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잡세상 잡글

특수 교육: 통합 대 포섭 (김상곤 무능 비판)

착한왕 이상하 2017. 9. 14. 04:22



장애 아동도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이 교육계에 정착한 시기는 보통 1970년대로 거론된다. 1978년 영국 교육학자 메리 와녹(M. Warnock)은 '와녹 리포트(Warnock Report)'로 회자는 리포트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교육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retarded

subnormal

mantally handicaped


위와 같은 표현들은 장애 아동들에게 따라 다녔던 것이다. 장애 아동도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관점 아래 와녹은 소위 SEN(Special Educational Needs)을 구체화한 인물이다. SEN은 최근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특수 교육'에 해당한다. 메리 와녹, 와녹 리포트, SEN에 대해서는 다음을 읽어 보길 바란다.


http://www.educationengland.org.uk/documents/warnock/


와녹 리포트에 따르면, '장애 아동'이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대신에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아니면 '학습 장애 아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장애 아동 교육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동'이라는 표현보다는 여전히 '장애 아동'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때 '장애(disability)'는 좀 더 중립적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음에 주의하자. 와녹 리포트는 장애 아동 교육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지만, 곧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 때문에,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동'이라는 용어는 교육학에서는 대세가 되지 못했다. 왜 그런지 간략히 따져 보자.


특수 교육을 위해서는 장애별로 특수한 물리적 기구를 갖춘 공간 시설 그리고 별도의 훈련을 받은 선생들이 있어야 하며, 아동 교육은 그 시설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게 뭘 뜻하는가? SEN은 1978년 당시로서는 분명히 획기적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특수 공간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일반 아동들과 장애 아동들의 공간적 격리를 만들어 낸다. 그러한 공간적 격리는 사회 문화적 격리이기도 하다. 와녹은 이러한 문제를 눈치 채고 '통합(integration)' 교육을 주장했다.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동들이 기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하려면, 세 가지 통합이 필요하다.


지역적 통합(Locational Integration)

사회적 통합(Social Integration)

기능적 통합(Functional Integration)


이러한 세 통합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구글을 통해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이러한 세 가지 통합에는 여전히 장애 아동들을 교화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깔려 있다. 통합이 가능하려면, 장애 아동들이 기존 사회에 소속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의 관점에서 특수 교육을 받고 자라난 장애인들은 기존 사회에 적응할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하부의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장애인 권리를 외치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운동'이 심화되거나, 그러한 운동에 맞서 장애인들을 비아냥 거리는 일반인들이 생겨나기 쉽상이다. 통합 관점에서 특수 교육이 장애 아동 교육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었어도, 실제 통합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포섭(inclusion)' 교육이다.


포섭 교육의 핵심만 언급하면,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동들도 일반 아동들과 마찬가지로 정규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특수 교육에 필요한 기구 및 선생들도 정규 학교 공간 속에 들어가야 한다. 하나의 공간 속에서 모든 아동들이 뒤섞여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포섭 교육에 의해서만,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포섭 교육의 핵심은 결국 '모두를 위한 학교'이다. 학생은 무조건 사회에 통합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학교가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과 요구에 적응해야 한다.


혹자는 포섭 교육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서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일면 수긍할 측면은 있다. 포섭 교육에 따르면, 모든 특수 학교는 사라져야 한다. 특수 교육에 필요한 모든 기구와 선생은 정규 교육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특수 학교가 들어서는 데 반대하는 꼴불견 학부모들이 많다.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특수 학교 때문에 집값 땅값이 떨어질까 걱정한다. 정규 학교에 장애 아동들이 함께 하는 포섭 교육 정책을 펼치면, 더 난리를 칠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회를 개선시키겠다는 진보주의자라면, 잘못된 인식은 깨야 하는 것이다. 사실 포섭 교육은 세계 각지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열성 학부모들의 반대를 하루 아침에 잠재울 수는 없다. 특히 자신이 사는 지역이 제 2의 강남처럼 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이 더 반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 각지에 특수 학교를 우루르 지을 안이한 발상에서 벗어나, 최소한 몇 군데는 포섭 교육을 시행하는 '시범 학교'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특수 학교를 각 지역에 지어봤자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변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통합의 관점에서 특수 학교에 대해 '인권' 어쩌구 저쩌구 떠들어 보았자, 특수 학교는 기존 사회에서 격리된 공간이다. 그저 사회에 적응적인 장애인 정도의 교육에만 성공적일 수 있다. 장애인의 권리 신장도 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일어나기는 힘들다.


다음 기사를 보시라.


http://v.media.daum.net/v/20170913181259940


교육에 대해 잘 모르면서 현 정권에 진보의 색을 덮어 씌우는 사람들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 장관에게 열광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사람은 실제 교육 정책에서 너무나도 무능력하다. 툭하면 인권을 외치지만, 내 눈에는 권리를 확대시키는 실질적 방안에 대해서는 무지하며, 고민조차 없는 듯하다. 더욱이 교육 총괄 책임자로서 너무나 교육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입시 제도 문제는 그렇다 치고, 전국 각지에 특수 교육 시설만 많이 지으면 장애자 인권이 확대되고,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까? 지금까지 이 짧은 글을 정독한 사람이라면, 김상곤의 발상은 성공적일 수 없음을 알 것이다. 이 사람은 툭하면 무슨 시범 학교 외치던데,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포섭 교육 시범 학교'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앞으로 5년간 특수 학교(격리 장소) 18개를 더 짓겠다면서 이상적인 사회를 부르짖는다. 교육과 교육사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면, 13개 정도 특수 학교를 더 짓고, 5개 정도는 포섭 교육 시범 학교로 운영해야 한다. 사회 개선은 이렇게 출발하는 것이다.


무능한 김상곤은 현 정권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나는 교육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보다는 많이 안다고 자처한다.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가 장애 아동 교육의 전개 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하기야 사교육 스타강사로 돈 방석에 앉아 사교육 없애겠다는 이범이 같은 자들의 세치혀에 놀아나는 자가 김상곤이니, 그 수준이 그 수준이지. 달레반은 이 글을 보면서 흥분하며 네가 해 보라고 하겠지. 시켜봐, 당연히 낫지. 적어도 글과 논문들만 뒤져봐도 어떤 인물이 필요한지 식별할 수 있는 눈은 가졌다. 또 다른 달레반은 닭정권보다 낫다고 흥분하겠지. 그래 낫겠지. 나으면 뭐하나. 그냥 함께 썩고 망해가자!


다음은 장애 아동 교육사에 한 획을 그은 메리 와녹 여사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