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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1. 착한왕의 우화 중 한 편인 다음 글을 읽고 아름다움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을 찾아 500자 내외로 서술하되, 각 입장의 특징을 ‘절대적’, ‘상대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여 규정해야 한다.
동산(東山)에서는 동선생(東先生)은 누더기를 걸치고 동굴에서 살지만 높은 학식으로 많은 동자(東者)들이 따랐다.
“길들여진 소는 밭일하느라 쇄골이 휘어 소 자체의 위엄을 잃어 버렸고, 화분의 매화는 눈을 현혹하지만 그 곧바른 자태를 잃어버렸도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도다.”
동자들은 동산 입구에 사찰을 짓고 있었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매사 신경을 썼다. 이를 기특히 여겨 동선생이 하루는 동자들을 몸소 찾아 왔다.
“선생님, 이 세상에 아름답다 불리는 모든 것에는 자연스러움이라는 본질이 배어 있다고 배웠습니다.”
“본질이라니?”
“개는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본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본질을 갖고 있는 동물은 개라고 불립니다. 아름답다고 불리는 모든 것은 그렇게 불리도록 만든 본질이 있기 때문이며, 그 본질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동선생은 자신의 가르침을 자신보다 더 명확히 규정짓는 동자들에게 놀라 누구에게 본질에 대해 들었는지 추궁했다. 동자들은 서산(西山)의 서선생(西先生)을 따르는 서자(西者)들이라고 답했다.
동선생은 즉시 서산으로 발길을 향했다. 서산에 이르자 커다란 사찰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사찰의 모습에 감탄하며, 서선생을 찾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찰을 만든 서자들의 선생을 뵈러 왔습니다.”
서자들은 손으로 산꼭대기를 가리켰다. 동선생은 망연자실했다. 산꼭대기 서선생의 거처는 정사면체의 흑색 벽돌집이었다. 동선생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서선생의 거처에 들어가자 평소 접할 수 없는 온갖 기계장치가 눈에 들어 왔다.
“한 없이 높고 고귀하시다는 분이 어찌 이런 것에 거처하시오? 필경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 .”
“아니 제가 산꼭대기 독수리 둥지와 같은 데 살아야 한단 말이오?”
비단옷에 특이한 화장을 한 서선생은 자신을 찾아온 자초지종을 듣고 글을 썼다. 동선생은 시 한 구절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화답할 시를 구상했으나, 그가 받은 글은 예상과는 딴 판이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고 불리는 모든 것들의 본질이라면, 동산 입구의 사찰은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요. 하지만 동산 입구의 사찰도 사람의 손이 닿아 만들어질 것이니 추하고 천박한 것이 될 것이요. 이치가 이러하니, 동산 입구의 사찰은 아름다운 동시에 추하고 천박한 것이 될 것이요.”
이 글을 본 동선생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동산으로 돌아온 동선생은 짓고 있던 사찰을 불살라 태웠다. 이를 전해들은 서선생은 말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자로세 곧 비가 내리칠 것 같은 검은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오늘따라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이는 구나!”
논제 2. 동선생이 짓고 있던 동산 입구 사찰을 불태웠다는 말을 듣고 서선생이 어리석다고 한 이유는?
논제 3. 위 우화에서 서선생의 입장과 공통점을 갖는 것을 찾고 그 이유를 논한 후 그 입장과 <보기>의 입장이 보여주는 미묘한 차이점을 밝혀 본다면?
<보기>
르네상스 시대 궁정의 여성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아함’이 요구되었다.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 가장 조심하고 피해야 할 것은 ‘꾸민 듯함’이다. ‘꾸민 듯함(아페타티오네)’은 ‘아무런 티도 안 냄(스프레짜투라)’과 대비된다. ‘우아함’을 훌륭하게 연출하는 최대의 요령은 이 ‘아무런 티도 안 냄’에 있다.
‘우아함’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고 한다면 설명할 수 있다. ‘아무런 티도 안 냄’이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마치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아함’이 가장 잘 드러나게 된다. 타인이자 동료인 궁정인들의 시선을 과도할 정도로까지 의식하고 계산한 끝에 나오는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결코 표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 주체가 연기하는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는 ‘태도(마니에라)’의 이상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움이란 인위적인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이 패러독스에 ‘아무런 티도 안 냄’의 본질이 있다.
특히 여성은 그 태도나 몸가짐에서 가능한 한 ‘아무런 티도 안 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즉 섬세하게 갈고 닦은 정신을 지니면서도 늘 아무런 궁리나 노력도 하지 않은 듯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줄리아노의 말처럼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욱 아름다움에 신경을 쓰는 게 당연하고도 정당한 일”이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교묘하게 이 패러독스를 연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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