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 1069

시간과 경험: 서문(블로그 용)

시간에 대한 고찰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크게 세 가지 사고방식으로 나뉜다. ‘시간 속의 변화’, ‘변화 속의 시간’, ‘의식 속의 시간’이다. ‘시간 속의 변화’를 보여 주는 세계 이해 방식들에 따르면, 시간은 변화 이전에 전제된 것이다. 시간을 인간 의식 및 변화와 독립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그러한 세계 이해 방식들에서 시간은 공간과 무관한 영원성을 지닌 것으로, 아니면 공간과 분리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시간이 공간과 무관한 것이라면, 시간은 ‘우주가 존재하는 한’에서 ‘있는 것’이다. ‘우주가 존재하는 한’이라는 것은 다시 유한과 무한으로 나뉜다. ‘변화 속의 시간’을 보여 주는 세계 이해 방식들에서 시간은 항상 변화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동시에 변화가 발생하는 장소에 의존적이다. 이 때..

타미플루,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신종플루'로 불린 호흡기 질환이 2009년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휩쓸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약이 있다. 바로 타미플루다. 돼지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진 신종플루는 당시에는 새로운 종류의 독감이었으나, 현재에는 A형 독감으로 분류된다. A형 독감을 ‘신종플루’로 부를 일은 없어졌다. 신종플루의 특징, 전염 과정 등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 독감백신은 독감의 의학적 예방법을 대표한다. 그런데 독감백신을 맞는다고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해 매년 맞아야 한다. 독감에 걸렸을 때 치료제가 필요하다. 현재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은 크게 세 종류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108999435 타미플루,..

택시 사납금제 폐지 시 완전 월급제가 유일한 대안?

며칠 동안 택시 파업으로 말이 많습니다. 공유경제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 카풀제를 허용할 모양인데, 교통 사고로 죽을 번 한 저 같은 사람은 현행 카풀제는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종합보험처리가 애매모호한 카풀 이용 시 교통 사고가 난다면? 또 공유제가 좋게 들리지만, 카카오가 자동차 한 대도 보유하지 않고 단지 연결 서비스 제공으로만 수수료 20%를 뜯어가는 현행 카풀제는 또 다른 착취만 발생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카풀 참여자들은 십시일반 용돈 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특정 기업 배만 불리는 꼴 날수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은 상대적으로 택시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택시 영업 시장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도 여전히 택시 수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택시들을 확 줄일 수도 없지요. ..

아이들의 놀이와 시청

BBC를 대표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닥터 후(Doctor Who) 시즌 12는 최초 여성 닥터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시즌 12는 '폭망' 수준이다. 그 결과, 닥터 후의 전통인 크리스마스 특집은 올해 없다고 한다. 아예 내년에는 시즌을 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즌 12의 총괄 지휘자는 크리스 칩널(C. Chibnall)이다. 칩널의 닥터 후는 억지스러운교육 방송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페미니즘, 인종주의의 폐단, 공감, 배려, 이런 것들을 드마라를 통해 직접 전달하려 든다. 인간이 아닌 외계인의 관점에서 인간의 문제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닥터 후의 전통적 시각은 이 번 시즌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여성 닥터는 온갖 기괴한 문제들을 겪은 외계..

신성철 Kaist 총장 사건: 과기부가 LBNL 운영자라면?

과기부가 현 Kaist 총장 신성철을 비위 혐의로 고발하자, 신 총장은 항변을 했고, 해당 사건과 관련된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LBNL 측도 신 총장과의 연구 계약 및 진행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밝혔습니다. 심지어 과학자들 800여 명이 과기부 처사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급기야 네이처는 과기부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신 총장을 자르려고 정치적 개입을 한 것 같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냈습니다. "South Korean scientists protest treatment of university president accused of misusing funds"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742-x?WT.feed_name=subjects..

장하준? 그의 공허한 한국 경제 비판

장하준 캠브리지대 경제학 교수가 한국 경제를 대위기로 진단한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 후,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눠지더군요. "그래 맞아, 문재앙 때문에 나라 곧 망한다. 대표적 좌파 경제학자가 이런 말을 할 지경이니, 에휴". 또 다른 편에서는 "영국 경제 한국보다 더 폭망이다" 이런 소리를 합니다. 현 정부 수장에게 저도 '문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과학, 기술, 교육, 경제 정책 모두가 이벤트성이며 무능하기 그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캠브리지 어느 컬리지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장하준의 비판은 전형적인 '기생충 학자의 개소리'로 치부합니다. 왜냐? 경제 불황기, 호황기가 20-21세기 반복되면서 '실물', '실제' '현실'을 '위기'와 연관시키는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사람들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5G 무선 통신, 과연 세계 최초 타이틀 걸고 신속히 구축해야 하는 것일까?

"길게는 10년 이상"··· 5G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http://www.ciokorea.com/news/39735/#csidx38ceaad23abbabcb7b79c56548452f0 최근 5G 무선 통신이 산업용에 국한해 출발했는데, 어디까지나 지극히 협소한 특정 지역에 한정된 시도입니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로 상징되는 5G 무선 통신망의 신속한 구축으로 마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미래의 먹거리가 확보되는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기술의 저변 확대는 항상 잠재적 장점과 함께 단점도 거론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정착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위에 링크한 Mike Elgan의 컬럼은 읽어볼 만합니다. 개인적으로 5G 세대 무선 통신을 점차 확대하는 것에 반대..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7. 다수의 행복, 정부와 시간

기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성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로크처럼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힘들다. 로크는 기억의 의미 있는 대상을 관념, 즉 명제적 판단의 의미적 구성 단위들로 간주함으로써 이미지의 역할을 사소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기억을 통해 과거를 추적할 때, 심적 이미지들은 판단의 증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특정 판단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특정 대상을 표상하는 이미지는 그 대상과 분리되어 있다. 머리 근처에 떠올린 사과, 나무 등의 이미지들은 사과, 나무 등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표상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두뇌 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심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영상, 그림, 이모티콘 등 인공 이미지들 역시 심적 이미지와 마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