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Addiction)

중독(Addiction)

 

 

다음과 같은 사설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뭇 남성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플레이보이지 모델이 메타돈(methadone) 남용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메타돈을 이용해 헤로인 중독을 치료하는 ‘메타돈 유치법’, 곧 MMT(Methadone Maintenance Treatment)에 큰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메타돈은 헤로인보다는 그 중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금단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용된 약물이다. 헤로인 중독 치료에 사용되어온 메타돈은 심장 발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헤로인이나 메타돈이나 둘 다 중독 증상을 불러일으키기는 마찬가지다. 헤로인 중독을 메타돈으로 치료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이번 플레이보이지 모델의 사망 사건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모든 마약의 의학적 사용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당신은 위 사설의 논지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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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절, 반항적인 수많은 젊은이들이 ‘캐너비스(cannabis)’로 분류되는 대마초에 손을 대었다. 냉전 이데올로기에 세뇌당한 것에서 벗어나는 데 ‘변화된 의식 상태’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는 것에 대한 정당성의 여부를 떠나, 대마초가 변화된 의식 상태를 자극하는 성분을 가진 식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1960년대 말에만 하더라고, 대마초를 피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마초가 반전 운동의 상징이 되면서, 그리고 마약과의 전쟁이 미국 정부의 주된 정책이 되면서, 두 가지 선입관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 하나는 모든 마약이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약이 갖는 의학적 효용을 그저 ‘필요 악’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현재 마약으로 분류된 모든 것이 중독성을 갖고 있을까? 커피나 알코올을 포함해 중독성을 갖고 있는 식물, 향신료, 약품, 인공 합성물은 무척이나 많다. 흥분제, 진정제, 마취제, 최면제 등으로 사용되는 많은 물질이 중독성을 갖고 있다. 중독성을 갖고 있는 모든 것이 마약으로 분류되어 금지 품목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코카나무 잎에 든 단백질은 북아메리카 인디오들의 식생활을 지배해온 만큼, 코카나무는 그들에게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코카나무 잎이 코카인 생산에 사용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코카나무 재배를 금지시키는 것은 열악한 산악지대에서 생활하는 인디오들을 설득시키기 힘들다. 술이 20세기 초 미국에서 금지된 반면, 코카인은 19세기 중엽 이후부터 상당 기간 동안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프로이트도 예외가 아니어서 ≪코카인에 대하여≫라는 책을 쓰기도 했지만, 오늘날 코카인은 법적으로 금지된 마약류로 취급된다. 모든 중독제가 마약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듯이, 모든 마약이 중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마약의 분류가 정치 문화적 요인에 자유롭지 않은 반면, 중독성을 가진 물질에 대한 의학적 분류 기준은 견고하다. 세 종류의 표현을 분석해보자.

 

[종류 1] 지금 담배가 무지 당깁니다.

 

[종류 2] 요새 잠도 안 오고, 이럴 때 그거 한 대 피고 깊게 잠을 자봤으면 좋겠어요.

 

[종류 3]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담배를 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성공할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종류 1]의 표현이 생리적 충동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라면, [종류 2]의 표현은 회상에 가깝다. 현재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취급되지만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는 담배의 경우, 피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만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다. 니코틴이 체내에 축적될수록 니코틴에 대한 내성이 생겨 신체가 담배를 요구하게 된다. 과다 복용을 할 때 내성과 함께 생리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물질만이 중독제로 분류된다. 말초신경계가 아닌 뇌의 특정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변화된 의식 상태’에 이르게 해주는 대마초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마초가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대마초는 의학적으로 알코올과 헤로인으로 대표되는 ‘맹독성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중독성이 없기 때문이다.

 

