜 주는 형상들로 국한시키자. 이때 그러한 경험적 대상들은 존재론적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OM에 대해서도 IH가 적용 가능하다.

 

(ii) ‘sH이다(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IH에 따른 경우에도 참이다. 이때 OM에 의해 소크라테스 s가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사람 그 자체 H가 있다. SP에 의해 HH이다IH의 술어 해석 방식에 따라 참이다. NI에 의해 Hs가 아니다. IH 술어 방식에 따라 s, H가 참여하는 H와 관련된 형상 H1이 있다. SPNI에 의해 H1H가 아니다. 이러한 식으로 H2, H3, H4, H5 등이 계속 나온다.

 

(i)은 메인왈드의 두 가지 술어 해석 방식 IAIH의 구분이 갖는 의미를 축소시킨다. OM의 적용 범위를 (i)처럼 축소시키고 <존재론적 고정 문제>를 받아들이는 경우, OM에 대해서도 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 해석IH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ii)(i)에 따를 때의 TMA 무한 후퇴 논증이다.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에 등장하는 무한 후퇴 논증에서 사용된 술어는 ‘... 크다와 같은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의 IAIH의 구분을 숙지하고 있었다고 가정하는 경우, 그가 그 논증에 대해 3의 사람 논증이라는 용어를 붙인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것과 관계맺는 술어 해석IA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 해석IH의 구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구분에 따른 TMA 문제 해결 방식은 경험적 대상들이 존재론적으로 고정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성립한다. 실례로 경험적 대상들이 정의로움 그 자체’, ‘선함 그 자체’, ‘큼 그 자체’, ‘노랑 그 자체등의 형상들에 참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성립한다. 하지만 IAIH 구분에 따른 TMA 문제 해결 방식은 경험적 대상들이 존재론적으로 고정된 경우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실례로 경험적 대상들이 그것들을 자연종으로 규정해 주는 사람 그 자체’, ‘동물 그 자체등의 형상들에 참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플라톤의 술어 구분 방식을 존중하는 경우에도, 그 방식은 TMA 문제를 부분적으로만 해결해줄 뿐이다.

 

위 추정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술어 해석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 입장 전체를 분석해야 한다. 그러한 분석은 다루지 않는다. 어쨌든 메인왈드가 위 추정을 반박하려면, 적어도 플라톤 해석에서 모든 경험적 대상들에 대해 존재론적으로 고정된 경우가 없음을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해,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소크라테스는 젖먹이 동물이다등도 IH의 술어 해석 방식을 따르는 경우 거짓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 결국 플라톤은 자연종들의 고정된 분류 체계를 부정했음을 명백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두 가지 술어 해석 구분 방식을 바탕으로 TMA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를 받아들이면, 그녀의 입장을 확장해 플라톤이 정합적인 형상론을 완성시켰다고 가정하고 그의 저술들을 분석해 나가야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플라톤 스스로 그의 중기 철학을 대표하는 <국가>, <향연>, <파이돈>에서 형상들의 영역을 제한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의 중기 철학에 따르면, ‘대상들이 존재론적으로 고정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만, 대립적인 것들의 통시적 공존성을 명백히 보이는 경우에 대해서만 형상들의 존재가 인정된다. 다시 말해, ‘정의 그 자체’, ‘큼 그 자체등은 형상으로 인정된다. 물론 이로부터 사람 그 자체’, ‘젖먹이 동물 그 자체등은 형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플라톤은 그러한 형상들의 존재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여기에 올리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들

 

상이한 여러 존재론들

존재론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 이해 방식

세계 이해 방식과 어족의 부분적 상호 의존성

주어부와 술어부를 연결해 주는 계사 기능이 명백한 어족과 그렇지 않은 어족의 구분 방식

전자의 어족에 바탕을 둔 플라톤의 세계관

계사 기능이 명백하지 않은 어족의 경우, 플라톤의 세계관과 같은 이해 방식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

인도유럽어족이 아닌 다른 어족의 세계관의 경우, TMA와 유사한 무한 후퇴 논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능성

엄격한 논증 전통을 기준으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구분하고 전자를 비판하는 입장의 허구성, 편협성 및 문제점

 

 

참고 문헌

 

McCabe, M.M.(1994), Plato’s Individuals, Princeton University.

Meinwald, C.(1998), “Good-bye to the Third Man”, in Kraut, R.(Ed.), Cambridge Companion to Plato, Cambridge University.

Russell, B.(1967), “The World of Universals”, in Problems of Philosophy, Oxford University.

Vlastos, G.(1954), “Plato’s Third Man Argument in the Parmenides”, Philosophical Review 63.

Sellars, W.(1955), “Vlastos and The Third Man”, Philosophical Review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