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인지와 경험

논리적 연결사 '연접(Conjunction)'과 접속사 '그리고'

착한왕 이상하 2011. 7. 12. 01:08

다음은 총 50 파트로 구성된 [사고 훈련] 중 <사고 훈련 18>의 한 꼭지에 해당한다. 진술 논리를 배울 때 논리적 연결사와 접속사의 기능적 차이를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때 진술 논리에 대한 어설픈 지식은 독이 될 수 있다.

 

* 다음 사고 훈련 자료를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추론학교 031-422-1977)

 

 

사고 훈련 18

- 논리적 연결사와 접속사의 구분을 통해 본 내용과 형식의 관계 -

 

 

범주 삼단 논법의 타당한 형식들을 [사고 훈련 16]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바바라’라 불리는 형식은 타당한 범주 삼단 논법 형식을 대표합니다.

 

<바바라>

모든 M은 P다.

모든 S는 M이다.

모든 S는 P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실제 내용을 갖춘 범주 삼단 논법이 위와 같은 형식의 변수들에 개념들을 집어넣어 얻어진 결과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내용적으로 타당한 삼단 논법에서 ‘개념들을 변수로 바꾸어 얻어진 것’을 ‘바바라’와 같은 형식으로 여겨야 바람직합니다. 또한 타당한 범주 삼단 논법의 형식들은 무조건적이 아니라 특정 조건 아래에서만 성립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범주 삼단 논법은 그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적용 범위는 범주 개념들에 대응하는 집합들의 포함 관계에 의해 각 진술의 참 거짓 판단이 결정 가능한 경우에 국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1>2’, ‘영이는 철수보다 키가 크다’와 같이 대소 관계를 함축한 진술에 대해서는 범주 삼단 논법을 적용하기 힘듭니다. 또한 우리말의 모든 진술이 범주 개념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는’과 같은 접속사를 포함한 진술들에 대해서도 범주 삼단 논법을 적용하기 힘듭니다.

 

 

[물음 1] ㉠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두 전제를 받아들일 때 결론을 부정하기 힘든 주장

② 세 전제를 받아들일 때 결론을 부정하기 힘든 주장

③ 결론을 받아들이면 전제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삼단 논법

④ 두 전제 중 적어도 하나가 참이면 결론도 참인 삼단 논법

⑤ 근거를 받아들이면 결론이 그럴듯해지는 주장

 

 

[물음 2] <보기> 중 ㉡에 해당하는 조건들을 모두 고른다면?

 

<보기>

  (가) 전제로 사용되는 진술은 참 또는 거짓으로 판단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가 거짓일 수밖에 없는 두 진술은 전제들로 사용될 수 없다.

  (나) 전제들과 결론의 각 진술은 두 개념으로 구성되고, 진술의 참 거짓 여부는 두 개념에 해당하는 두 집합의 포함 관계 등에 의해 결정 가능해야 한다.

  (다) 결론의 주어와 술어가 개념 S와 P로 구성된 경우, S와 P를 매개해 주는 개념 M이 두 전제에 들어 있다.

  (라) 전제들에 등장하는 모든 개념은 반드시 결론에도 등장해야 한다.

 

① (가), (나)    ② (가), (나), (다)    ③ (가), (다), (라)

④ (나), (다)    ⑤ (나), (다), (라)

 

 

논리학(logic)은 ‘근거를 가진 확실한 주장’ 혹은 ‘내용적으로 타당한 주장’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타당한 형식’이나 ‘추론 형식’을 주로 탐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그러한 형식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접속사나 특정 조사의 기능을 모방한 ‘논리적 연결사(logical connectives)’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논리적 연결사 ‘∧’, ‘∨’, ‘¬’, ‘→’는 각각 우리말의 ‘그리고’, ‘또는’, ‘... 아니다’, ‘... 면, ... 이다’에 해당합니다. 논리적 연결사와 접속사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를 망각하고 논리학의 기초를 배우면, 머리가 망가집니다. 여기서 ‘머리가 망가진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해, 논리적 연결사와 접속사를 비교하여 살펴봅시다.

 

 

(1) 연접 ‘∧’

논리적 연결사 ‘∧’는 ‘연접(conjunction)’이라 불립니다. 따라서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임의의 두 진술 P, Q를 ‘∧’가지고 연결한 ‘P∧Q’는 ‘P와 Q의 연접’이라고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연접을 포함한 모든 논리적 연결사는 진술들의 내용을 무시하고 오로지 진술들의 진리치(truth value)인 참(T) 거짓(F)을 변환하거나 결합하는 기능을 갖는다.

 

‘P∧Q’가 참이라는 것은 다음을 뜻합니다.

 

• ‘P∧Q’는 P와 Q 모두 참인 경우에만 참이다.

