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인지와 경험

논리적 연결사 '이접(Disjunction)'과 '부정(Negation)'

착한왕 이상하 2011. 7. 15. 16:35

*다음은 총 50 장으로 구성된 [사고 훈련]의 <사고 훈련 18>의 한 꼭지이다.

 

* 다음 사고 훈련 자료를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추론학교 031-422-1977)

 

 

(2) 이접 ‘∨’

논리적 연결사 ‘∨’는 ‘이접(disjunction)’이라 불립니다. ‘P∨Q’는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임의의 두 진술 P와 Q를 이접한 것을 뜻합니다. 연접 연결사 ‘∧’와 접속사 ‘그리고’ 사이에서 발견되는 차이는 이접 연결사 ‘∨’와 접속사 ‘또는’에 대해서도 그대로 해당합니다. 이접 연결사 ‘∨’를 가지고 접속사 ‘또는’을 모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접속사 ‘또는’을 가지고 두 진술을 연결할 때, 두 진술을 포함한 맥락에 따라 두 진술 모두를 긍정하거나, 아니면 둘 중 하나만 긍정하기도 한다.

 

‘또는’이 ‘두 진술 모두를 긍정하는 것’과 ‘둘 중 하나만 긍정하는 것’ 모두에 사용되는 경우, 이때 ‘또는’은 ‘포괄적 또는(inclusive or)’이라 불립니다다. 반면에 ‘또는’이 ‘둘 중 하나만을 긍정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 이때 ‘또는’은 ‘배타적 또는(exclusive or)’으로 불립니다. 일반적으로 이접 연결사 ‘∨’의 정의는 ‘또는’의 이러한 두 가지 측면 중에서 ‘포괄적 또는’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 ‘P∨Q’는 P와 Q 중 적어도 하나가 참이면 참이다.

 

위 정의에 따르는 경우, 다음과 같은 타당한 형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선언지 첨가 형식>

P     

P∨Q

 

<선언지 첨가 형식>에서 선짓국의 ‘선지’와 발음이 비슷한 ‘선언지’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생소하게 들린다. 그 단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제거하는 방식의 주장’을 ‘선언지 제거법’이라고 부른 데서 기인했습니다. <선언지 제거 형식>은 부정 연결사 ‘¬’를 다룰 때 살펴볼 것입니다.

 

P를 참으로 받아들이면, ‘P∨Q’의 정의에 따라 ‘P∨Q’도 참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선언지 첨가 형식>은 타당한 형식입니다.

 

 

[예제 6] 다음에 주의하여 <선언지 첨가 형식>으로 분류 가능한 모든 타당한 형식들을 임의의 두 진술 P와 Q를 가지고 나열해 본다면?

 

• 이접 연결사 ‘∨’를 가지고 진술들을 결합할 때, 진술들이 주어지는 순서나 결합되는 순서는 무시된다. 이점에서 이접 연결사 ‘∨’는 접속사 ‘또는’과 다르다.

 

 

[예제 7] 다음 그림의 빈 칸을 채워 본다면?

 

 

 

 

(3) 부정 ‘¬’

일상어의 부정 방식은 다양합니다. 다음 진술을 살펴봅시다.

 

(A) 모든 국산 티브이는 잘 만들어졌다.

 

(A)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부정 방식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B) 모든 국산 티브이는 나쁘게 만들어졌다.

(C) 국산 티브이 중에는 잘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D) 외제 티브이는 잘 만들어졌다.

(E) 일부 국산 티브이는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F) 일부 국산 티브이는 나쁘게 만들어졌다.

 

(B)는 (A)의 술어 부분만 부정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C)는 그러한 (B)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D)는 (A)의 주어 부분에 등장하는 형용사 ‘국산’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B)~(D)는 (A) 전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A) 전체를 부정한다는 것은 ‘(A)와 모순 관계를 맺도록 해준다는 것’을 뜻합니다. 두 진술이 모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                                                                     )

 

이때 (A)와 모순 관계를 맺는 것, 즉 (A) 전체를 부정한 것은 (E)입니다. (F)는 (E)와 의미상 동일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부정 연결사 ‘¬’은 진술의 내용이 아니라 진술의 진리치를 변환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P가 참이라면, ‘¬P’는 거짓입니다. 따라서 일상어의 전체 부정 방식만이 부정 연결사 ‘¬’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참과 거짓이라는 두 진리치만 가정하고, 또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진술들만 고려한다면, ‘¬’의 기능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 ‘¬P’는 P가 거짓일 때 참이다. 역으로 ‘¬P’는 P가 참일 때 거짓이다.

 

[예제 8] 위 글의 빈 칸 ( )에 들어갈 내용을 써 본다면?

 

 

[예제 9] 다음 형식들이 타당함을 설명해 본다면? (‘¬¬P’는 ‘¬(¬P)’를 뜻합니다.)

