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진보의 시작 100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양면성

* 아나운서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 나라 사람들을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누군가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내용을 들어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만으로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 같더라. 이건 아니지. 그래서 쓴 글이다.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에 ‘SNU Noblesse Oblige)를 사용하던데, 노블레스 오블리주 천명한 곳에 기부하는 사람은 멍청이다. 그리고 제발 현 상태의 대학에 기부하는 사람들, 정신 좀 차립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양면성 현대 사회에서도 교육은 여전히 일종의 세뇌 장치로 기능한다. 교육받은 사람들 다수는 세뇌당한 사람들이다. 세뇌는 기존 사회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권력에 기생하여 작동한다. 세뇌당한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런 목적과 관..

바이러스, 자유와 안전

* ‘명박산성’ 이후 ‘재인산성’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자칭 진보, 보수를 대표한다고 착각하는 인터넷 논객들, 교수들이 이를 두고 이 말 저 말을 흘리는데, 그런 말을 놓고 각자 비판적으로 생각하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와 안전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신문 사설이나 칼럼 등이 그런 기본 지식을 도외시한 채 특정 정치 세력의 입맛에 맞도록 각색되어 돌고 있는 현실이다.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자유와 안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 것일까? 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상황을 걱정하는 학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짧은 글에서 이 두 물음에 간략히 답해 보려 한다. 바이러스, 자유와 안전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시민의 사회 설계 참여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또..

마오쩌둥의 참새 증오와 메뚜기의 역습

1958년 마오쩌둥은 중국에서 만연하는 질병과 감염병을 없애고 공산주의 개혁을 완성하려면 4가지 해충을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서 '4가지 해충 박멸 운동'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4가지 해충은 다음과 같다. 모기, 쥐, 파리, 참새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81892294 마오쩌둥의 참새 증오와 메뚜기의 역습 1958년 마오쩌둥은 중국에서 만연하는 질병과 감염병을 없애고 공산주의 개혁을 완성하려면 4가지 해충을 ... blog.naver.com

아감벤의 코로나바이러스 코메디

대의 민주주의의 이론적 근간 중 하나는 자유주의! 이 자유주의의 핵심을 명확하게 표현 해 주는 문장이 있다면, 그것은 '지식은 권력에 집중시키되, 책임은 분산시켜라!'일 것이다. 이 문장은 특히 토크빌과 존 슈튜어트 밀 등의 작업에 잘 반영되어 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권력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의 몫이며, 그 댓가도 개인이 책임질 문제다. 반면에 사회 유지의 효율적 운용에 필요한 지식의 활용은 권력의 몫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독재를 막고 직접민주의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여론의 분열, 파편화 등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론으로 회자된다. 그런데 현재 양상은 '지식은 권력에 집중시키되, 채임은 분산시켜라!'는 것의 제도화만으로는 정치적 권력의 기득권화, 여론의 파편화..

국회 복장 규정: 정장과 넥타이가 남성 중심 권위주의 상징?

캐나다는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층, 청년층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이다. 2019년 캐나다 여성 정치인 캐서린 도리온(Catherine Dorion)은 퀘벡 주 입법부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쫓겨난 이유는 그녀의 복장 때문이었다. 그녀는 평상복에 운동화를 신고 입법부 회의에 참가했는데, 몇몇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당시 회의를 주관한 의원은 복장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퇴장시켰던 것이다. 캐나다 의회도 우리나라 국회처럼 명확한 의원 복장 규정 혹은 코드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 캐서린 도린 사건을 놓고 찬반론이 사회에 확산되자, 캐나다 의회는 구체적 의원 복장 규정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찾아보지 않아 모른다. 글 보기 -> https://blog...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시선들 2. 처칠의 민주주의

처칠은 1874년에 태어나 미국에서 흑인 투표권이 보장된 1965년에 생을 마감했다. 처칠과 함께 따라다니는 수식어들로는 ‘토리 민주주의자(Tory democrat)’, ‘점진주의자’, ‘의회 민주주의 옹호자’, ‘자유주의자’, ‘민주주의와 군주제 양립 가능성 옹호자’ 등을 들 수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러한 수식어들은 현재 민주주의 시각에서 처칠을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자유주의자’ 또는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로 규정하도록 만든다. 개인 간 거래 활성화 장소로 시장을 가정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를 기준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를 구분하는 경우, 개인의 소유권을 사회적 분배보다 중요하게 여긴 처칠은 자유 민주주의자로 분류된다. 또 부의 불평등 해소에서 경제적 성장을 통한..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시선들 1. 세 가지 시선들

SF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 보면, 미래의 지구 정치 체제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외계 종족의 침략에 대항하려고 지구 전체에 걸친 정치 연합이다. 그러한 정치 연합은 현재의 UN 체제의 확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미래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마치 봉건제 시대를 연상시키는 귀족주의 정치 체제의 부활이다. 그러한 부활은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붕괴를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 사회에서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붕괴되는 가상의 과정을 그럴듯하게 묘사한 SF 소설은 없다. 그러한 소설을 구상하는 경우, 민주주의 정치 체제 붕괴 과정의 첫 시발점은 아마도 투표의 비밀성 혹은 익명성과 평등성이 이런저런 이유로 위협받게 되는 가상의 상황일 것이다. 투표의 익명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