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든 리포트를 준비하는 대학생이든, 학생들의 글을 보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제시문의 핵심 부분 혹은 타겟을 찾은 경우에도 글이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학생들이 제시문에 등장하는 용어의 정의나 규정 방식을 간과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제시문에 그런 규정이 드러나 있다고 해서 그것을 논술에서 빼먹게 된다면, 제 3자에게 글의 의미와 목적을 전달할 수 없다.
또 어떤 경우에는 특정 용어에 대한 규정 방식이나 정의가 그 용어와 관련된 입장이 아니라 다른 입장을 서술한 과정 속에 (간접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이때 그 과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논술은 망치게 된다. 또한 서로 상반된 두 입장이 등장하는 제시문에서 한 입장의 핵심 용어에 대한 설명은 매우 압축적인 경우도 많다. 상반된 다른 입장을 고려하여 해당 핵심 용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단문을 가지고 제시문 구성에 핵심적인 용어나 부분에 대한 규정 및 정의 방식을 파악하여 자기 글로 재구성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동일한 내용의 글도 그러한 재구성 방식의 서술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포함하고 있지 않는 것보다 출제자의 눈에 잘 띄게 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용어 규정 훈련은 글의 부분을 정확히 위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용어나 부분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글을 쓸 때 해당 용어에 대한 설명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켜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다음은 용어 규정 휸련을 위한 예시 문제들 중에서 3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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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화된 사회
(가) 세속화된 상태는 정치, 경제, 과학, 교육, 법 등의 분야가 특정 종교의 지배에서 벗어나 그 자체의 고유성을 확보한 사회 상태를 뜻한다. 이때 종교도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기능 단위를 뜻한다. 사회의 각 분야가 종교의 지배적 이념에서 해방되어 그 고유성을 확보한 과정은 ‘사회의 기능적 분화’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까닭에, 사회의 각 분야는 ‘기능적 단위’로 불리는 것이다. 사회는 그러한 기능 단위들의 연결망에 근거한 유기체와 같은 존재이며, 각 기능 단위는 사회라는 유기체 전체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회의 기능적 분화는 계층 분화에 따른 가치 체계의 다원화를 수반한다. ‘구조적으로 분화된 사회’는 사회의 기능적 분화 및 계층 분화에 따른 가치 체계의 다원화가 뚜렷하게 발견되는 사회이다. 따라서 (나) 세속화된 상태는 ‘구조적으로 분화된 사회 상태’를 뜻한다.
[예제 1] (가)를 근거로 (나)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핵심 개념은?
[예제 2] 그 핵심 개념을 정의해 본다면?
[예제 3] [예제 2]의 정의를 바탕으로 위 글을 재구성해 본다면?
* 보일과 데카르트의 공통점
보일과 데카르트는 17세기 기계론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보일은 원자론의 전통을 계승한 인물이다. 원자론에 따르면, 물질의 운동을 위해 빈 공간이 가정되어야 한다. 또한 더 이상 분할 불가능한 물질의 기본 단위, 즉 원자가 있어야 한다. 세 개의 기본 원소를 가정하고 자연 현상을 설명하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데카르트도 원자론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원자론의 기본 가정을 부정하였다. 보일과 데카르트의 이러한 차이를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 된다. 그 둘은 기계론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일과 데카르트 모두 접촉에 의한 운동의 변화로만 자연 현상을 설명하려고 했다.
[예제 1] 위 글의 내용에 국한하여 기계론을 정의해 본다면?
[예제 2] 위 글의 내용에 국한하여 원자론의 기본 가정을 설명해 본다면?
[예제 3] 보일과 데카르트에게서 발견되는 미묘한 입장 차이는?
[예제 4] 위 글의 논지는?
[예제 5] 원자론의 기본 가정으로부터 논지로 끝나는 방식을 취하여 위 글을 재구성해 본다면?
* 근접인과 궁극인
질병 및 재난의 원인을 분석할 때 원인은 크게 ‘근접인(proximate cause)’와 ‘궁극인(ultimate cause)’로 분류된다. A 형 간염을 보기로 들어보자. A 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항상 A 형 간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A 형 간염 바이러스 없이는 A 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는다. A 형 간염 바이러스는 이러한 의미에서 A 형 간염에 대한 근접인이 된다. A 형 간염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인 근접인을 없앤다고 하여 A 형 간염 보균자의 수가 급젹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A 형 간염은 술잔 돌리기로 다른 이에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 형 간염 보균자의 수를 줄이려면, 술잔 돌리기와 같은 문화적인 습관도 변해야 한다. 이때 술잔 돌리기와 같은 문화적인 습관은 A 형 간염에 대한 궁극인으로 여겨진다.
이번에는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을 보기로 들어보자. 챌린저호 폭발에 대한 물리적인 결정적 원인은 오링(o-ring)의 결함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시 발사 지연을 요청한 공학자들이 있었다. 오링에 대한 테스트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우주 왕복선의 컴퓨터 수치만 믿고 발사를 감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였다. 나사(NASA)의 집행부는 공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발사를 감행했다. 챌린저호 폭발 사건에 대한 근접인은 오링이다. 하지만 챌린저호 폭발 사건과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나사의 의사 결정 과정이나 조직 체계를 개선시켜야 한다. 챌린저호 폭발 사건에 대한 궁극인은 하부가 상부를 제한할 수 없도록 구성된 조직 체계였기 때문이다.
[예제 1] 위 글의 두 사례를 바탕으로 근접인과 궁극인을 정의해 본다면?
[예제 2] 질병 및 재난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원인 분석에서 근접인과 궁극인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논해 본다면? ([예제 1]의 정의를 먼저 명시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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