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5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시선들 1. 세 가지 시선들

SF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 보면, 미래의 지구 정치 체제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외계 종족의 침략에 대항하려고 지구 전체에 걸친 정치 연합이다. 그러한 정치 연합은 현재의 UN 체제의 확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미래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마치 봉건제 시대를 연상시키는 귀족주의 정치 체제의 부활이다. 그러한 부활은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붕괴를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 사회에서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붕괴되는 가상의 과정을 그럴듯하게 묘사한 SF 소설은 없다. 그러한 소설을 구상하는 경우, 민주주의 정치 체제 붕괴 과정의 첫 시발점은 아마도 투표의 비밀성 혹은 익명성과 평등성이 이런저런 이유로 위협받게 되는 가상의 상황일 것이다. 투표의 익명성과 ..

행정의 지속성 없는 위험한 민주주의: 이 번 통계청 청창 경질 문제

* 아래는 2018년 8월 27일 다음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당시 통계청장이 합당한 이유 없이 경질되고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다. 그 새로운 ‘착한 통계’를 운운했다. 정권이 바뀐 지금 지난 정권의 통계 조작 혐의를 들여다보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반대 세력은 정치적 탄압, 감사 조작이라며 맞서고 있다. 권력 개입의 통계 조작은 민주제 운용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 때문에 민주제 사회에서 절대 허용 불가한 것이다. 더욱이 권력 개입 통계 조작은 권력을 둘러싼 여론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국정농단 중에서도 최악의 국정 농단이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지금 통계 조작 혐의를 받는 세력이 그 표현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다. 통계 조작을 시도한 권력에게 ‘진보’ 또는 ‘보수’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민주주의의 진화 가능성 5. 확산 계층으로서의 무종교인 계층

민주주의의 정태적 관점은 실험적 의미에서의 진화적 관점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로부터 민주주의의 그러한 진화적 관점을 수용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관점의 수용 여부는 어디까지나 해당 집단이 처한 상황에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약 정태적 관점의 중산층 논리가 실현된 집단에서도 확산 계층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그 집단은 그러한 중산층 논리에 대한 반례라고 할 수 있다. • 절차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정태적 관점의 중산층 논리가 완전히 실현된 현실 공간을 T라고 하자. 그 논리에 따르면, 중산층이 확대될수록 교육 및 경제를 기준으로 한 상대 계층들 사이의 간격은 ‘다수의 의견이 입법 및 정책에 반영되는 정도의 범위’ 내에서 안정화된다. 다시 말해, T는 사회 구성원 다..

민주주의의 진화 가능성 2. 정태적 관점, 진화적 관점

정당 민주제 형태를 자유 민주제와 사회 민주제로 양분하는 경우에도, 실제 민주주의의 이상을 추구하는 방식은 동일 민주제 내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이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의 모든 정치적 형태가 지향해야 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일관된 대답을 기대하기 힘들다. 바로 이 점이 현대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모든 이가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입장은 크게 ‘정태적 관점’과 ‘진화적 관점’으로 나뉜다. 민주주의의 정태적 관점에 따르면, 자유롭고 공평한 투표권 및 다수결 의사 결정 원칙이 합법화된 곳은 민주화된 곳이며, 다양한 정치 형태는 단지 민주주의의 문화적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태적 접근법에서도 ‘정치적 권력의 평등한 분배’라는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진화 가능성 1. 논의 윤곽, 절차적 민주주의

* 이 글은 과거에 올렸던 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때문에, 해당 글은 삭제시켰다. 특정 지역에서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파악된 정치 체제가 다른 지역에서는 아닐 수 있는 까닭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규정하기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 가능하다. 그 하나는 정치적 권력의 평등한 분배, 즉 정치적 평등(political equality)과 자치(self-rule)를 시민에게 보장하는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관점이다. 다른 하나는 공평하고 자유로운 선거권, 표현의 자유와 같은 시민권, 다수결에 의한 의사 결정의 원칙 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관점이다. 전자를 ‘정치적 평등 보장 민주주의’로, 후자를 ‘절차적 민주주의’로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