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잡세상 잡글

기레기와 백곰

착한왕 이상하 2015. 9. 1. 03:07

 

 

다음은 오늘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백곰에 관한 뉴스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북극곰이 죽어 갑니다" ->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50831220707421

 

연합뉴스 외에도 JTBC 등이 이 북금곰 이야기를 보도했다. 불쌍한 다음 북금곰의 사진을 보자.

 

 

털을 제거한 상태라고 가정하면, 이 북극곰은 거의 아사 직전 상태이다. 노후 대비를 슬슬해야 하는 사람들은 말년에 혼자 저런 상태가 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느낌이 들 것이다. 뉴스를 보면, 랑젠버거라는 사진작가가 이 백곰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지구 온난화로 돌리고 있다. 뉴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근거: 지구 온난화              

결론: 거의 죽기 직전의 백곰

 

백곰이 선호하는 바다 표범이 주변에 없다면, 배가 고픈 백곰은 바다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 사진 상의 불쌍한 백곰은 물고기를 잡을 힘조차 없어 보인다. 하지만 쌍한 백곰이 지구 온난화로 아사 직전에 이르렀다다고 하기에는 위 근거만으로 불충분하다. 또 다른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 지구 온난화

보충근거: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백곰의 서식지뿐만 아니라 먹을 것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

결론: 거의 죽기 직전의 백곰

 

위처럼 보충근거 없이는 뉴스의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빙하가 녹으면, 북금곰의 서직지는 줄어 든다. 지구 온난화가 정말 인간들에 기인한 것이라면. 옹난화를 막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북금곰이 멸종 위기에 처할 정도로 빙하가 녹았을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바다 표범과 물고기들이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급격히 줄어든 상태일까? 이렇게 반문해 보면, 링크한 뉴스의 신빈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을 통해 Polar Bear, Global Warming으로 검색해 보면, 개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저 불쌍한 북극곰을 다룬 외신을 찾아 볼 수 없다. 여러 과거 기사들을 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의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혹은 '바다 오염으로 북극곰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기사는 뜬다. 또 최근 들어 북극곰들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늘어 났다는 기사도 뜬다. 지금은 북극도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편이라 빙하가 녹는 시기이다. 사진 작가 말처럼 온난화 때문에 지금 북극 빙하가 녹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가설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왜 개인 페이스북 사진과 말이 이 나라 뉴스 한 면을 장식하는가? 그것도 근거 없는 개인의 주장을 뭐 대단한 것처럼 뉴스화 해야 하는가?

 

약간의 비판적 사고 능력만 발휘해도, 오늘 연합뉴스와 JTBC가 보도한 저 불쌍한 북극곰 뉴스는 황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곰들이 굶어 죽어 간다고? 그렇게 주장하려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먹이감들이 대폭 줄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왜 이런 황당한 뉴스가 자꾸 보도되는 것일가?

 

트위터, 페이스북 검색 전담반이 각 신문사나 방송사에 있는 듯 싶다. 뭔가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할 만한 뉴스거리를 찾는 전담반말이다. 하기야 각종 신문사 커럼을 보면, 근거 없는 주장들로 가득하다. 각 신문사가 표방하는 이념에 맞춰 현실 문제를 왜곡하는 컬럼들로 넘쳐 난다. 신문사 또한 자기들 이념에 부합하는 인물들만 골라 컬럼니스트를 구성한다. 솔직히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컬럼들에 식상한지 오래다. 그런데 신문 컬럼을 써대는 자들 대부분은 소위 '전문 지식'을 갖춘 배운자들 아닌가? 왜 그런자들의 컬럼들이 이 모양일까?

 

이번 백곰 뉴스 분석에서 보듯이, 비판적 사고 능력를 발휘하는 것은 반드시 전문적 지식이나 방대한 양의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도 속칭 계약직 교수 두 세번 해봤는데, 이 나라 교수 집단의 현실 문제 진단력이나 해결력은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판적 사고 능력과 지식의 양은 반드시 비례 관계를 맺지 않는다. 소위 전문적 지식의 내용에 귀신이 씐 자는 그 귀신으로 세상을 잣대질하려 든다. 오늘 기사들을 살펴보면, 헤겔 학회가 열렸다는 기사가 있다. 메르스 사태도 헤겔로 접근하는 철학자가 있더라. 이런 인간이 무슨 철학자냐? 좀 웃기지들 마라.

 

사방에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런 능력의 소유자를 우리 대학, 기업, 사회가 원한다고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 땅은 아직은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은 살기 힘든 곳이다. 실상은 윗놈에게 순응해야 살아 남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그저 습관의 문제이다. 뭐든 조금만 더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이 사회는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레기'라는 표현을 자주 보게 되니, 한편 약간의 희망도 있는 듯하다. 기자들의 기사 및 뉴스에 식상한 것을 떠나 그 내용에 진저리를 떠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 나아가 '기레기 발굴 사이트' 같은 것도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 백곰 뉴스는 기레기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