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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2016년 모의 논술 분석

착한왕 이상하 2015. 8. 3. 00:12

 

 

한양대 논술은 성대 등을 기준으로 한 화제 및 논제 끌어다 두괄식 글 구성 하는 것이 먹히지 않는 대표적 경우이다. 실례로 제시문들의 공통 화제는 블라블라 ... 제시문 ()()에는 ... 입장이 나와 있는 반면, 제시문 ()()에는 블라블라 ...’ 식의 어설픈 두괄식 글 구성 답안은 탈락 1순위이다. 한양대 논술은 근거를 갖춘 멋진 에세이 혹은 수필을 쓰겠다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왜 그런지를 2016년 한양대 인문계 모의 논술을 통해 살펴보자.

  

 

2016년 한양대 인문계 모의 논술

 

()의 내용을 근거로 ()()에 나타난 각각의 시간의 특성을 설명하고, () 지문의 밑줄 친 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서술하시오.( 1000, 100)

 

() 에펠탑에 의해 표현된 시간이 찰나요 규칙적인 째깍거림, 천편일률적인 24시간으로 이 루어진 하루였다면,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표현되는 시간은 때로는 하루가 287쪽이나 이어지고 또 때로는 몇 년이 속삭임 한 번 없이 지나쳐 버릴 수 있을 만큼 다양했다. 이렇게 시간은 한편으로는 더할 수 없이 공적이고 획일화되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프루스트에게서처럼 더할 수 없이 사적이고 독특하고 그 영혼만의 시간으로 국한되었다. 절대적이고 직선적이고 연대기적이 며 수량화될 수 있는 시간을 주관하는 신은 크로노스였다. 또 다른 시간의 신, 훨씬 다채롭고 파악하기 힘든 카이로스가 있었다. 권력은 크로노스에 매우 우호적이며,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여 동시성을 추구한다. 파시스트 국가들의 거대한 규모의 일사불란한 체조에서부터 하일 히틀러 경례에 이르기까지, 전체주의 국가들은 이 동시성을 찬양해마지 않는다. 동시성은 개인을 집단 속에 포섭하고자 하는 전체주의의 욕구를 잘 보여줄 뿐 아니라, 갖가지 고유의 시간들을 단일한 세계시간으로 희석시켜 버리려는 목적을 감추고 있다. 이에 반해 카이로스는 타이밍의 신, 기회의 신이요 행과 불행, 길조와 흉조 같은 시간의 서로 다른 측면들의 신이었다. 질적인 시간이라고 할까? 카이로스적인 시간에는 대양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 같은, 사상과 음악의 이미지와 순간적인 예술적 영감의 들고남이 있다. 만 가지 빛깔의 예술가들이 지배적인 크로노스적 시계 시간의 헤게모니에 오랫동안 저항해 온 것은 당연하다.

 

() 시간은 여러 가지 기본 물리량 중 하나이다. 시간은 길이, 전류와 같은 다른 물리량에 대한 측정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표준의 표준이라고 일컫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1초는 태양일(하루)1/24×60×60로 정하였으며, 이것을 태양시라고 한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 속력이 자연적으로 변하므로 하루를 기준으로 1초를 정하면 그 실제 길이가 자꾸 변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6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1초를 서기 1900년도 1년 길이의 1/31,556,925,9747로 결정하였으며, 이것을 역표시(曆表時)라고 한다. 그후 천체나 지구의 운동을 기준으로 한 시간 표준보다 훨씬 정확하고 안정된 원자 시계가 개발되었다.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1초를 세슘원자에서 방출하는 특정한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하였으며, 이것을 원자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30만년에 1초의 오차가 있는 원자시계를 개발하여 국가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

너를 만난 날은

날개 달린 날이다

현실이 사라지고

다른 현실이

태어난 날

그러니까 그날은

초현실의 날이다 훨훨

새가 날아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만신창이가 되어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문득 가을이 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필연의 날이다

머리에서 손이 빠져 나오고

다리에서 얼굴이 튀어나오던

허리에서 설탕이 쏟아지던

불안 비참 치욕 따위가

지루하고 맥이 없던 날들이

모조리 일어나 빛이 되던

아아 내 어깨 죽지에

문득 날개가 돋던 날

너를 만난 날

 

 

<문제 분석>

()의 내용을 근거로 ()()에 나타난 각각의 시간의 특성을 설명하라고 했으니, ()를 중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에 나타난 시간의 특성을 규정해 주거나 설명해 주는 두 가지 시간 개념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 지문의 밑줄 친 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서술하라고 했다. 답안 작성을 위한 노트를 할 때, 그러한 두 사례를 고민해야 한다.

 

한양대는 창의성 평가를 강조한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면서도 남들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사례일수록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한 사례는 특정 일상적 경험, 예술 작품, 문학 작품, 영화, 신문 기사 등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정도를 가지고 창의성을 평가하는 문제라는 한양대 측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 ‘주어진 특정 조건들 아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를 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문제가 논술에 등장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솔직히 그런 문제를 만들 인적 자원을 갖춘 곳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창의성 강조하는 것을 보고 비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경쟁 대학인 성대나 서강대 문제와 비교할 때 한양대 문제는 훨씬 좋은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성대? 이 대학은 개인 대 집단, 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 등을 주제로 10년 이상 장사를 해쳐먹고 있다. 서강대? 제시문 자체가 비문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한 마디로 가장 수준 미달의 문제를 내는 곳이다.)