 

<이중 부정은 긍정 형식>

P                                            ¬¬P

¬¬P                              P

 

   

이제 논리적 연결사 ‘∧’, ‘∨’, ‘¬’의 각 기능을 알았습니다. 논리적 연결사의 기능은 진술들의 내용이 아니라 진술들의 진리치를 결합하거나 바꾸어주는 것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 점은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선언지 제거 형식>

P∨Q

¬P   

Q

 

‘P∨Q’와 ‘¬P’ 모두를 참으로 받아들일 때, ‘¬P’는 당연히 참입니다. ‘¬’의 기능에 따르면, P는 거짓이어야 합니다. ‘∨’의 기능에 따르면, P와 Q 중 적어도 하나는 참일 때 ‘P∨Q’도 참입니다. P가 거짓이므로, ‘P∨Q’가 참이기 위해서는 Q는 참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P∨Q’와 ‘¬P’ 모두를 참으로 받아들일 때, Q는 참입니다. 즉, <선언지 제거 형식>은 타당한 형식입니다.

 

[예제 10] 임의의 두 진술 P와 Q를 가지고 <선언지 제거 형식>에 속하는 타당한 형식 8개를 써 본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을 살펴보면, 진술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진술의 내용은 시제, 가능성, 필연성, 당위성 등의 양상(modality)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지금까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은 그러한 양상과 무관합니다. 시제, 가능성, 필연성, 당위성과 같은 양상을 다루는 논리적 기법은 우리의 논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 논리적 연결사의 기능 방식은 시제, 가능성, 필연성, 당위성 등의 양상과 무관하다.

 

위 사실에 주의한다면, 타당한 형식에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진술들을 집어넣는다고 항상 내용적으로 타당한 주장이 얻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두 주장을 비교해 봅시다.

 

(가)                                   (나)

• 가을이 왔거나 겨울이 왔다.   • 가을이 왔을 수 있거나 겨울이 왔을 수도 있다.

• 가을은 아니다.                         • 가을은 아니다.                                                   

• 겨울이 왔다.                       • 겨울이 왔다.

 

가을이 오지 않은 것을 겨울이 온 것으로 간주하는 맥락 속에서 (가)는 내용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의 두 전제가 충분히 그러한 맥락을 구성한다면, (가)의 내용적 타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겠죠. (나)의 경우는 (가)와는 다릅니다. 첫 번째 전제는 ‘... 수 있다’ 혹은 ‘...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경우, 첫 번째 전제를 받아들여도 ‘가을이 오지 않았으면, 반드시 겨울이 온 것이다’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 전제에 ‘가을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덧붙여도, ‘겨울이 왔다’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즉, (나)를 내용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진술의 내용을 구성하는 시제, 가능성, 필연성, 당위성 등의 양상을 무시하는 경우, ‘가을이 왔거나 겨울이 왔다’와 ‘가을이 왔을 수 있거나 겨울이 왔을 수도 있다’는 모두 ‘P∨Q’의 형식으로 표현 가능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에만 우리의 관심을 국한한다면, (가)와 (나) 모두에서 <선언지 제거 형식>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때 그러한 형식은 무조건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지금까지 살펴본 타당한 형식들은 ‘내용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진 주장들을 분류하고 특정 조건들 아래 진술들을 변수로 대체시키는 추상화 과정’의 결과물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특정 조건들’은 논리적 연결사의 기능 방식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기능 방식은 다음의 관점에 따라 구성되었습니다.

 

• 논리적 연결사는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진술들의 진리치를 결합하거나 변화시키는 기능을 갖는다.

• 진술들이 주어지는 순서는 타당한 형식을 구성할 때 무시된다. 또 연접 및 이접 연결사를 사용해 진술들을 결합할 때, 그 순서도 무시된다.

•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 방식을 고려하여 타당한 형식을 구성할 때, 진술에 함축된 시제, 가능성, 필연성, 당위성 등의 양상도 무시된다.

 

따라서 논리적 연결사의 기능 방식에 근거한 타당한 형식들만 가지고 일상적인 주장들을 충분히 모방하기란 힘듭니다. 이 때문에, 추상화 과정에 필요한 조건들을 수정하거나 확대시켜 일상적인 주장들을 좀 더 잘 모방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 속에서 여러 다양한 논리 체계들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러한 논리 체계들을 살펴보는 것은 지금의 논의 범위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예제 11] <선언지 제거 형식>을 띠지만 내용적으로 타당하다고 하기 힘든 주장 하나를 만들어 본다면?

 

 

 

<선언지 제거 형식>을 만족하는 (가)와 (나) 중에서 (가)만 내용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타당한 형식’에 진술들을 집어넣는다고, 내용적으로 타당한 주장이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내용적으로 타당한 모든 주장에 반드시 어떤 타당한 형식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며, 또한 그러한 형식은 ‘내용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주장들을 분류하고 진술을 변수로 대체시키는 추상화 과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타당한 형식을 어긴 주장이 맥락에 따라서는 내용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논리적 연결사 ‘→’를 살펴볼 때 분명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