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 1069

이기주의 분류법 1. 기술적 접근법, 심리적 이기주의, 비쾌락적, 쾌락적 이기주의

* 스텐포드 철학사전(SEP)의 이기주의 관련 글은 이기주의를 둘러싼 영미 철학자들의 논쟁을 살펴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기주의를 분류하고 현상에 적용시키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터넷 철학사전(IEP)의 이기주의 분류 방식이 더 깔끔하고 효과적이다. 다만 이기주의를 접근하는 한 방법론으로서의 규범적 접근법에 윤리적 접근법을 포섭시킨 방식은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오히려 '분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더욱이 홉스와 벤담을 동일하게 쾌락주의 전통에 따른 인물로 분류하는 것은 오류이다. 나의 분류법은 대충 이렇다. 기술적 접근법과 규범적 접근법을 구분하고 기술적 접근법에 심리적 이기주의를 위치시킨다. 심리적 이기주의를 다시 비쾌락적 이기..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5. 벤담, 법적 권리와 의무의 관계, 두 가지 접근법

17세기 이후 영국 정치 및 법학 역사에서 자연법에 따른 도덕적 권리는 법에 앞서 주어진 것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자연법에 따른 도덕적 권리는 법제 정당화의 보편적 원리처럼 여겨졌다. 법에 명시된 법적 권리는 그러한 도덕적 권리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 했던 벤담에게 법적 권리의 정당화 원리는 최대 다수의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리이다. 다른 사람의 행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개인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조율한다고 할 때, 벤담에게 법에 앞서 주어진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도덕적 권리란 허구이다. 공리주의의 원리만으로 법적 권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권리가 근거해야 하는 또 다른 도덕적 권리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4. 벤담, 자유와 안전

벤담이 ‘자유(liberty)’보다는 ‘안전(security)’이라는 용어를 선호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단순한 이유는 벤담이 자유가 기존의 자연법 개념에 근거해 해석되고 규정되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안전은 기존에 외교, 국방, 소유권 등과 관련해 폭넓게 사용된 법적 용어인데, 벤담은 안전을 주로 시민의 자유와 관련지은 것이다. 행위 결과를 예측하는 합리적 계산 능력 발휘 없이는 개인은 시민으로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한 벤담은 시민의 자유를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로 분류하고, 그러한 자유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안전’이라 불렀던 것이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피해를 차단하는 안전 장치,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법제의 우선적 목적이다..

일본 제국주의 1861-1945, 사례 연구들

역사 서술에서 사실들은 항상 특정 관점의 해석 대상들이 된다. 이 때문에, 역사 서술 구성 및 읽기에서 비판적 시각이 요구된다. 그러한 비판적 시각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 상호 보완 관계를 맺는 자료들의 충분성 검토 • 사실들의 맥락 의존성에 대한 감수성 • 다양한 관점 및 이데올로기들의 작동 방식을 권력 관계 속에서 고려하기 위 조건들을 여기서 규정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그저 일본 제국주의를 다룬 사례 연구들 몇 편을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소개할 것이다. 그 소개 방식에는 나의 개인적 입장이 빠져 있다. 그럼에도 그 소개 방식을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할 때, 서양 지배력에서 아시아를 해방시키겠다는 일본 정부 관련자들과 지식인들의 주장에는 일본 제국주의 고유의 ‘황색 인종주의(yel..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3. 블랙스톤과 벤담, 법제와 도덕적 권리의 관계

벤담이 법 이 전에 주어진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자연법 및 도덕적 권리를 부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을 살펴보려면, 당시 자유와 도덕적 권리의 관계에 대한 주류 입장을 알 필요가 있다. 로크와 블랙스톤(W. Blackstone)으로 대변된 그 주류 입장에 따르면, 시민으로서 개인의 자유는 자연법을 모방한 법제에 의해 촉진 가능하다. 그 법제는 자연법에 근거한 도덕적 권리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크의 행복론에서 자연 상태는 법제 없이 합리적 판단 능력의 발휘만으로도 조화로운 공동체 유지가 가능한 상태이다. 소유를 법적 권리로 보장할 필요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자연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고, 유용한 것들을 삶에 정착시키는 것은 로크에게는 신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유용..

https 차단하는 미친 정부, 도덕 순결주의가 진보?

우리나라는 포르노가 불법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포르노 컨텐츠 차단을 목적으로 https 사이트 접속 자체를 제한하겠다? https는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포르노가 불법이라고 해도, 인터넷 상에서 성인이 특정 포르노 사이트를 보는 것도 불법인가? 만약 그렇다면, 사적 자유라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 있으나마나 한 것이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타인에게 큰 해를 입히지 않고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영향을 주는 행위는 사적 자유로 보장됩니다. 그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은 개인이 책임질 문제입니다. 더욱이 포르노 사이트를 막겠다고 https 접속을 차단하는 경우, 개인의 접속 정보를 훔쳐가는 짓과 다름 없습니다. https를 차단하는 경우, 차단자 측은 패키지로 ..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1-2. 순환고리, 벤담 서론

벤담 행복의 지성주의 관점을 둘러싼 순환 고리: 생략 그러한 순환 고리의 사례로서 홉스-로크 순환고리: 생략 홉스-로크 순환고리의 세 측면: 생략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848163760 벤담, 행복론과 공리주의 윤곽 * 벤담 연구자들조차 이상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으로 나누어 논의 가능한 그의 공리주의의 복잡성을 간과했... blog.naver.com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5. 브라우버르의 직관주의와 연속체, 밀의 예상 반응

브라우버르, 힐베르트 모두 기하학을 수학의 기초로 간주하기 어려운 시대를 경험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 때문이었다. 브라우버르도 힐베르트와 마찬가지로 산수를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으로 여긴다. 하지만 브라우버르는 공리 체계에 근거한 수학의 형식화를 불필요하다는, 그리고 논리학이 수학의 일부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셈을 경험과 무관한 타고난 능력으로 여겼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셈 능력 발휘에 시간이라는 선험적 조건을 전제했다. 다시 말해, 마음에는 경험 이 전에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선험적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이 시간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선험적 조건으로서 시간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선험적 조건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할 수도 없다. 만약 그것을 직접 ..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4. 힐베르트, 형식주의, 구조주의 그리고 질문들

직관주의 논리 체계에 근거한 구성주의의 일반적 흐름을 간략히 살펴보려면, 힐베르트(D. Hlbert)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공리 체계에 근거한 힐베르트의 형식주의(formalisms)는 종종 20세기 초 브라우버르(L.E.J. Brouwer)의 직관주의와 무조건 적대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회자되곤한다. 하지만 그 형식주의에 담긴 힐베르트의 수학적 유한주의를 살펴보면, 그와 브라우버르 사이의 공통점도 드러난다. 둘 다 수학적 플라톤주의를 수용하지 않았고, 경험의 유한성을 인정한다. 또한 수학을 논리학의 일부로 정착시키려는 논리주의(logicism)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힐베르트는 브라우버르와 달리 구성이 수학적 작업에 필수적이라도 그것을 수학의 본질로 파악하지 않는다. 힐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