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공지 사항

재수를 할 것인가?

착한왕 이상하 2015. 11. 13. 03:40

 

 

 

재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오늘 수능 끝나고 평가원 발표가 있었다. 작년도 난이도와 비슷하다고 ... 그러자 항상 그렇듯이 입시 전문가들이라는 꾼들이 평가원 발표에 맞춰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이번 수능 문제들을 보면, 작년보다 등급컷이 내려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영어 빈칸 문제 한 개 더 추가되었고, 수학 A의 경우는 공통수학 연계 문제들이 나왔으며, EBS에 나오지 않은 고전산문과 현대시가 언어 영역에 등장했다. 이 점만 고려해도 쉬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해왔던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수능 끝나고 입시 전문가들의 개드립이 어이가 없어 그들을 꼬집는 트윗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등급컷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어느 입시 전문가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운운했다. 그런데 지금 수능 문제들이 학력 저하를 논할 수준인가? 문제의 난도와 무관하게 문제들이 너무나 저질이다. 특정 조건에 따른 개수 계산하기 문제가 사고력 평가에 적합한가? 계산기 두드리면 바로 답이 나오는 문제들을 낸다면, 수능은 계산기형 인물을 걸러내는 시험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기계적 계산 과정을 늘려 난도를 조정한 수학 문제들이 도대체 수학적 해결 능력과 뭔 상관이 있는가? 내용도 검증되지 않은 각종 대중서 일부를 잘라 제시문을 만들고, 세밀 독해에 의해 판가름 나는 문제가 추리력을 평가하는 문제인가? 최근 수능 문제들의 질은 과거 10년 전보다 못하다. 과거에도 개판이지만 더욱더 개판이 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세기 창의적 인재개드립을 치는 교육 전문가들, 너희들은 이 사회를 좀먹는 기생충이다. 사고력 평가란 무엇이며, 그런 평가를 위한 문제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와라. 가르쳐 줄게. 하기야 기생충들은 지위에 목매어 가우잡기에 물들은 자들이기에 자신의 약점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기생충일 리가 없지.

 

지금 돌아가는 교육 상황을 보면 정말 열 받는데, 일단 접자. 많은 학생들이 지금 재수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재수를 한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본인의 결심이 가장 중요한데, 몇 가지 고려할 것이 있다.

 

첫째, 언수외 중 언어와 영어 점수가 최소 2 등급 내로 안정되게 나오는 학생이면 재수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수학은 재수를 통해 성적이 가장 향상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들은 어느 문제집을 보아도 상관없을 정도로 유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영어는 자신이 있는데 언어가 약한 학생들이 있다. 이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비문학 영역에서 많이 틀리는 학생은 재수를 해도 언어 점수를 높이기 힘들다. 물론 2-3달 내로 비문학을 정복할 수 있지만, 이것은 특별한 훈련을 요한다. 재수학원 등이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비문학이 약하면서 수학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는 학생은 정말 신중하게 재수를 고려해야 한다. 1년을 그냥 날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비문학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데, 어휘나 문학에서 많이 틀리는 학생들이 있다. EBS와 실질적 연계성을 갖는 분야는 어휘와 문학이다. 따라서 어휘와 문학 문제들 때문에 언어 시험을 망친 학생들은 실패의 원인을 되씹을 필요가 있다. 아무튼 어휘 및 문학에서 약해도 비문학에서 강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재수에서 유리하다.

 

셋째, 어느 정도 논술 훈련을 탄탄히 한 학생이 재수에서 유리하다. 현행 논술은 대학 교원이 출제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 수준이 개판이다. 숙대, 서강대, 경희 대 등의 논술 문제는 저질 중에서도 저질이다. 도대체 뭘 배운 사람들이 문제를 내는지 의심스럽다. 구성력, 창의력 평가와 무관한 현행 논술은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튼 이 현행 논술이 앞으로 적어도 3년 정도는 유지된다. 수시에서 재수생이 유일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전형이 논술이다. 그런데 논술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 정시와 함께 논술 준비를 병행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없다.

