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자연철학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3.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

착한왕 이상하 2015. 3. 22. 23:48

 

3.

현재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은 다음의 절차를 따른다.

 

첫째, OM, SP, NI를 바탕으로 하나의 형상 도입이 결국 무한개의 형상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무한 후퇴 논증을 건설한다.

 

둘째, 무한 후퇴 논증의 결론이 U와 모순되기 때문에, U, OM, SP, NI는 하나의 무모순적인 체계를 이룰 수 없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직접적 결론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보조 정리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의 핵심은 첫 번째이다.

 

(i) OM에 따라 o1, o2, ..., on 모두 F일 때 o1, o2, ..., on들이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F-ness’가 있다.

(ii) NI에 따라 F와 관련된 그러한 어떤 F-ness는 각 oi(1in)와 동일하지 않다.

(iii) SP에 따라 F와 관련된 그러한 어떤 F-nessF이다.

(iv) 따라서 o1, o2, ..., on, F-ness라는 대상들을 구성해 볼 수 있다.

(v) o1, o2, ..., on, F-ness 모두 F이므로, OM에 의해 o1, o2, ..., on, F-ness 모두가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F-ness1이 있다.

(vi) NI에 따라 F와 관련된 그러한 어떤 F-ness1은 각 oi(1in)뿐만 아니라 F-ness와도 동일하지 않다.

(vii) 이제 F와 관련된 o1, o2, ..., on, F-ness, F-ness1라는 대상들을 구성해 볼 수 있다.

(viii) SP에 따라 F와 관련된 F-ness1F이다.

(ix) o1, o2, ..., on, F-ness, F-ness1 모두 F이므로 OM에 의해 o1, o2, ..., on, F-ness, F-ness1 모두가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F-ness2가 있다.

(x) NI에 따라 F와 관련된 그러한 어떤 F-ness2는 각 oi(1in)뿐만 아니라 F-ness F-ness1과도 동일하지 않다.

(xi) 지금까지의 절차들을 반복하면, F-ness3, F-ness4, F-ness5 등이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

 

논의를 이어 가기 전에 한 가지만 지적하자. 만약 OM, SP, NI에서 F와 관련된 F-ness’라는 표기법 대신 단순하게 ‘F-ness’라는 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 TMA가 무한 후퇴 논증인 이유를 아는 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우리말에서 단순하게 ‘F-ness’라는 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 (v)(ix)F-ness1F-ness2F라고 확신하기 힘들다. 이때 그러한 것들도 F일수도록 해주는 별도의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혼선은 F‘is F가 직접 대응하는 인도유럽어족에서는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말에서 그러한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F와 관련된 F-ness’라는 표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대세인 TMA의 무한 후퇴 논증 구성 방식 (i)~(xi) 자체는 역설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의 결론 (xi)‘OM에서 주어진 대상들이 참가하는 형상 F-ness는 유일하다라는 U와 모순 관계를 맺는다. (xi)에 따르면, OM에서 주어진 o1, o2, ..., on들이 참가하는 형상은 F-ness뿐만 아니라 F-ness1, F-ness2, F-ness3, F-ness4, F-ness5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OM, SP, NI, U는 하나의 무모순적인 체계를 이룰 수 없다는 결론이 성립한다. 이러한 결론에서 엿볼 수 있는 파르메니데스의 의도는 다음과 같다.

 

불쌍한 젊은이 소크라테스여, 네가 SPNI를 수긍하는 경우 OMU를 동시에 주장할 수는 없다네. 또한 네가 U를 증명했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야.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에 등장하는 형상론에 대한 파르메니데스의 반론의 의도가 정말 위와 같은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긍정할 수 없다면, 현재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을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점은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을 다룰 때 논하기로 하자. 그러나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TMA(i)~(xi)를 따르는 경우에도, 소크라테스는 OMU의 양립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다. 이는 OM, SP, NI에 등장하는 F와 관련된 F-ness’에서 ‘F-ness’‘[2]에서 살펴본 부분적 pF-ness’로 대체하는 경우 가능하다.

 

OM에서 주어진 o1, o2, ..., on들이 참가하는 형상들을 F와 관련된 부분적 형상 pF-ness’들로 국한시켜 보자. o1, o2, ..., on들이 경험적 대상들인 경우, 그것들을 바탕으로 파악되는 형상은 완전할 수 없다. 플라톤에 따르면, 형상의 본모습은 경험적이 아니라 지성적으로 파악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o1, o2, ..., on들이 F와 관련된 부분적 형상 pF-ness들에 참여한다는 것은 인식론적으로 완전한 형상 F-nesso1, o2, ..., on들에 근거한 경험만으로는 불가능함을 뜻하게 된다. (i)~(xi)F-ness 모두를 pF-ness로 대체시킨 경우의 결론은 ‘o1, o2, ..., on들이 참가하는 형상은 pF-ness, pF-ness1, pF-ness2, pF-ness3 등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이때 pF-ness, pF-ness1, pF-ness2, pF-ness3 등은 존재론적 차원에서 완전한 형상 F-ness가 아니라, 인식론적 차원에서 파악된 부분적 형상들이다. 따라서 OM에서 주어진 o1, o2, ..., on들이 참여하는 형상들을 F와 관련된 부분적 형상 pF-ness’들로 국한시키는 경우, 현재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은 단지 경험만으로는 형상이라는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방식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러한 결론은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이 정말 플라톤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를 의심해 보도록 해준다.

 

블라스토스의 TMA 방식을 분석하고 현재 대세인 구성 방식과 비교해 보기 전에, ‘그 자체와 관계맺는 술어(predicates pros heauto)’다른 것과 관계맺는 술어(predicates pros ta alla)’의 구분에 근거해 제 3의 사람 논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인월드(C. Meinwald)의 입장을 간략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