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와 민주주의 (봉인 해제)/세속화와 민주주의

세속화와 근대화 1

착한왕 이상하 2014. 9. 2. 17:31

 

현대적인 것을 규정하는 방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유 확대’, ‘이성의 강조’, ‘가치 체계의 다원화’, ‘세계화등이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로 자주 거론된다. 그러한 특징들이 상황과 무관한 보편성을 지향하는 이론적 논쟁 속에 종속될 때, 그것들은 현재를 과거와의 단절로 규정하는 논리를 정당화하거나, 아니면 기독교적 가치관과 같은 전통을 적절히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한 정당화 시도 자체가 역사적 증거를 결여한 것임을 논하는 데 이 작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고,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의 실제적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 실제적 양상들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혹은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감정과는 구분되는 추론 및 추상화 과정 등의 합리적 능력이 과학과 기술의 결합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 ‘공동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라 간 경계가 느슨해진 것등을 들 수 있다. 그 애매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론적 규정보다는 역사나 삶을 통해 수긍하기 쉬운 그러한 실제적 양상들을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혹은 현대적인 특징들로 간주하는 것이 세속화는 논할 때 현명한 전략임을 논했다.

 

세속화 과정을 논하지 않고서는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이 나타난 과정을 논할 수 없다. 이는 이 땅의 역사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외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역사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이 이 땅의 역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 지속된 서양의 세속화 과정 자체가 직접적으로 이 땅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것은 이 땅의 역사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응되는 것은 단지 가상의 역사 속에서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가상의 역사 속에서 이 땅의 세속화 과정은 서양의 세속화 과정과 기능의 측면에서는 유사성을 보여도 내용의 측면에서는 다르다. 그래서 현대적인 것의 특징들이 나타나는 과정이나 정당화 방식이 반드시 서양의 세속화 과정에서 나타난 사상 및 사회적 기반 등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지금까지의 논의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이때 이 땅의 무종교인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다음이다.

 

종교를 둘러싼 여러 문제가 이 땅에서 논쟁되고 있다. 그러한 문제가 논쟁거리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특정 종교가 이 땅의 사회를 지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땅은 특정 종교의 교리가 사회의 지배적 통합 원리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세속화된 곳이다. 다만 이 땅은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과 같은 것을 겪지 않고 세속화된 곳이다. 따라서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에서 나타난 중요한 사건, 사상, 특징들을 준거틀로 이 땅의 현실을 진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종교를 둘러싼 어떤 문제에 답하기 위해 위 결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세속화와 근대화의 관계를 집고 넘어 가야 한다. 만약 그가 세속화근대화를 동일한 것으로 혹은 혼용하여 사용한다면, 그는 아직 위 결론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한 사용법은 서양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하지만, 이 땅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