 

P와 Q의 연접에 대한 위 정의에서 보듯이, 연접 연결사 ‘∧’는 진술의 내용이 아니라 진술들의 진리치인 참 또는 거짓의 결합 방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연접 연결사 ‘∧’이 모방하고 있는 접속사 ‘그리고’는 진술들의 내용을 결합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인간의 실제 판단은 내용에 의존적입니다. 따라서 접속사 ‘그리고’를 포함한 진술이 ‘P∧Q’의 P와 Q에 임의의 진술을 집어넣어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P∧Q’의 정의는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를 포함한 진술이 참으로 판단되는 경우를 일반화한 것입니다.

 

연접 연결사 ‘∧’와 관련하여 다음의 타당한 형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화 형식>

P∧Q

P

 

<단순화 형식>이 타당하다면, 전제들이 참일 때 결론은 거짓일 수 없어야 합니다. 또 거짓인 결론이 참인 전제들에 근거하는 경우는 타당한 주장으로 여겨질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타당한 주장을 ‘전제들을 받아들일 때 결론도 참인 경우의 주장’보다는 ‘전제들을 받아들일 때 결론이 거짓일 수 없는 경우의 주장’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거짓이 아닌 경우가 오로지 참인 경우밖에 없는 것으로 가정한다면, 타당한 주장은 ‘전제들을 참으로 가정할 때 결론도 반드시 참인 경우의 주장’을 뜻하며, 타당한 형식이란 그런 주장에서 발견된 형식을 뜻합니다.

 

<단순화 형식>이 타당하다면, ‘P∧Q’를 참으로 가정해야 합니다. 이때 연접 연결사의 정의에 따라 P와 Q 모두 참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결론 P도 참이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단순화 형식>은 타당한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제 3] 다음 형식이 타당한 형식임을 설명해 본다면?

 

<연언화 형식>

P

Q     

P∧Q

 

 

 

 

이제 논리적 연결사 연접 ‘∧’와 접속사 ‘그리고’의 차이를 알아봅시다. <연언화 형식>의 타당성에 대한 설명은 다음 형식들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P                 Q                 Q

Q                     P                      P       

Q∧P            Q∧P             P∧Q

 

따라서 위 모든 형식들은 다 <연언화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언화 형식>으로 분류 가능한 것들을 살펴보면, 전제들이 주어지는 순서나 전제들이 결합되는 순서는 연접 연결사의 정의에 따른 진리치 결정 혹은 계산 방식과 무관합니다. 이는 접속사 ‘그리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음 보기를 봅시다.

 

<스트라이커>

• 왕손이 공을 찼다.

•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왕손이 공을 찼고,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키퍼>

•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왕손은 공을 찼다.

•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고, 왕손은 공을 찼다.

 

<스트라이커>와 <골키퍼>라는 두 주장은 둘 다 타당합니다. 전제들을 받아들이면, 결론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두 주장의 내용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스트라이커>의 경우, 왕손은 골키퍼가 아닙니다. 따라서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고, 왕손은 공을 찼다’보다는 ‘왕손이 공을 찼고,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가 결론으로 더 적절한 표현입니다. 또한 <스트라이커>와 <골키퍼>의 각 결론은 ‘왕손이 공을 차자,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와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자, 왕손이 공을 찼다’로 표현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이렇게 결론을 바꾸어 보면, 접속사 ‘그리고’는 일상생활에서 원인과 결과의 관계, 즉 인과 관계를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논리학의 연접 연결사 ‘∧’의 기능은 오로지 진술들의 진리치 결합 방식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살펴본 연접 연결사 ‘∧’는 진리치의 결합 방식 외에는 접속사 ‘그리고’의 기능을 충분히 모방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논리학이나 인공 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살펴본 ‘∧’의 정의보다 접속사 ‘그리고’의 기능을 더 잘 모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를 논외로 한다면, 연접 연결사 ‘∧’와 접속사 ‘그리고’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 연접 연결사 ‘∧’를 가지고 진술들을 결합할 때, 참 거짓 판단에서 진술들이 주어지는 순서나 결합되는 순서를 무시해도 된다. 반면에 접속사 ‘그리고’를 가지고 진술들을 결합할 때, 그러한 순서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연접 연결사 ‘∧’와 접속사 ‘그리고’ 사이에서 발견되는 위의 차이는 또 다른 논리적 연결사 ‘∨’와 접속사 ‘또는’에 대해서도 해당합니다.

 

 

[예제 4] <단순화 형식>으로 분류 가능한 모든 형식들을 나열해 본다면?

 

 

 

 

[예제 5] P를 ‘왕손은 공을 찼다’라고, Q를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라고 합시다. 이때 <단순화 형식>을 가지고 ‘왕손은 상대편 스트라이커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음을 설명해 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