 

 

<답안 분배>

()에 나타난 두 가지 시간 개념을 정리하여 첫 번째 단락으로, ()()에 나타난 시간의 특성을 정리하여 두 번째 단락으로, 그리고 에 대한 구체적 사례 서술을 세 번째 단락으로 만든다고 하자. 이때 세 번째 단락 내용이 최소한 500자는 되어야 한다. 그 내용이 당락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에 나타난 두 가지 시간 개념을 정리하여 첫 번째 단락으로, ()에 나타난 시간의 특성과 에 대한 구체적 사례 서술을 두 번째 단락으로, 그리고 ()에 나타난 시간의 특성과 에 대한 구체적 사례 서술을 세 번째 단락으로 만든다고 하자. 이때 200, 400, 400자 구성 정도면 무난하다.

 

 

<가상의 상황>

한 학생 X가 있다고 하자. X는 핵심 부분을 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아하, 양적인 시간은 절대성, 동시성을 갖고 있고, 공적 생활에 필요하구나. 사람들을 획일화하는 데 제도적으로 사용 가능하구나. 질적인 시간은 상대적이며, 사람들의 주관적 경험과 관련되어 있어. 사건, 사실 등에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 활동도 질적인 시간과 관련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노트를 한다. ()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하, ()의 시간은 양적이면서 절대적이고 동시성을 갖고 있는 시간이구나. 원자시계까지 동원해 국가 표준 시간을 만드는 것은 사회의 공적 활동에 필수적이겠어.

 

()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하, ()의 시간은 질적이면서 상대적인 시간이구나. ‘너를 만난 날에 화자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그 의미는 다른 사람이 그 날에 대해 가질 수 없는 것이지.

 

그런데 X는 고민에 빠졌다. 에 대한 사례로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를 들기로 했다. 에 대한 적당한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시 중에 ()와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시를 에 대한 사례로 들자니 출제자의 눈에 띄지 않을 것 같다. 에 대한 사례로 무엇을 들까? 고민 끝에 X아마추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도착 시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에 대한 사례로 사용하기로 했다.

 

 

<X의 답안 구성 방식> 

첫 번째 단란 예시 #1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표준 시간이 발명되었다. 우리의 공적 활동을 지배하는 표준 시간은 양적이다. 이러한 양적 시간은 절대적이며 동시적이다. 블라블라 ... 하지만 사람들이 시간을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은 다르다. 블라블라 ...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이처럼 양적인 시간과 질적인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

 

첫 번째 단락 예시 #2

지금 나의 시계는 두시를 가리키고 있다. 이처럼 수량화된 양적 시간은 모두에게 동시적이다. 양적이면서 동시적 시간은 인간의 공적 활동 및 사회 운용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두시가 자신이 태어난 순간을 뜻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블라블라 ...

 

두 번째 단락 예시

양적인 시간은 물리량의 측정에 필요하기 때문에 표준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표준화된 시계는 가급적 오차를 줄여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표준화된 양적 시간은 국가 운영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양적 시간의 동시성은 사람들을 획일화시키고 통제하는 제도적 수단으로 남용될 수도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에 대한 실례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를 들 수 있다. 그 무성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다. 결국 거대한 광장 시계 시침에 걸린 주인공은 거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블라블라 ...

 

세 번째 단락 예시

시의 그 날은 양적인 시간의 관점에서는 모두에게 동일하다. 하지만 시적 화자에게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블라블라 ... 동시화될 수 없고 상대적인 질적인 시간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양적인 시간 속에 구속된 개인의 고유성을 일깨워 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에 대한 실례로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에서 꼴찌를 한 어느 사업가 A를 들 수 있다. 각 선수가 골인 지점에 도착한 순간은 양적인 시간으로 기록되고, 그 시간에 따라 등수가 정해진다. 양적인 시간의 관점에서 A의 도착 시간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달리면서 자신을 제치고 앞서 나가는 선수들의 등을 바라보면서, A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블라블라 ...

 

 

<외대 논술과의 비교>

한양대 논술과 가장 대비되는 것을 들라면 외대 논술이다. 외대 논술이야말로 논술 시행으로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사고 능력을 망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들의 공통 화제, 논제 성격에 따른 서문 쓰기를, 그리고 제시문의 핵심어나 부분들에 반영된 정보를 쌍끌이하여 조합할 것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논술을 대표하기기 때문이다. 외대 논술과 같은 방식의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는 바람에, 주어진 화제가 왜 중요한지를 밝히는 방식이 아니라 논제의 요구를 그저 풀어 쓰는 조잡한 두괄식 글쓰기 방식이 학원 강사들을 통해 전염병처럼 학생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을 가르쳐 일부 수입을 얻는 처지라 논술 문제들을 가끔 살펴본다. 그럴 때마다 화가 난다. 도대체 이 나라 장래를 염두에 두고 문제를 만드는지 출제자들에게 묻고 싶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죄다 그들의 무능력뿐이다. 논술이 입시에 매몰된 사교육 시장의 원흉이라는 죄목을 뒤집어쓰게 된 원인 중 하나는 학교마다 문제 성격이 다르다는 것에 있다. 이 때문에, 한때 논술 문제를 공동으로 출제하고 논술 비중 평가만 대학별로 달리 하자는 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한 정책안을 시행하는 경우, 이번 한양대 모의고사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정도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지만 다른 대학 논술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제 외대 2016년 모의 논술 문제를 살펴보자.

 

외대 2016년 모의 논술 분석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