 

어느 정도 논술 훈련을 탄탄히 한 학생도 재수를 하는 경우 주의할 것이 있다. 재수 학원에서는 수입을 올리기 위해 논술 특강반을 만들어 학생들을 유혹한다. 재수생은 일단 정시에 올인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재수생이 논술을 준비하는 시점은 언제가 적기인가? 논술 시험보는 날짜를 기준으로 2개월 전부터 시작하라.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를까? 본인이 열심히 하면 성적은 오른다. 하지만 오른 만큼 만족할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수를 하려는 학생은 위 세 사항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라는 것이다.

 

재수를 하면 성적이 일반적으로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원과 강사의 질 때문에 성적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성적이 오르는 이유는 딱 하나다. 재학생들에 비해 스스로 문제를 푸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수 학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간은 사실 자습 시간인 것이다. 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서도 재수를 준비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지금 대다수 학생들은 학원 의존도가 높은 성장 과정을 거쳐서 자기 관리를 못한다.

 

재수 학원의 콘텐츠는 신뢰할 만한가?

 

아니다. 수능 언어의 경우, 2013년부터 과학 지문의 <보기> 형 비문학 문제 등이 가장 난도가 높다. 각종 재수 학원에서 자랑하는 모의고사 문제들을 보면, 그 문제와 유사하지 않다. 수능 문제들과 아주 유사한 문제들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춘 재수 학원은 없다. 학교 선생님들도 제발 사설 입시 기관 모의고사 사용 좀 하자 마라. 논술만 해도 올해 연대 대비용 대성 모의고사 문제를 좀 보시라. 황당하게 분석 철학자 데이빗 파피뉴 글 일부가 등장하고 제시문과 연관성도 없는 도표 문제(실제로는 과거 리트 문제 베껴온 것)로 구성된 그 모의고사는 현행 연대 논술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왜 이런 사설 기관 개쓰레기 문제들을 가지고 장난치는가? 뒷돈? 시험은 시험이다. 문제가 개쓰레기든 말든 현행 문제들과 유사한 문제들을 개발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한다면, 차라리 기출 문제 변형해 사용하라. 연금도 보장된 직종인데, 선생이면 학생들을 위해 이 정도 노력은 해야죠.

 

많은 유명 인강 강사들을 보면, 무슨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전부 구라다. 실례로 학생들 실시간 답글 올리는 국문과 출신 새끼 강사를 데리고 있는 정도면 그나마 양심적인 언어 스타 강사라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결론은 학원을 다녀도 스스로 문제 푸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것일까? 수입이 사람의 격을 결정하는 나라에서 꼭 갈 필요는 없다. 돈버는 기술은 다르다. 더욱이 인문학의 경우, 사실 대학의 존재 이유 자체가 의심스럽다. 21세기 인문학은 암흑기다. 실례로 세계동포주의 논쟁은 세계화에 발맞춰 개인들이 연대 가능성을 강조하는 진영과 불가능성을 강조하는 진영이 이끌고 있는데, 두 진영 모두 현실을 진단하기에는 무기력함을 보여줄 뿐이다. 여전히 개인 대 집단의 이분화된 사고방식에서 개드립을 치고 있으며, 이는 논술 문제들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유명 대학을 들어가야 사회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대다수 학생들은 확신한다. 이것은 정말 비극이다. 청소년기를 벗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입시로 좁혀져 버리는 사회적 병목 현상이 거대한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그 장벽을 허물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전 서울 시장 오세훈이 개도국에서 살아보면 헬조선이라는 말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더라. 그런데 사람이 체감하는 차이는 언제나 상대적 차이이다. 입시로 좁혀져 버린 사회적 병목 현상을 뚫고 나온 젊은이들은 그 과정에 투자한 돈,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돈과 노력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미미하다. 이러한 상황은 소득보다 자산의 차이가 더 심화되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점점 어두워져 가는 그림자에 갇힌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교육에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쉬운 방안은 많은데, 권력을 가진 자들은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터 말할 필요는 없다. 그 자들은 진보든 보수든 교육 정책에 무능력하다. 매일 경제 운운하지만, 사교육비 절반만 경감되어도 이 나라는 살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자들이다.

 

이 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 특히 교육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실시간 각종 업체들의 수능 등급컷이 올라온다. 아직 최종 등급컷이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1, 2점 부족하다고 논술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재수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고민했으면 한다. 그러한 고민에 이 글이 약간의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