거리를 지나가다 대마초 잎을 발견하고 피운 사람이 대마초에 중독되었다는 기사도 난적이 있다. 그러한 기사는 날조된 것이다. 의식 상태를 변화시키는 대마초의 화학 물질은 잎이 아닌 암컷의 꽃 봉우리에 응축되어 있다. 특별하게 개량된 종이 아니라면, 대마초는 일반적으로 자웅이체이다. 대마초가 마약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중독성이 아니다. 그 이유는 실실 웃게 만든다든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지는 시간의 여행 속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행동’일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논의의 여전히 남는다. 비정상적이라는 행동 범주의 경계 설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중독성을 가진 물질을 과다 복용하면, 체내에 그 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니코틴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일정양의 담배를 피워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금단현상(withdrawal)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것이다. [종류 3]의 표현은 자신의 인생을 관조할 때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각오를 반영하고 있다. [종류 1]과 달리, [종류 3]의 표현은 생리적 충동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 아닌 것이다. 담배를 끊겠다는 각오만으로 쉽게 담배를 끊기 힘들 듯이, 중독성이 강한 알코올이나 헤로인도 마찬가지다. 피를 한번 토하거나 건강에 위협을 느낀 후에야 담배를 끊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강한 의지만 있으면 되는 법이니, 피부를 통해 일정양의 니코틴을 주입시켜주는 금연 보조제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금연 보조제의 실질적 효과가 검증되었는가라는 문제를 떠나, 그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헤로인도 강한 의지만 가지면 끊을 수 있으니, 약한 대체 마약을 중독자들에게 나눠주는 치료법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담배를 끊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헤로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마약으로 분류되는 각종 식물과 인공 합성물이 갖는 여러 의학적 효용은 제쳐두더라도, 그것들이 진통제나 마취제로 사용되어온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마취제로 사용되는 모르핀의 중독성도 헤로인 못지않다. 모르핀에서 마취에 효과적인 화학 성분만을 추출해 인공적으로 합성해내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헤로인이다. 중독성이 강한 만큼 모르핀에 대한 환자의 내성이 강해져 점점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이 투입되어야, 환자에게 진통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값비싼 의료 보험에 가입한 미국의 암환자나 에이즈환자는 병원에서 대마초를 처방받는다. 미국 도심지의 뒷골목에서 거래되는 대마초가 위험한 이유는 중금속 중독과 관련되어 있다. 많은 양의 대마초가 쓰레기 매립지와 같은 곳에서 음성적으로 재배되기 때문이다. 의학 드라마 <닥터 하우스(Dr. House)>를 보면, 진단 의학자 하우스 박사는 종종 친구의 암 병동을 들린다. 환자용 대마초를 슬쩍하기 위해서이다. 하우스의 환자 중에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음성적으로 재배된 대마초를 복용하고 중금속 독성에 시달리는 젊은이도 있다. 이러한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갖는 이중적 의미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메타돈이라는 대체 마약을 헤로인 중독자들에게 나눠주는 의료 행위이다.

 

메타돈 역시 중독성을 갖고 있지만, 헤로인처럼 그 중독성이 강하지는 않다. 헤로인에 대한 중독자의 내성이 약해질 때까지 메타돈을 처방해주는 요법은 ‘메타돈 유치법’으로 불린다. 메타돈은 헤로인의 금단 현상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일종의 ‘필요 악’과 같은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필요 악’을 ‘필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궁여지책’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환자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며, 그를 격리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에서 ‘뽕’으로, 중독자들에게는 ‘술’로 불리는 헤로인은 그저 섹스에 사용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독에도 급이 있다. 섹스의 유희를 위해, 곧 15분 정도를 1시간 이상으로 느끼게 만드는 강한 ‘쾌락 집중 효과제’로 헤로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중독 정도는 고수급은 아니다. ‘고수급’이라는 표현이 조금 요상하기는 하지만, 다른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들다. 섹스에 헤로인을 사용하는 이들은 금단 현상으로 인한 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격리 치료가 충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수급은 다르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어느 유학생 K가 독일에 있었을 때 일이다. 지방 지역을 운행하는 독일 기차는 무척이나 오래 된 것들이다. 칸과 칸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담배도 필 수 있었다. K는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데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친구, 일본에서 왔나?”

 

“아니 개한민국.”

 

“이보게 친구, 나를 잠깐 가려주게.”

 

그는 고무줄을 꺼내 팔에 감았다. 주사기로 헤로인을 투약하기 위해 자신의 팔을 쳤다. 얼마 후 K는 그의 얼굴에서 평온함을 읽을 수 있었다. 대닐 보이 감독의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을 본 사람들은 오로지 섹스를 즐기게 위해 헤로인을 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기성 사회에 적응도, 반항도 할 수 없는 젊은이들은 헤로인을 통해 순간적이나마 평온의 시간을 찾는다. 그들은 세상을 버릴 용기도, 세상에 뛰어들 용기도 없다. 주인공이 세상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헤로인 중독에 의한 금단 현상이 영화에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실상은 더욱 끔찍하다. 자기만의 평온을 위해 헤로인을 찾는 사람들은 금단 현상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들이 헤로인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기 위해 의학적으로 메타돈을 사용할 때 이것은 단순히 ‘필요 악’의 일반적 어감이 아닌 ‘필수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적어도 더 안정적인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다.

