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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논술 2014 공감: 지나치게 정답에 집착하지 말 것

착한왕 이상하 2015. 7. 25. 02:57

 

 

* 연고대 논술의 경우 지나치게 모범 답안 혹은 정답에 연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성균관대 논술 문제는 여전히 상반된 두 입장을 골라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연대 논술은 2012년부터 그런 방식으로 문제가 구성되어 있지 않다. 고대 논술은 작년부터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연고대 논술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라는 식의 논제가 등장할 때, 그 관점들은 적어도 세 가지이며, 단순히 상반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일명 ‘2014 연대 수시 논술 공감논제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딱 하나의 모범 답안 유형이 아니라 여러 개의 유형을 고려해 채점을 한다. 수험생은 이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해당 논술 문제를 보자.

 

아래 제시문 (), (), (), ()를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

수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책임자인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 숨어 살다가 이스라엘 비밀 정보기관에 의해 납치되어 예루살렘의 법정에 서게 되었다.

 

검 사: 피고인의 본명은 칼 아돌프 아이히만, 1939년에서 1945년까지 나치스 계획의 집행 책임자로서 유태인 학살을 지휘했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증인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증 인: 제가 본 피고인은 유태인을 미워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유태인 이민자들을 위해 직업학교도 세우는 등 개인적으로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만…….

검 사: 그렇다면 왜 유태인 학살을 지휘했습니까?

아이히만: 저는 단지 국가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것은 저의 임무였으며, 저는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했을 뿐 입니다.

검 사: 수백만 명의 아이들과 남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책임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나요?

아이히만: 제가 만약 명령받은 일을 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했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입니다.

 

제시문 ()

포스터 속에 들어 앉아

비둘기는 자꾸만 곁눈질을 한다.

포스터 속에 오래 들어 앉아 있으면

비둘기의 습성(習性)도 왠만치는 변한다.

비둘기가 노니던 한때의 지붕마루를

나는 알고 있는데

정말이지 알고 있는데

지금은 비어 버린 집통만

비바람에 털럭이며 삭고 있을 뿐이다.

포스터 속에는

비둘기가 날아 볼 하늘이 없다.

마셔 볼 공기(空氣)가 없다.

답답하면 주리도 틀어 보지만

그저 열없는 일

그의 몸을 짓구겨

누가 찢어 보아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불 속에 던져 살라 보아도

잿가루 하나 남지 않는다.

그는 찍어낸 포스터

수많은 복사(複寫) 속에

다친 데 하나 없이 들어 앉아 있으니

차라리 죽지 못해 탈이다.

 

제시문 ()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 뤼카온은 아킬레우스에게 사로잡힌 뒤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에게 아킬레우스가 이렇게 말한다.)

. 친구여, 그대도 죽을지어다. 왜 이렇게 비탄에 빠져 있는가?

그대보다 훨씬 훌륭한 파트로클로스*도 죽었다.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나 또한 얼마나 잘 생기고 큰지?

나의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시고, 나를 낳아 주신 어머니는 여신이시다.

하지만 내 위에도 죽음과 강력한 운명이 걸려 있다.

누군가가 창이나 또는 시위를 떠난 화살로

나를 맞혀 싸움터에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갈

아침이나 저녁이나 한낮이 다가오고 있단 말이다.”

이렇게 말하자 뤼카온은 무릎과 심장이 풀어져

잡았던 창을 놓고 두 팔을 벌리며 주저앉았다.

그러자 아킬레우스가 날카로운 칼을 빼어

목 옆 쇄골을 내리쳤다.

……[중략]……

검은 피가 흘러내려 대지를 적셨다.

* 파트로클로스: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트로이아의 영웅인 헥토르에게 살해당했다.

 

제시문 ()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인 에버렛 워딩턴은 1955년 어느 날 어머니가 무단 침입한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용서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학자인 워딩턴이었으나 그는 사건 현장을 보고 몸서리를 치며,“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하고 소리쳤다. 그는 분노 속에서 강도들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신의 폭력적 본성과 죄성(罪性)을 깨달았다.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워딩턴 교수는 그들을 용서하기로 결심했다.“누군가에게 살의를 품은 내가 하나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 이 딱한 아이들도 나의 용서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그 후 그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깊은 고뇌와 연구로 이어졌다. 그는 현재 교육과 연구, 저술과 상담을 통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는 자세를 갖도록 돕고 있다.

 

<문제 1>‘공감개념을 실마리로 삼아 제시문 (), (), ()를 읽을 수 있다. ()의 아이히만 및 ()의 시적 화자의 태도와 비교하여 ()의 아킬레우스가 뤼카온에 대해 보이는 태도의 특징들 중 가장 두드러진 점을 지적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제시하시오. (1,000자 안팎으로 쓰시오. 50)

*‘공감’(sympathy)이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본래타자의 감정이나 상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문제 2>‘상상’,‘주체’,‘폭력개념을 모두 사용하여공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제시문 (), (), ()의 사례를 활용하시오. (1,000자 안팎으로 쓰시오. 50)

 

<문1>의 경우 ()()의 내용은 단순하다. ()는 다른 사람이나 민족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공감 결여가 폭력을 나은 사례이다. ()는 공감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 동화되는 사례이다. 이를 가지고 ()는 공감이 없는 사례, ()는 공감이 있는 사례로 확연히 구분해서는 안 된다. 공감은 공감하는 대상, 주체, 방향, 방식, 사용법등에 따라 분류되기 때문이다. <문1>에서 결정적인 것은 ()의 해석이다. 그 해석도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가지인데,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만 알아보자.

