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잡세상 잡글

트윗 단상: 볼츠만

착한왕 이상하 2012. 10. 3. 16:34

* [트윗 단상]은 트윗에 올린 단상들을 간단히 정리하여 모아 놓은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글은 단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고, 이해에 필요한 많은 정보가 누락되어 있음을 밝혀둔다.


볼츠만

 

MBC헛소리로 볼츠만이 유행을 타더라. 어느 대선 후보의 논문이 문제될 수 있는 점은 그의 논문 기여도가 정말 제 2저자에 적합한 것인가 이지, 통계 해석에서 볼츠만 인용 여부가 될 수 없다. 더욱이 논문 기여도에 대한 평가는 해당 학계의 문제이다.

 

아무튼 볼츠만과 연관해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엔트로피를 물리계의 무질서도와 연관시키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 입장과 관련해 여러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과학사에서 볼츠만이 차지하는 입지도 평가 가능하다.

 

엔트로피와 물리계의 무질서도는 정말 동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엔트로피는 열역학에 속하며, 무질서도는 열운동학에 속한다. 볼츠만의 통계 물리 기법은 열운동학과 관련된 것이다. 왜 볼츠만은 통계 기법을 개발하여 열운동학에 관심을 가졌을까? 볼츠만은 당시 물리학의 여러 분과들 사이의 긴장 관계에 주목했던 인물이다.

 

볼츠만의 세계 이해 방식을 종교적으로 표현하면 '신은 원자다'라는 문구가 가장 적합하다. 그는 모든 물리현상이 물질의 기본 단위로 가정된 원자의 속성으로 설명가능하다고 여겼다. 물질은 에너지에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존재이다. 이를 역학적 세계관이라고 하자. 당시 열역학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물리학자들 상당수는 이러한 역학적 세계관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관은 '에너지 일원론'으로 불리기도 했다.

 

볼츠만은 통계적 기법에 근거해 엔트로피가 단지 무질서도에 의해 수반되는 것으로 취급했다. 여기에는 열은 원자의 운동에 불과하다는 입장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그의 열운동학은 그의 역학적 세계가 옳음을 증명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고안한 통계적 기법 자체가 그의 세계관이 올바름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켈빈 등이 보였듯이, 그의 통계 기법은 그의 목적과 반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 통계 기법은 다양한 해석에 대해 열려 있다. 사실 물리학의 방정식 대부분이 그렇다. 실례로 뉴턴 역학체계가 오로지 결정론적 해석만을 허락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소위 과학혁명기의 두드러진 점은 분과들 사이의 긴장감이 표면화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긴장감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지배적인 세계관은 있어도, 이론들 사이의 긴장감은 과학의 운명과 같은 것이다. 지배적인 패러다임보다는 그런 긴장감이 과학의 발달에 더 중요했다. 그런 긴장감에 의한 발달은 대부분 과학 철학자에 의해 무시당했다. 이로 인해 과학의 발달이 연속적인지 불연속적인지 어느 하나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20세기 과학 철학에서 있었으나, 그러한 시도에 바탕을 둔 입장들 대부분은 실제 과학의 발달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

 

볼츠만은 당시 물리학 분과들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는 것을 넘어 역학을 바탕으로 통합하려 했던 인물이다. 그의 세계관은 보수적이었으나, 그의 방법론은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볼츠만과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을 들 수 있다. 시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발상은 획기적이었지만, 이론 구성은 로렌츠 변환 등 기존의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두 경우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의 이론 체계는 다양한 해석에 대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 점을 구체화시킨 연구서는 없다.

 

볼츠만과 관련해 볼만한 책: Carlo Cercignani(1988), Ludwig Boltzmann, the Man Who Trusted Atoms.

'과학과 철학 에세이 > 잡세상 잡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TFL(Term Functor Logic) 토론(참가자: minue622, 강철팬티)  (0) 2012.12.03
트윗 단상: 결정론  (0) 2012.10.14
삭제된 자살 기록  (0) 2012.09.28
깨달음(20120820)  (0) 2012.08.20
기특한 학생들  (0) 201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