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비판적 사고

논증의 구성과 사용: 논증 구조와 구성

착한왕 이상하 2012. 3. 21. 01:09

* 다음은 미완성 원고 <논증의 구성과 사용> 중 첫 번째 장이다. 해당 원고는 두 개의 Part로 총 15장으로 기획되었다. 일반인들에게 접근 가능하도록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된 원고이다. 논증의 구성 방식을 다루는 Part 1까지 썼다. 논증과 논증, 논증과는 다른 종류의 글 구성과 논증의 연결 방식은 Part 2에서 다룬다. 돈으로 환산 가능한 독자층이 없고, 또 써먹을 때도 없으니 이 원고는 미완성 상태로 머물다가 소각될 예정이다. 어쩌다가 보니 학원 수업에서 Part 1의 일부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총 6장으로 구성된 Part 1에서 세 개의 장을 골라 여기에 올린다.

 

논증의 구성과 사용

 

1. 논증 구조와 구성

 

 

[1.0] 논리학과 연관해 논증론은 어떻게 이해되는가?

 

논리학과 연관된 논증론은 논증을 평가하는 분과로 이해된다. 논증이 구성되는 방법들, 그리고 좋은 논증과 그렇지 않은 논증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방법들이 논증론의 주 관심사가 된다. 그러나 논증론 일반이 논리학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이 강의가 진행되면 될수록 구체화될 것이다.

 

 

[1.1] 논증을 구성하는 소재는 무엇인가?

 

논증을 구성하는 소재는 ‘진술(statement)’들이다. 진술은 그 내용이 참 또는 거짓의 판단 대상이 되는 문장의 종류에 속한다. 따라서 모든 문장들이 논증의 구성단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명령문, 감탄문, 의문문 등은 논증의 구성단위인 진술에 속하지 않는다. 진술들로서 다음을 들 수 있다.

 

• 진술 1. 6.25 사변은 1950년에 발생했다.

• 진술 2. 제2차 세계대전은 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

• 진술 3. 20년 후에 그는 대기업 회장이 될 것이다.

• 진술 4. 20년 후에 그는 절대 대기업 회장이 될 수 없다.

 

[진술 1]은 과거 사실에 비추어 참인 진술이다. [진술 2]는 과거 사실에 비추어 거짓인 진술이다. [진술 3]과 [진술 4]는 미래의 가능성과 관련된 만큼, 그에 대한 참 또는 거짓의 판단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논증론에서 진술이 미래의 사실에 비추어 정말 참인지, 또는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술이 어떤 내용에 대해 참 또는 거짓을 언급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진술 3]은 그가 대기업 회장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참으로 언급하고 있다. [진술 4]는 그가 대기업 회장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거짓으로 언급하고 있다.

 

 

[1.2] 논증의 구성단위인 진술은 반드시 단문이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1.1]의 [진술 4]도 실제로는 복문이다. 복문도 논증의 기본 구성단위로 취급된다. 따라서 논증의 구성단위인 진술은 단순 진술과 복합 진술로 나뉜다. 복합 진술은 [... 아니다], [... 그리고 ...], [... 또는 ...], [...면, ...이다], [... 없다], [... 경우, ...], [... 때 ...]와 같은 표현 방법을 빌려 구성된다. “...”에 단순진술이 들어가게 되는데, 단순진술은 실재하거나, 가능한 한 사실을 내용적으로 함축하는 긍정형의 진술이다. 일상 언어에서 복합 진술은 다음과 같이 압축된 형태로 나타난다.

 

• 열대 지역의 습한 공기가 형성되고, 아열대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되고 있다.

 

논증의 구성단위가 단순 진술일수도 복합 진술일수도 있기 때문에, 주어진 논증에서 특정 복합 진술을 단순 진술들로 분해하여 논증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러한 작업이 의미를 갖는 경우가 있다. 논증 구조와 논증 구성법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1.3] 논증 구조란 무엇인가?

