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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바칼로레아 한국어 제 2 외국어 선택과목 지정(문제점 지적)

착한왕 이상하 2015. 9. 19. 00:44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에 한국어가 제 2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지정되었다는 기사가 오늘 떴다. 다음 기사를 보자.

 

http://media.daum.net/foreign/all/newsview?newsid=20150918230817443

 

그런데 프랑스 제 1외국어, 제 2 외국어 선택 과목에 들어가 있는 언어 개수가 총 50개다. OECD 회원국 수를 훨씬 능가한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을 던져볼 수 있다.

 

왜 한국어는 여태까지 바칼로레아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추측은 각자 해보고, 프랑스가 아닌 다른 유럽 국가들을 살펴보았다. 많은 국가에서 한국어를 제 2 외국어로 지정한 상태다. 심지어 우리와 역사적으로 별 관계를 갖지 않은 오스트리아는 1990년대 이미 한국어를 '10개의 중요 제 2 외국어'로 지정했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지금에 와서 한국어로 바칼로레아 제 2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매우 늦은 감이 있다.

 

이번 건에 대해 황 총리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고 한다.

 

 (1) "한국어를 필수 선택과목을 지정한데 대해 감사드린다. ... 우리나라의 많은 학교에서도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근대 이후 '국민 국가(nation-state)'를 유지하는 실질적 힘은 '국격'이라는 설이 있다(M. 베버). 그래서 올림픽과 같은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의 정당성 유무는 따지지 말자. 중요한 것은 이 나라 정치인들도 '국격'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총리 역시 국격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국격을 고려했다면, 황 총리의 답변은 다음과 같아야 했다.

 

(2) "진작 제 2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채택되어야 했었는데,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합니다."

 

애시당초 국격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국격을 강조한 외교 사절은 (1)이 아니라 (2)처럼 의사 전달을 했어야 마땅하다. (2)와 같은 발언은 결코 외교적 무례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상대방 국가 수장과의 면담에서 (2)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도 사실은 응당한 대접을 받는다. 뭐랄까 (1)은 누가 봐도 너무나 저 자세적 발언이다.

 

황 총리가 이 글을 볼 일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아무튼 외교관이 되고픈 젊은이나 현직 외교관, 그리고 정치가는 이런 글을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 한 순간의 판단 미스가 그대의 평판을 저하시킬 수 있다.

 

 

<덧글>

국내에서 지나치게 바칼로레아를 '이상적인 시험 제도'로 띄워나서, 이 번 기사를 보고 '한글의 우수성을 증명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멍청이들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