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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info 19. 중의과학 (투유유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배경 정확히 알기)

착한왕 이상하 2015. 10. 14. 01:16

 

 

Academic info 19. 중의과학 (투유유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배경 정확히 알기)

 

2015년 중국의 투유유가 개똥쑥에서 추츨한 말라리아 치료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를 놓고 온간 신문 기사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질문 1. 투유유가 참가한 연구 프로젝트는 Project 523이다. 베트남전과 관련된 이 비밀 군사 프로젝트에는 여러 팀이 참가했는데, 투유유가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했는가?

 

그렇다고 무조건 단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투유유보다는 오히려 다른 두 중국 학자의 기여가 더 컸다는 것이다. 80년 대 이후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는 베트남 학자들의 기여를 빼먹을 수 없다. 이 번 노벨생리의학상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 글을 참조하라. -> Tu Youyou: the Nobel Prize-winning scientist and the malaria controversy

 

 

질문 2. 다음 신문 기사를 보면, 이덕환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등소평을 언급하고 있다.

 

http://media.daum.net/foreign/all/newsview?newsid=20151006165607938

 

이는 잘못된 정보이다. 해당 인물은 등소평이 아니라 마오쩌둥이다. 마오쩌둥은 일명 '중의과학'을 제도화한 중국의 지도자다. 중의과학은 중국의 전통 과학인가?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중의과학은 중국의 전통 의학, 서양 의학, 생화학 등이 뒤섞인 통합 과학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번 투유유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가지고 '전통 의학의 위력'을 보여주었다는 식의 논조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질문 3. 왜 마오쩌둥은 중의과학을 제도화했을까?

 

 마오가 정권을 잡았을 당시, 전통 의학은 이미 국민당에 의해 중국 의료 체계에 포섭되어 있었다. 산간 벽지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전통 의학이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마오는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다. 그렇게 하다가 1950년 대 중반, 중국의 근대화 혹은 현대화를 상징할 수 있는 과학으로 중의과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중의과학의 입지를 굳혀 중국의 근대화 혹은 현대화가 서양을 모방 수용하는 것이 아님을 천명하려는 마오의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연구서는 다음이다.

 

Kim Taylor(2005), Chinese Medicine in Early Communist China, 1945-1963: A Medicine of Revolution (Needham Research Institute Series) -> http://www.amazon.com/Chinese-Medicine-Early-Communist-1945-1963/dp/0415514061

 

 

질문 4. 중의과학은 마오쩌둥의 작품인가?

 

중의과학을 제도화에서 마오의 기여를 빼먹을 수 없다. 하지만 중의과학이 그의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주 흑사병 사건 이후, 중국 전통 의학은 권위를 잃어 버리게 된다. 아예 중국 전통 의학을 제도권에서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맞서 전통 의학자들은 생존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중국 전통 의학의 과학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리저리 하여 전통 의학은 살아 남게 된다. 1930년 대 이미 전통 의학과 서양의 생물학적 의학을 결합시키려는 연구 프로그램이 제안되었다. 중국의 근대화 생성 맥락 속에서 중의과학이 갖는 의미를 다룬 연구서로는 다음이 있다.

 

Sean Hsiang-lin Lei(2004), Neither Donkey nor Horse: Medicine in the Struggle over China's Modernity (Studies of the Weatherhead East Asian In) -> http://www.amazon.com/Neither-Donkey-nor-Horse-Weatherhead/dp/022616988X

 

만주 흑사병 사건에 대해서는 나의 글을 참조 -> http://blog.daum.net/goodking/663

 

 

질문 5. 현재 중국 과학에서 중의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중국의 근대화 혹은 현대화에서 중의과학은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첨단 군사 과학, IT 분야 등을 포함한 현재 중국 과학에서 중의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한정적이다. 현재 중국의 과학은 중의과학의 연장선에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과학을 가능하도록 만든 일명 '중국 과학의 르네상스'는 1978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여전히 과학 후진국이었던 중국은 마오쩌둥 이후 새로운 개혁을 시도한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을 결합하기 위한 장기적 프로젝트를 마련한다. 그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 제공자 중 한 명은 저우언라이(주은래 周恩來)이다.

 

관련 논문 하나 Zuoyue Wang(2007), Science and the State in Modern China -> http://www.cpp.edu/~zywang/wang-isis-2007.pdf

 

 

동북아 과학을 논할 때 흥미로운 개념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과학화'라는 개념이다. 실례로 한의학의 과학화를 들 수 있다. 문제는 그 개념이 무엇인지 논의조차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중국은 이미 20년 대 말 '과학화'라는 개념을 놓고 학술대회를 열었으며, 서로 치고 받았다. 왜 이 땅은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무튼 한때 이 땅에도 '한의학의 과학화' 붐이 있었다. 그런데 과학화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따지지도 않고, 기를 과학화하겠다는 등, 즉 한의학의 사상을 과학화하겠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짓들을 벌였고, 지금은 세간에서 잊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