 

논증 구조는 전제부와 결론으로 구성되며, 전제들과 결론 사이에는 특정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그러한 관계들은 실제로는 다양한데, 실전 문제와 관련된 관계는 일반적으로 논거 관계에 국한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논거 관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전제부의 진술들이 결론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거나, 전제부의 진술들이 결론을 함축하고 있는 경우다. 이러한 경우의 논거 관계가 전제부와 결론 사이에 성립할 때 결론은 전제부에 근거해 합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위에서 왼쪽 도식은 논증의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전제부와 결론의 논거 관계는 화살표로 표현되어 있다. 오른쪽은 전형적인 논증의 한 형태이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실제 논증에서 전제부와 결론의 논거 관계는 형식적이라기보다는 내용적이다. 이 점을 설득력 있게 보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간접적인 설명 방식을 택한다.

 

• 질문: 왜 사람은 죽는가?

• 답: 모든 동물은 죽는다. 사람도 동물이다.

 

위 질문에 대해 답은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말과 일반 배경지식을 공유한 사람들에게 위의 답은 질문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 충분성을 결정해주는 보편적 형식, 곧 내용과 무관한 절차와 같은 것은 실제로는 없다. 위의 질문과 답이 논증으로 재구성 가능한 이유는 답으로 채택된 진술들이 내용적으로 사람이 죽는 근거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도식에서 왼쪽의 ‘질문과 답변 도식’과 오른쪽의 ‘논증 구조 도식’은 다음 조건 아래 서로 변환 가능하다.

 

• 질문과 답변 도식에서 P1, P2, ..., Pn만으로도 C를 답할 수 있고, P1, P2, ..., PnC를 내용적으로 함축하거나 C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1.4] 논증 구성이란 무엇인가?

 

논증 구성이란 논증 구조를 일상용어를 통해 드러내는 효과적인 기법을 뜻한다. 논증 구조의 엄격한 도식에 따른다면, 결론이 제일 끝에 위치한다. 하지만 전제들의 수가 많다면, 결론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 제일 처음 부분에 위치시킬 수 있다. 또 특정 결론에 대한 전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 할 때’, ‘...라는 점에서’와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하지만 논증의 결론이나 전제를 지시해주는 표현들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물은 산소 하나와 수소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원소주기율표에 따르면, 산소는 O이고, 수소는 H다. 따라서 물은 H2O로 표현된다.

 

위와 같은 서술 구성은 형태적으로는 논증 구조를 담고 있지만 논증이 아니다. ‘따라서 ...’라는 표현은 논증의 결론이 아니라 약속에 따른 표기법이기 때문이다.

 

 

[1.5] 굳이 논증 구조와 논증 구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

 

동일한 논증 구조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논증을 살펴보자.

 

(1) 마우쩌둥은 마르크스의 이론에 심취했다. (2) 그러나 마르크스 이론을 당시 중국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란 어려웠다. (3) 그에 필요한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사이의 계층 갈등이 중국에는 없었기 때문에, 마우쩌둥은 마르크스 이론을 어느 정도 수정해야만 했다.

 

위 논증에서 결론은 무엇인가? 만약 진술 (3) 전체라고 해보자. (1)과 (2) 자체가 (3)을 주장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없다. 또 (3)의 내용이 (1)과 (2)에 함축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위 논증은 다음 논증 구조를 효과적으로 구성한 것 중 하나이다.

 

• 마우쩌둥은 마르크스 이론에 심취했다.

• 그는 마르크스 이론을 중국 상황에 적용하고 싶었다.

• 마르크스 이론을 적용하려면,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사이의 계층 갈등이 있어야 한다.

• 마우쩌둥이 살던 시절의 중국에는 그러한 계층 갈등이 없었다.

• 마우쩌둥은 마르크스 이론을 어느 정도 수정해야만 했다.

 

 

[1.6] 논증과 설명의 구분은 절대적인가?

 

설명 또한 논증과 마찬가지로 전제부와 결론의 구조를 갖고 있다. 설명에서 결론은 논증과 달리 확실히 알려진 사실이며, 전제는 그 사실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기름이 물 위에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이유를 따지는 것은 기름이 물에 뜨는 현상에 대한 인과적 설명이 된다. 또 전제부가 결론에 대한 단순한 부연 설명인 경우, 논증과 설명은 뚜렷이 구분된다. 논증은 글자 그래도 ‘논하여 무엇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증과 설명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실제로는 많다. [1.5]의 마우쩌둥 관련 논증을 살펴보자. 마우쩌둥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 논증은 설명일 수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배경 지식의 폭과 질에 따라 어떤 진술들의 배열이 설명일 수도, 논증일 수도 있다. 따라서 논증과 설명의 구분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