 

메타돈 복용으로 사망한 플레이보이지 모델 출신의 안나 니콜 스미스를 떠올리며, 메타돈 유치법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아들과 그녀가 연이어 사망한 후, 메타돈의 위험성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미국의 사고 식민지라고 불러도 쉽게 반박할 수 없는 이 땅이 그랬다. 메타돈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발견일까? 그렇지 않다. 메타돈은 헤로인과 유사한 생리적,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면서도 헤로인과는 다른 화학 성분을 갖고 있다. 메타돈에 내성이 생기지 않은 사람이 메타돈을 갑작스럽게 복용하면 사망할 수 있다. 헤로인에 대한 중독자의 내성을 약화시키는 과정에서 메타돈에 대한 내성은 강해지지만, 메타돈은 헤로인처럼 치명적인 중독 현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헤로인 중독자는 메타돈을 무조건 복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의사의 안내를 따라가야 한다.

 

그렇다면 안나 니콜 스미스의 사건에서 밝혀진 새로운 것이 있을까?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주기적인 메타돈 복용과 심장 발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상관관계만을 근거로 메타돈 유치법을 금지시킬 수는 없다.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시민들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마약 중독자들을 이용해먹는 권력층이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면, 그렇다.

 

안나 니콜 스미스가 사망한 후 심장 발작이 직접적 사인으로 밝혀졌고, 그녀가 심리적 안정을 위해 메타돈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누구나 메타돈 복용과 심장 발작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을 테스트하기 위한 표본 집단을 고른다. 최근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 1,000여명을 무작위로 추출한다. 평소에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던 사망자들을 제외시킨다. 실례로 300여명이 이렇게 제외되었다고 하자. 700명 중 메타돈을 복용한 사람들이 50명이라고 하자. 메타돈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도 전에 갑자기 메타돈을 복용한 후 사망한 사람들 10명도 제외시키자. 그러한 경우에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헤로인 중독으로 인한 금단 현상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로부터 메타돈을 처방받은 사람들을 선별한다. 30명이 이렇게 선별되었다고 하자. 그들 중 심장 기능 장애 흔적이 남은 사람들을 골라낸다. 그 사람들은 6명이라고 하자. 이렇게 하여 30명 중 6명, 곧 20%가 메타돈으로 인한 심장 기능 장애를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나머지 650명 중에서 심장 기능 장애 흔적이 발견된 사람들은 65명이었다. 10%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가 10%의 두 배이니, 메타돈 유치법이 심장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추측은 무조건 기각될 수 없다. 이제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자.

 

• 메타돈 유치법은 금지되어야 하는가?

 

앞서 대충 살펴본 통계 추정이 암시하는 것은 ‘메타돈 유치법에서 헤로인 중독자들의 심장 박동 수와 같은 것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안정적인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 메타돈 유치법은 헤로인 중독자들에게는 희망과 같은 존재이다.

 

중독을 약물에 국한시키지 않고 넓게 해석하는 경우, 우리 모두는 중독자이다. 과학, 문학, 방송 드라마, 종교, 취미, 음식, 섹스 등 어떤 것에 중독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이러한 중독은 개인의 취향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또한 생명, 인권, 자유, 정의 등과 같은 개념에도 중독되어 있다. 이러한 이념적 중독은 교육 등을 통해 형성된다. 다수는 이러한 이념적 중독이 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념들을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뇌 작용의 결과라면, 이념적 중독은 해로울 수 있다. 교육이 그러한 세뇌 작용의 수단으로 전락한 사회의 경우, 사람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념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혹은 절대적인 평가의 기준’으로 여기게 된다. 이때 이념들을 평가해보는 비판적 사고 능력은 활성화되지 않고, 이로 인해 다수는 이념을 내세운 세력들의 대리전쟁의 수단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남는 것은 변화해야 할 사회가 변화하지 못하는 고착 상태이다. 다수가 이념을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념에 중독된 사람들이라면, 교육의 실제적 모습은 이념들로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세력의 ‘인간 사육 시스템’에 불과하다.

 

이념적 중독에 빠진 사람 중에는 이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여, 통계치 가지고 장난하지 말고, 단 한 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것은 금지시켜야 하는 법이여!’ 과연 이러한 말하는 이는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그의 말은 만족할만한 삶을 되찾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상황을 저버린 것이다. 그는 마약 중독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악으로만 여기도록 사고가 길들여진 사람이다. 그에게 ‘생명’이라는 이념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또 다른 종류의 헤로인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이념적 중독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념들을 고려해볼 기회조차 갖지 목한 사람들, 즉 ‘죽은 머리(dead head)’들은 스스로 원하든 말든 이념을 이용해 세상을 획일화하려는 자들의 노리개로 전락한다. 죽은 머리들은 특정 이념으로 세상을 획일화하려는 ‘거대한 중독 계획’에 무의식적으로 동참하기 때문에, 그 계획을 누가 혹은 어느 세력이 진행하는지조차 모른다. 반면에 헤로인 중독자는 스스로 중독자로 여기고 치료를 원한다. 세상을 버릴 수도, 세상에 대항할 수도 없는 헤로인 중독자는 스스로를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