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자연철학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2. OM, SP, NI, U 이해하기

착한왕 이상하 2015. 3. 19. 00:26

 

2.

3의 사람 논증을 ‘TMA’로 표기하자. TMA의 구성 방식과 해석 방식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현재 논리학자나 논리학을 무기로 한 고대 철학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을 알려면, 먼저 다음 네 가지를 숙지해야 한다.

 

OM(One over the Many)

임의로 주어진 n개의 서로 다른 대상들 o1, o2, ..., on에 대해, F(o1), F(o2), ..., F(on)일 때 그 대상들이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형상 F-ness’가 있다. (여기서 F(oi)’‘oiF를 뜻한다. 실례로 아름다움(땡칠이)’땡칠이는 아름답다를 뜻한다.)

 

SP(Self-Predication)

F와 관련된 모든 형상들 F-ness에 대해, F-nessF이다.

 

NI(Non-Identity)

주어진 대상들이 F와 관련된 어떤 형상 F-ness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 그 대상들은 그 F-ness와 동일하지 않다.

 

U(Uniqueness)

OM에서 주어진 대상들 o1, o2, ..., on대해F와 관련된 F-ness는 유일하다.

 

(1) OM

다수 위의 하나를 뜻하는 OM부터 살펴보자. OM을 보면, F-ness는 특정 형상 자체 혹은 그것의 이름이 아니라 F와 관련된 형상 변수로 취급되고 있다. 이는 그러한 형상 변수 XF를 도입할 때 OM은 다음과 같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 된다.

 

임의로 주어진 n 개의 서로 다른 대상들 o1, o2, ..., on에 대해, F(o1), F(o2), ..., F(on)일 때 그 대상들이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XF가 있다.

 

F(o1), F(o2), ..., F(on) 모두 성립한다는 것을 집합론에 근거해 표상하는 경우, ‘{o1, o2, ..., on}{x|F(x)}’가 성립한다. 여기서 ‘{x|F(x)}’술어 F를 만족하는 모든 대상들을 원소로 갖는 논리적 집합을 뜻한다. 이때 o1, o2..., on이 참여하고 있는 형상 F-nesso1, o2, ..., on들이 공통적으로 보여 주는 특징들에서 추상화된 것이기 때문에, 술어 F의 외연(extension){x|F(x)}F-ness를 동일시 할 수 없다. ‘대상들이 F-ness에 참여하고 있다‘Over(F-ness, {o1, o2, ..., on})’로 표기하는 경우, OM은 다음과 같다.

 

임의로 주어진 n 개의 서로 다른 대상들 o1, o2, ..., on에 대해, F-ness[({o1, o2, ..., on}{x|F(x)})Over(F-ness, {o1, o2, ..., on})]

 

OM의 위 표현 방식에서 F-ness는 특정 형상 자체 혹은 그것의 이름이 아니라, F와 관련된 형상 변수로 취급되고 있음이 분명해 진다. 따라서 OM에서 얻어낼 수 있는 F-ness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으며, 심지어 무한개일 가능성도 논리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OMU가 더해졌을 때만 F-ness가 유일한 하나일 가능성이 확보된다. 이 때문에 ‘Over(F-ness, {x|F(x)})’ 대신에 ‘Over(F-ness, {o1, o2, ..., on})’를 채택한 것이다. 만약 전자를 채택하고 OM을 해석하는 경우, F-ness가 변수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모든 개들로 구성된 집합, 의 외연에 대해 다수의 개 자체라는 형상들을 대응시켜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대응시키는 것은 개라는 형상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개에 대한 본질적이고 유일한 정의가 가능하다는 플라톤의 희망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대응시켜 의 외연에 대해 단 하나의 유일한 하나의 형상만 가정한다면, OM에서 F-ness를 변수로 사용할 근거도 없어진다. 여기서 이미 OM이 정말 <파르메니데스>에 등장하는 TMA에서 말하는 다수 위의 하나를 뜻하는지가 의심의 대상이 된다. 이는 TMA에 대한 블라스토스의 구성 방식을 살펴 볼 때 분명해질 것이다.

 

 

(2) SP

자기 술어 서술혹은 자체 술어 서술을 뜻하는 SP는 종종 ‘F-nessF이다(F-ness is F)’로 소개되곤 한다. 이러한 소개 방식에서는 F-ness가 특정 형상의 이름을 뜻하는지, 아니면 F와 관련된 형상 변수를 뜻하는지 애매모호하다. 그러한 소개 방식이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에 따른 것인 경우, F-nessF와 관련된 변수를 뜻한다. 따라서 그 구성 방식에서 SPF-ness(F-nessF)”, “G-ness(G-nessG)” 등을 뜻한다.

