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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MIT 물리학자의 고백

착한왕 이상하 2016. 2. 16. 18:38



마이컬슨 몰리 실험 이후 맥스웰의 에터 개념은 사장되었다고 보통 배운다. 주류 물리학 교과서에 이렇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컬슨과 몰리도 에터 개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양자전기학의 디랙도 에터 개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그 실험 이후 곧바로 에터 개념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왜 그럴까? 모든 공간과 물체를 채우고 있는 희박한 에터 입자들을 가정하면, 장(field) 개념이 직관적으로 시각화되기 때문이다.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힘의 선' 개념을 에터로 대처함으로써 중력의 원거리 작용도 설명하려고 했다. 새롭게 변형된 에터 개념은 현재 물리학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맥스웰의 방정식들을 보면, 에터를 포함한 항(term)은 등장하지 않는다. 뉴턴은 절대적 시공간 개념을 갖고 있었지만, 과학적 지식 체계로서의 그의 역학 자체는 그런 시공간 개념에 대해서 중립적이다. 반면, 빅뱅 가설과 연관되곤 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4차원 시공간 구조'라는 것을 수식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뉴턴은 이렇게 생각했다. 에터란 너무나 밀도가 낮아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에터를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 에터를 가정하면, 중력의 원거리 작용은 실제로는 원거리 작용이 아니다. 원거리 작용에 골치아파 했던 뉴턴으로서는 에터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뿐만 아니라 물체마저 채울 수 있는 에터의 밀도는 너무나 희박해서, 있다고 해도 경험적 관측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한 대상은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 뉴턴의 이러한 생각에 따라 아인슈타인은 결국 에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4차원 시공간의 구조를 함축한 수식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4차원 시공간의 구조라는 것은 경험적 검증 대상인가? 아니면 그저 효과적 설명을 위한 수학적이고 추상적인 모형에 불과한 것인가? 4차원 시공간 구조가 강한 중력 등에 의해 뒤틀려 발생하는 잔영, 즉 중력파가 이 번에 관측되었다고 난리다. 두고 볼 일이다, 정말 그러한지 ...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수학적이며, 중력 중심의 우주론이다. 지구에 사는 대부분 인간들은 태양계를 가지고 우주에 대해 생각하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한 생각에서 중력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우주의 대부분은 플라즈마로 차 있다. 99%도 아닌 99.999%이다. 플라즈마의 전자기장 등이 천체 형성에서 중요하다면, 전자기력 중심의 우주론도 도외시 될 수 없다. 이렇듯 현재 우주론은 크게 중력 중심의 우주론과 전자기력 중심의 우주론으로 나뉜다.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대표되는 중력 중심의 우주론은 우주 구성 및 진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플라즈마 등의 역할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한다. 중력 중심의 우주론의 주 무기는 수학이다. 실험을 병행한다고 하지만, 그 실험 대부분은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 노이즈에 이론을 적용시켜 증거 채택 여부를 따지는 방식이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자주 등장한다. 반면 전자기장 중심의 우주론의 주 무기는 관측 및 실험이다. 4차원 시공간 구조와 같은 것과 달리, 플라즈마는 직접 조작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천체 관측을 통해 천체의 생성 과정을 추적할 때, 플라즈마 현상은 항상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자기력 중심의 우주론 연구자들 입장 중 극단적인 것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같은 것을 일종의 '의사 과학'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빅 사이언스 병폐 중 하나는 '미국의 얼굴마담인 빅뱅을 증명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 일방적으로 중력 중심 우주론에만 돈을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추상 기하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발전하면서, 각종 시공간 구조를 가정하고 수식화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우주에 국한된 빅뱅을 넘어서, 멀티버스(multiverse), 멀티 레벨 유니버스(universe with multi-levels)라는 것도 등장했다. 이러한 시공간 구조들을 만들어 우주론을 논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수학 중심의 물리학자들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하나의 정합한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MIT에 테그마크(M. Tegmark)라는 이론 물리학자가 있다. 그의 책 <Our Mathematical Universe: My Quest for the Ultimate Nature of Reality>는 2014년 과학 부분 베스트 셀러이다. 아마존에서 이 책을 검색해 보면, 엄청난 양의 리뷰 및 서평들을 볼 수 있다. 


http://www.amazon.com/Our-Mathematical-Universe-Ultimate-Reality/dp/0307599809


저자는 이 책에서 소위 멀티버스와 멀티 레벨 유니버스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나 같은 사람, 즉 전구의 발명을 일반 상대성 이론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의 구미를 당길 수 없는 책이다. 그런데 이 저자가 정말 쇽킹한 고백을 했다. 그 고백 일부는 다음에서 볼 수 있다.


MIT Cosmologist Confesses that His New Book Is a Hoax http://cern-offline.org/?p=39


태극마크, 아니 테그마크는 자신의 주장 모두가 일종의 사기라고 고백했다. 멀티 레벨 유니버스? 당신 미쳤어요? 그런 게 있는지, 있다고 해도 어떻게 알아요? 알 수 있다면, 우주 자체가 수학적 수식으로 읽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우주가 정말 그런 구조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태그마크는 너무 말이 많은 동료들을 조롱하려고 'Shut up and Calculate'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어찌어찌하여 출판계가 그를 낙점한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궁극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책, 즉 소위 '빅 퀘스쳔(Big Question)'을 다룬 최고의 책을 쓰려는 저자의 욕심으로 인해 <Our Mathematical Universe: My Quest for the Ultimate Nature of Reality>라는 터무니 없는 책이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후회했다고 한다.


어쩌면 테그마크는 고도의 의도를 깔고 그 책을 썼을지 모른다. 수학적 모형에만 매달리는 현대 우주론을 엿먹일려고 ... 하지만 그가 정말 이러한 의도로 그 책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설령 그가 그러한 의도를 갖고 있었어도 그 의도를 공론화할 수는 없다. 그렇게 공론화하는 것은 그에게 '물리학계서의 추방'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깜짝 인터뷰 이후 자신의 입장 자체에 대해서 함구한 채 유튜브 등에 멀티버스 강의를 내보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추정해 보건데, 책을 쓰면서 멀티 레벨 유니버스, 심지어 플라토닉 레벨과 같은 것이 등장하는 것에 혹했다, 쓰고 난 후 '이것은 아닌 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인터뷰 이후, 그 내용과 상관 없이 멀티버스도 아닌 멀티 레벨 유니버스의 과학적 탐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된 이론 물리학자들도 생겨난 모양이다.


<Our Mathematical Universe: My Quest for the Ultimate Nature of Reality>는 테그마크의 충격적 인터뷰 이후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그런 인터뷰가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출판사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설령 노출되더라도, '빅 퀘스쳔(Big Question)'을 다루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사는 대중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궁극적 공식을 알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자기 자신은 실현할 수 없지만 인간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가능성에 자위할 것이다. 이것이 그 어느 시대보다 낮는 문맹률을 자랑하는 21세기 출판 문화의 한 측면이다.




덧글(플라즈마 우주론의 한스 알벤의 인터뷰를 나의 방식대로 개작한 것)

자연 패턴들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데 수학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로부터 자연 자체에 어떤 수학적 구조가 있다고 전제할 수 없다.

중력 중심의 우주론은 그렇게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굳이 특정 종교와 연관시키면 기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플라즈마 우주론의 우주는 무한하고, 우주의 부분들은 끝없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기에,

그것을 굳이 특정 종교와 연관시키면 불교적 혹은 힌두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을 '특정 종교적 세계 이해 방식의 증명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넌센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