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Academic Info. 59

뷰티풀 브레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의 그림들

Swanson, L.W., Newman, E., Araque, A., & Dubinsky, J.M.(2017). The Beautiful Brain: The Drawings of Santiago Ramon y Cajal. Harry N. Abrams: Illustrated Edition. 과학자의 노트는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수식, 실험 디자인 도식, 발견에 영감을 준 아이디어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대상의 정밀 삽화들로 가득 찬 노트도 있다. 시냅스(synapse)의 발견자 혹은 현대 신경과학의 아버지로 회자되는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R. y Cajal, 1852-1934)의 노트들을 들 수 있다. 카할의 예술적 재능을 보여 주는 뇌신경계 삽화들은 약 2,900개에 달한다. 은 ‘수학은 과학..

초우란트-프랭크의 <해부학적 삽화의 역사>

* 다음은 추후 수정되어 개인 원고 의 부록 중 하나로 사용될 글이다. 초우란트-프랭크의 요한 루트비히 초우란트(J.L. Choulant)는 1791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나 1861년 뇌졸중으로 사망한 의학자이자 의학사가이다. 초우란트는 의학과 의학사뿐만 아니라 법의학 및 의료 정책을 다룬 많은 작업들을 남겼다. 그는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했다. 덕분에 고대 여러 의학서 원본을 조사하여 정리할 수 있었다. 고대 의학사를 다룬 초란트의 1841년 저술 은 지금도 고대 의학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초우란트는 해부학의 역사에서 삽화(illustration)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 관심을 가진 최초의 의학사가들 중 한 명이다. 해부학적 삽화 역사에 대한 그의 관심은 ..

루드비히 플레크의 과학 공동체: 쿤과의 차이점

루드비히 플레크의 과학 공동체 루드비히 플레크(Ludwik Fleck, 1896-1961)는 폴란드 유대인 태생의 미생물학자, 면역학자, 과학철학자, 의철학자이다. 그를 정교하게 다룬 국내 논문이 있는가? 내가 알기론 없다. 만약 내가 계속 대학 주변에 머무르면서 과학철학회 활동을 이어갔더라면, 플레크와 쿤을 비교한 논문 하나는 썼을 것 같다. 플레크를 다룬 논문을 쓸 이유는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의 과학 공동체 개념을 소개하는 가운데 쿤과의 차이점을 간략히 언급하려고 한다. 나를 이렇게 하도록 만든 이유가 있다. 플레크의 저작 이 1979년 영어 번역판 GDSF(Genesis and Development of a Scientific Fact)로 나왔을 때, 토머스 쿤(T. Kuhn)은 자신이 그 책..

영화 ‘카사블랑카’와 R. 팩스턴의 비시 프랑스: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

* 요새 백선엽 장군의 대전 현충사 안장을 놓고 여러 말이 돈다. 어떤 말을 해도 근거만 갖추고 있다면, 논쟁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또 프랑스 과거사 청산 사례를 기준으로 이러쿵 저러쿵하는 유치한 짓거리에 일반 사람들이 넘어가지 말기 바란다. 이 글은 2020년 4월 12일 다음 블로그에 즉흥적으로 올렸던 것을 영화 '카사블랑크'와 연관시켜 대폭 수정한 것이다. 원 글에는 카사블랑카 얘기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새로운 글이라 할 수 있다. 몇 달 전 새벽 라는 우리나라 영화를 보다가 말았다. 연극적 기법을 영화에 도입하는 등 감독은 자기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를 의도하였으나. 스토리가 너무 조잡하다. 그 스토리는 특정 이념적 선동에 짜맞추어진 선동물에 불과했는데, 이런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고? ..

'cell'의 의미 변천사

'Cell', 동식물 조직의 기본 단위를 뜻하는 용어로 '세포'로 번역한다. 그런데 'cell'이 처음부터 세포를 뜻한 것은 아니었다. 서양 중세 시절 소위 "Cell Doctrine'이라는 것이 있다. 이설에 따르면, 뇌심실들에 각기 서로 다른 기능을 갖는 영혼이 위치하거나 혹은 영혼의 기능을 대리하는 수액이 들어 있다. Cell Doctrine은 현재 관점에서는 잘못된 학설이지만 최초의 뇌의 구체적 기능 분담설이라 할 수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72793259 'cell'의 의미 변천사 'Cell', 동식물 조직의 기본 단위를 뜻하는 용어로 '세포'로 번역한다. 그런데 '... blog.naver.com

R. 팩스턴의 '비시 프랑스': 프랑스의 과거 청산?

어제 새벽 라는 우리나나 영화를 보다가 말았다. 연극적 기법을 영화에 도입하는 등 감독은 자기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를 의도하였으나. 스토리가 너무 조잡하다. 그 스토리는 특정 이념적 선동에 짜맞추어진 선동물에 불과했는데, 이런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고? 풋 영화를 보면 프랑스는 과거 청산을 잘 한 나라, 우리나라는 과거 청산을 못한 나라로 대비되어 나온다. 현재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과거 청산을 잘못한 결과'라는 암시를 대중에게 심어주려는 영화인데, 과연 프랑스의 과거 청산이라는 게 우리나라의 과거사 평가에서 굳이 필요한 것인 것인가? 또 그것이 우리나라 과거사 청산 작업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과거 청산을 제대로 못해 친일파가 득세하게 된 우리나라의 암울한 일면을 평가할 때 프랑스 역사가..

독재 집단 메디치 가문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증오

18세기 초 독일 음악가로 영국에서 입지를 굳혔던 헨델은 당시 함부르크의 Gian Gastone de' Medici의 후원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해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 기법을 익힐 수 있었다. 이런 말을 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르네상스에 관심을 갖고 교양인인 척하는 멍청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역시 메디치 가문이야. 정말 대단한 가문이야. 우리나라 재벌들도 메디치 가문 흉내라도 내면, 문화가 정말 발달할 텐데 ..." 위와 같이 생각하는 멍청이가 이탈리아에 가서 미켈란젤로가 메디치 가문의 요청으로 만든 밤과 낮의 조각상을 본다고 하자.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96659417 메디치 가문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증오 * 2019년 11월 15..

벤담, 사실과 법적 허구(Bentham on Facts and Legal Fictions)

결과주의(consequentialism)를 대표하는 행위 공리주와(act utilitarianism) 규칙 공리주의(rule utilitarianism)의 모태인 고전적 공리주의(classical utilitarianism) 혹은 쾌락 공리주의(hedinostic utilitarianism)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 벤담(J. Bentahm)! 벤담을 소개하는 위키, 다음, 네이버 포털 사이트 정보나..

아이들의 놀이와 시청

BBC를 대표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닥터 후(Doctor Who) 시즌 12는 최초 여성 닥터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시즌 12는 '폭망' 수준이다. 그 결과, 닥터 후의 전통인 크리스마스 특집은 올해 없다고 한다. 아예 내년에는 시즌을 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즌 12의 총괄 지휘자는 크리스 칩널(C. Chibnall)이다. 칩널의 닥터 후는 억지스러운교육 방송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페미니즘, 인종주의의 폐단, 공감, 배려, 이런 것들을 드마라를 통해 직접 전달하려 든다. 인간이 아닌 외계인의 관점에서 인간의 문제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닥터 후의 전통적 시각은 이 번 시즌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여성 닥터는 온갖 기괴한 문제들을 겪은 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