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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서 공매도폐지 너무 강조해서는 안 되는 이유

착한왕 이상하 2018. 4. 10. 19:34



* 4월 20(오후 5-8시)일, 21(오후 2-6시)일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촛불 집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도 참가합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어 다음과 같은 글을 네이버 금융 카페에 올렸고, 그 글을 반박하는 댓글들에 대해 제 의견을 달았습니다. 첨언을 보시면, 왜 제가 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사실 20만 청원 돌파한 제안의 경우, 개인적으로 제목이 못마땅합니다. 현 공매제도가 불공정한 것인 당연히 맞지만, 공매제 폐기 여부는 단순히 개미들의 결정 사항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여부는 공매도 기능과 우리 주식 시장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회적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제목을 '....와 불공정한 현 공매제도 재고"로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청원 하나 소개합니다. 저는 100% 동의합니다.


    [청원진행중] 삼성증권 사태 당시 국민연금의 삼증 주식 대량 매도에 관한 진상 규명 촉구


* 이 글도 나중에 삭제합니다.



우리가 집회에서 지나치게 공매도 폐지를 강조해선 안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융마피아(금피아)들은 1년 예산의 1/4에 가까운 삼성 위조 주식 발행 사건을 공매도 찬반론으로 몰려는 프레임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 집회에서 공매도 폐지 구호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그런 깃발이 불게 되면 적에게 빌미밖에 주지 않습니다. 금융마피아에게 공매는 사실 수단에 불과합니다. 금피아가 좌지우지하는 금융시스템이 개혁되면, 공매 문제는 자연스럽게 적정선에서 해결됩니다. 더욱이 집회에서 지나치게 공매도 폐지 구호가 커지게 되면, '저거들 주식에서 손해보고 악이 올라 저런다'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조금은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렇습니다. 개미가 아닌 시민들 중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사실 많습니다. 이 싸움을 우리쪽에 유리하게 몰고 오려면, 결국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포섭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번 주식 위조 사건이 실제로는 국가 전복을 꾀한 경제 사범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강조해야 하며, 동시에 국민연금 문제를 강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규모면에서 세계 3대 기금 중 하나입니다. 다른 나라 기금들이 해외 투자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공매 세력과 외인들의 현금 인출기에 불과하며, 주식 시장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곳입니다. 금감원 못지 않게 국민연금을 몰아 세워야 합니다. 국민연금 공단 앞에서도 시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운영진들이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이런 글을 올립니다.

모두 촛불드는 날 모입시다.

* 첨언: 이 번 사건은 최순실 농단 사건만큼 중요한, 아니 더 중요한 사건이지만, 개미가 아닌 시민들에게는 자신들과 아무런 이해득실이 없는 것처럼 파악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촛불을 모으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을 갖고 시작해야 합니다. 설득이 필요한 루트를 잘 찾고, 방송 등에 나가는 경우에도 운영진들이 조금은 교활하게 전략을 짜고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훌륭한 전략으로 이 싸움을 우세하게 몰고갈 수만 있다면, 새로운 희망이 탄생하는 겁니다. 좌우이념논쟁과 같은 것 없이도 전문적 국가 영역을 시민들의 힘으로 개혁한 대한민국 역사의 최초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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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박들이 있었습니다.
"국민연금 문제를 강조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합니다만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것도 강조해야 합니다." "당연히 없애자고 해야지~~ 악의 뿌린데"

이러한 반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강조하되 약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공매도 폐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저쪽 프레임에 걸려요. 금피아가 위축되도록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저도 공매도 반대론자이지만, 완전한 공매도 폐지는개미들의 주장만 가지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번 건을 잘 이용해 개미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어진 공매제도를 개선시키려면, 영리하게 이 사건에 대처해야 합니다.

현 공매제 악의 뿌리 맞습니다, 개미들에게만 불리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그 공매제도를 누가 만들었나요? 더욱이 공매제 완전 폐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데, 영리한 금피아들은 이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물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손실난 것에 대한 증오는 식히고 차분하게들 생각해 대처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무조건 소리친다고 우리에게 유리한 게임이 절대 아닙니다. 개미들끼리 단합? 바이오로직 개미들 모을 수 있나요? 개미군단도 통일된 군단이 아닙니다. 이런 점 망각하면, 시작하기 전에 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