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공지 사항

한국장학재단 인문100년 장학금 (평가방식 좋아짐)

착한왕 이상하 2015. 9. 7. 00:32

 

 

고등학생과 고등학생 대상으로 한 교육부 정책 사업 중 <인문 100년 장학금> 사업이 있다. 관련 정보는 아래 사이트 참조

 

http://www.kosaf.go.kr/ko/scholar.do?pg=scholarship05_07_01

 

이 사업에 일반고 학생들을 참여율은 지극히 저조하다. 대원외고, 하나고, 민사고 등 학생들이 대거 지원한다. 소논문 및 에세이 2편을 포함해 다섯 항목을 종합 평가하여 장학생을 뽑는다. 물론 일반고 학생일수록 내신은 좋아야 한다. 내신은 평가 항목에 들어가지 않지만, 학교장 추천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한테 배우는 학생 중 한 명도 이 장학금을 이 번에 받게 되어, 대학 등록금과 4년 학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학생 신상은 공개할 수 없지만, 속칭 '진학률 저조한 일반고등학교' 소속 학생이다.

 

이 사업에서 에세이 및 소논문 평가는 절대적이다. 대치동 각종 컨설팅 및 학원 기웃거리는 부모들 성화에 많은 외고 및 특목고 학생들이 거액을 들여 소논문을 쓴다. 보면 죄다 전문가 논문 흉내를 낸 방식이다. 분량은 20여장에 달하며 참고 문헌도 수십개가 붙은 경우가 즐비하다. 또 무슨 대회 입상 무슨 학술지 기고라는 타이틀을 단 소논문들도 즐비하다.

 

그렇다면 이 경기도 소재 일반고 학생의 에세이는 어떨까? 중학교 1학년부터 거친 '훈련된 학생'이기에, 내가 해준 것은 없다. 그저 함께 토론하고 아이디어 생성을 자극해 주는 것이 내 임무다. 어쨌든 그렇게 학생이 얻는 아이디어는 정말 참신하고 독창적이다. 그런 아이디어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 아무튼 이 학생은 5쪽, 6쪽 분량의 에세이를 제출했다. 어느 대회 입상 경력도 없고, 무슨 학술지에 실린 것도 아니다. 참고 문헌도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당장 영어화하여 국외 대학으로 보내도 해당 대학 관계자들이 주목할만한 것이다.

 

학생은 아예 본인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외고, 특목고 학생들의 물량공세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히지만 이 번 결과가 보여주듯, 한국장학재단도 이제는 내용의 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국외 명문대 진학을 노리는 학생이 전문가 흉내낸 어설픈 20쪽짜리 논문을 제출하면, 이것은 물먹는 1순위이다. 국외의 경우, 3쪽 분량의 독창적 내용의 에세이들이 가장 효과적이다. 심지어 디즈니랜드가 만든 칼아츠 등의 디자인 및 비판적 글쓰기 과정은 더욱 짧으면서도 명쾌하고 독창적인 에세이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치동 각종 어설픈 집단들이 장사가 된다는 현실! 사교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에 앞서 이 현실부터 집고 넘어 가야 한다. 이 현실의 배후에는 각종 노이즈 마케팅을 돕는 신문사들이 있다. 보수부터 진보 표방에 이르는 모든 신문사들 말이다.

 

나의 경우 중학교 3학년 2학기는 되어야 슬슬 입시를 건드린다.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1~2학년 수업의 경우, 그만두는 학생은 대부분 부모가 입시와 연관성 없는 수업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입시가 중요해도 교육은 교육다워야 하며, 이 원칙이 지켜질 때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 중3 학생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벌써 학생들 머리속에 입시라는 감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은 크게 바꿀 수는 없으나, 입시 위주로만 가니 문제가 없다. 그런데 중1이나 2학년 과정 건너뛴 중학교 3학년 학생들 다루기는 정말 피곤하다. 기성 세대에 의해 만들어진 미래가 아이들의 현재를 강하게 옥죄는 무서운 현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야 촌구석에 틀여박혀 있는 사람이지만 대치동 출강하는 강사들은 개인적으로 많이 안다. 그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하는데, '도가 치나치다'는 것이다. 다 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만, 최근 들어 입시 시장 약화로 그 도가 점점 지나친 상황이다. 심지어 그냥 무난하게 쓰면 될 자소서만 해도 '무엇을 쓰면 혹은 무엇에 입상을 하면 내신이 아무리 약해도 어느 대 입학이 가능하며, 소장님이 해당 대학 입학사정관들과 잘 알기 때문에 ...' 이런 터무니 없는 상술까지 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알리려 다니는 입학사정관이 모든 각 대학의 학생 입학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웃기는 소리 그만해라. 그건 7~8년 전 얘기다.

 

아무튼 어려서부터 손을 거쳐간 학생들의 승전(?)보가 계속 들려와 기쁘기는 하나, 나는 정말 이제 이 짓거리를 그만두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에만 열중하고 싶으나, 세상이 내 것이 아니니 어찌하리오. 다만, 한 마디만 하고 끝내자. 온갖 말도 안 되는 학습법, 각종 컨설팅 설명회 돌아 다니는 부모들,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


덧글:

학교 이름 까발릴게요. 청심국제중학교. 학교 수행 평가로 소논문 작성. 그런데 분량은 최소 15페이지가 되어야 하며, 제목 글자 포인트는 몇, 본문은 몇, 주는 반드시 이렇게 달아야 하며, 참고문헌은 이러이러한 양식을 준수할 것! 이게 어린 중학생들에게 요구할 사항인가요? 그 주 양식도 보니 요새 것이 아니라 70년 대 방식이더군요. 아하, 담당 선생이 과거 어디 교육부 이런 곳에서 근무하다 줄타기로 들어간 사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계약직 교수 몇 번 해봤는데, 저도 논문 쓰는 양식은 어느 정도 다 압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에게, 심지어 고등학생들에게도 그런 양식에 맞추어 쓰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입시에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학생들의 자연스런 인지 발달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냐냐? 가르쳐 보니 그렇다는 겁니다. 창의력에 대한 절대적 규정 방식은 아직 없어요. 창의력을 담당하는 별도의 뇌 부분도 없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력을 저해하는 요인들은 알 수 있어요. <세속화> 원고 수정 작업이 끝나고 한가 할 때 다음 주제로 약간은 전문적인 글 하나를 올릴 게요.


창의력을 규정할 수 없음에도 어떻게 창의력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알 수 있는가? 그러한 요인들은 현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무엇인가? (이 주제의 글을 올리는 경우, 참고문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주제를 다룬 국내외 논문을 아직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밀하고 프로프셔널한 정책으로 여러 교육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날 때 인재들이 화산처럼 쏟아져 나올 수 있어요. 기성 논문 흉내내도록 강요하는 초중고 선생들 재교육 받게 하거나 퇴출시켜야 합니다. 교육부가 그런 강요를 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프로페셔널해야 할 교육 정책이 두리뭉실하고 정권 다툼 논리에 따라간다면, 벌써 망조가 들기 시작해 보이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