 

우리말에는 SPF-nessF 사이의 계사 관계를 나타내는 ‘be’ 동사가 없다. 그러한 관계가 명백히 나타나는 인도 유럽어족의 경우, F-nessbeing-F 사이의 관계는 고대부터 중요한 논쟁 주제였다. 플라톤은 그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물음은 OM, SP, NI, U TMA의 구성 방식을 알아본 후 간략히 다룰 것이다.

 

 

(3) NI

비동일성을 뜻하는 NI대상들 o1, o2, ..., on가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형상 F-ness가 있을 때, F-ness는 각 oi(1in)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때에도 F-ness는 특정 형상의 이름이 아니라 변수로 취급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주어진 대상들이 반드시 형상에 대비된 경험적 대상들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NI에서 주어진 대상들이 경험 가능한 대상들이라고 하자. 이때 NI에는 경험 가능한 대상들과 형상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그래서 형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지성적으로 가능하다는 플라톤의 사고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형상들의 세계가 반드시 경험 세계를 초월한 것으로 규정되어야 하는지는 논란거리로 남는다. 형상들에 대해서만 완벽한 실재성을 부여하고, 경험적 대상들은 그러한 실재성을 기준으로 정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불완전한 실재성을 갖는 것들로 해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석하는 경우, 형상들의 세계는 경험 세계와 인식론적 측면에서 구분되는 동시에 분리된 것이지만, 존재론적 측면에서는 구분될 뿐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4) U

유일성을 뜻하는 NIOM에서 주어진 대상들 o1, o2, ..., on이 참가하는 F와 관련된 형상 F-ness는 단 하나라는 것이다. OMU를 더하여 생각하는 경우, OM을 만족하면서 술어 F와 관련된 형상 F-ness는 유일한 하나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따라서 TMA의 현재 대세인 구성 방식에 따르는 경우, F-ness의 유일성은 단지 수적 유일성을 뜻한다. 이러한 식으로 술어 F, G, H 등에 각각 단 하나의 형상 F, G, H 등이 대응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F-ness의 유일성을 수적 유일성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정말 플라톤의 생각과 일치하는 지는 의문스럽다. ‘3’, ‘4’로 표현되는 수들이 형상들 3, 4라고 해 보자. 43보다 크다는 판단은 참이지만, 플라톤이 존재론적 측면에서 형상들을 상대적 비교 대상으로 삼았는지는 의심스럽다. 이 점을 뒷받침해 주는 사실이 있다. 대소 비교 등의 관계에 대한 형상의 존재 가능을 뒷받침해 주는 단서를 플라톤의 저술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F-ness의 유일성은 상대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 순수성 혹은 절대성도 함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F-ness의 유일성은 그것에 가까운 부분적 형상 pF-ness(partial form)’와 같은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에 따라 F-ness의 유일성을 단지 수적 하나로만 해석할 때, 다음과 같은 결론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제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에 따른 OMU를 결합하는 경우, OM에서 주어진 대상들 o1, o2, ..., on이 참여하는 어떤 형상은 그 대상들과 관련된 부분적 pF-ness일 수도 있다. OM에서 o1, o2, ..., on이 참여하는 형상들이 여러 개일 가능성이 논리적으로 배제되지 않고, U가 수적 유일성에만 국한된다면, o1, o2, ..., on이 참여하는 형상은 그 대상들과 관련된 부분적 pF-ness일 수도 있다. OMU에 등장하는 F-ness를 부분적 형상에 국한시켜도 그만이다.

 

위 결론은 대부분 플라톤 연구자들에게 일종의 기생충과 같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그들은 부분적 형상과 같은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제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에 따라 U가 수적 유일성에 국한된 경우, 위 결론은 논리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을 살펴보는 곳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어질 것이다.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에 필요한 OM, SP, NI, U를 살펴보았다. OM, SP, NI, U에서 F-ness는 특정 형상 혹은 그것의 이름이 아니라 형상 F와 관련된 형상 변수로 취급되었음을 잊지 말자. TMA의 일반적인 소개 방식을 보면, F-ness 앞에 F와 관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수식어는 반드시 F-ness에 붙어 따라 다녀야 한다. 이 점은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을 살펴볼 때 분명해 진다. 마지막으로 U는 단지 F-ness수적 유일성만 뜻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