 

첫째, 아킬레스는 친구 뤼카온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위험에 처한 뤼카온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킬레스가 적장인 뤼카온을 도와줄 수는 없다. 친구일지라도 그를 죽여야 하는 것은 아킬레스의 의무이기도 하다. 아킬레스는 뤼카온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에 공감하도록 설득한다. 그러한 사실에 대한 공감은 단순히 특정 상황에 처한 개인의 감정에 공감하여 그와 동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감은 그러한 상황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다.

 

둘째, 아킬레스는 친구 뤼카온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위험에 처한 뤼카온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킬레스가 적장인 뤼카온을 도와줄 수는 없다. 친구일지라도 그를 죽여야 하는 것은 아킬레스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무를 지키는 것은 아킬레스가 속한 사회의 당위적 규범이기도 하다. 아무리 친구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의 감정에 공감하더라도, 아킬레스는 그러한 규범을 지켜야 한다. 그러한 규범을 지키는 것은 사회 유지에 필수적이다. 아킬레스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죽음을 주제로 뤼카온을 설득했다. 그리고 뤼카온은 죽음이라는 운명을 받아 들였다. 아킬레스는 뤼카온의 시체를 보며 공감에 우선하는 사회적 규범을 지킬 수밖에 없는 그의 처지를 한탄하며, 헤라 여신을 원망했었을 지도 모른다.

 

시중에 도는 예시 답안들을 보면, 두 번째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문2>를 보라. 개인적 차원, 사회적 차원에서 공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라고 암시되어 있다. 공감이 사회 유지에 필요하다고 해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제시문 ()를 들어 밝힐 수 있다.

 

정말 두 번째 해석 방식을 택한 학생들은 다 떨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합격한 주변 선배들에게 물어 보라. 심지어 ()아킬레스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교묘히 뤼카온을 속였다라는 식으로 해석한 학생이 합격한 사례가 있다. 아킬레스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이용해 뤼카온이 아킬레스에게 공감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실 공감의 방향성은 일방향이 아니며, 또한 공감의 이기적 사용도 가능하다(이에 대해서는 나의 다음 글을 보라. 공감: http://blog.daum.net/goodking/545).

 

연대 논술을 경우, 논제에서 완전히 이탈한 관점이나 해석이 아니면 된다. 대신에 근거 구성 방식과 분량이 당락의 관건이다. <문1>의 경우, 근거 구성 분량이 최소 600자는 되어야 한다. 첫 번째 해석을 택한 경우에도 (), (), () 내용을 다루는 데 600자를 소모했다면, 탈락 우선순위다. 더욱이 시중 예시 답안 중 가장 잘못된 것은 아킬레스의 폭력 블라블라하면서 그 폭력을 ()의 폭력에 대비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예시 답안이 합격을 위한 정답처럼 시중에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원 강사들이 주로 두 입장을 대비시키는 성균관대 논술 방식이나 과거 논술 방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해석을 택하는 경우, 핵심은 ()()의 폭력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제시문 ()를 보면, 아킬레스의 행위를 일종의 폭력으로 간주하도록 해주는 암시는 전혀 없다. 폭력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상대방에게 가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특정 상황에 처한 개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넘어선 보편적인 것에 대한 인식으로서의 공감인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러한 인식을 공감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리, 제시문들을 보면 출제자가 그렇게 보라고 유도하고 있다.)

 

올해는 개인 원고들을 끝내는 데 집중하느라 많은 수의 학생을 대하지 않는다. 과거에 학생들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강사에게 저는 선생님과 약간 다르게 이걸 이렇게 이해했는데, ...’라고 말했다가 핀잔을 먹은 학생들의 경험담이다. 그러한 강사야말로 연고대 논술을 준비하는 경우 피해야 할 1순위다. 강사는 연세대 논술이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접근 가능함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예시 답안도 여러 개를 준비해야 한다.

 

연고대 논술을 포함해 수시 논술 준비할 때 정말 피해야 할 강사들은 누구인가? 신문에 인문계 논술 칼럼을 정기적으로 싣는 인물들이다. 일부는 과거 특정 신문사 기자 출신, 일부는 로스쿨 수료생(변호사시험 불합격자)들인데, 칼럼 내용을 보면 제시문 분석이 안 되는 인물들이다. 도표 분석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들 밑에서도 합격생들은 나온다. 아마도 그 합격생들은 학원을 가지 않았어도 합격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전단지, 신문 칼럼 이런데 혹하는 무식한 부모들이 대치동에 넘쳐 난다. 그런 부모들 덕에, 유명 논술 학원은 오늘 이 학생 받고, 그 학생 나가면 다른 학생 들어오고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엄격한 첨삭?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한 반에 15~50명 구겨 넣고 수업을 하는 강사 한 명이 그 모든 학생 답안들을 일일이 첨삭할 수 없다. 그래서 유명 강사들은 첨삭 전문 연구원이 별도로 어쩌구 저쩌구하는 데 사실 다 급조한 알바생들이다. 이것은 반드시 알고 학원을 택하라. 어느 정도 수입을 고려한 경우, 논술 수업 적정 인원은 5명이다.

 

아무튼 연세대 논술을 보는 학생들은 다음에 주의하자.

 

(i) 지나치게 정답을 의식하지 말고 실전에 임할 것

(ii) 논제에 상반된 두 입장이런 표현이 없는 한, 연세대 논술은 단순히 대비된 두 관점 혹은 입장에 국한 된 것이 아님을 숙지하고 있을 것

(iii) 근거 구성 방식과 분량에 신경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