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진보의 시작 113

정당한 단식 투쟁? 인과 분석 얼개

과거 군주제 사회에서 귀족이나 어느 저항 집단의 단식 투쟁은 좌절감과 의지를 동시에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군주의 절대 권력에 맞서 그 권력을 직접적 저항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좌절감, 그럼에도 군주의 권력 남용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동시적 표현이다. 권리 영역의 구분, 책임 분산의 법치에 근거한 현 민주제 사회에서 과거의 기준을 가지고 단식 투쟁의 정당함 정도를 평가할 수 없다. 최소한의 의미에서 그러한 평가에 사용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 보자. 단식 투쟁은 표적 대상에게 직접적 가해를 가하는 방식의 저항은 아니기 때문에, 먼저 간접적 저항 방식의 단순한 인과 도식을 분석해 보자.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211799211 정당한 단식 투쟁..

건국일 없는 국가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 건국 시점을 둘러싼 논쟁의 맹점

현 정권은 소련 공산당 가입 및 자유시 참변 연관 가능성을 근거로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서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려 한다. 반대 세력이 장악한 광주에서는 광주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중국 공산당 소속 음악가로 북한 남침 때 조선의 궁중 악보를 약탈해간 정율성을 기리는 기념관과 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이 두 세력 대립의 배후에는 대한민국 건국일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도사리고 있다. 낡아빠진 식민지 근대화론, 그것도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대어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 나라 근대화의 초석뿐만 아니라 민주제의 근간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계열 사회학자, 경제 사학자들에 따르면, 광복절은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대체되어야 한다. 항일 독립 운동사를 지나치게 과정하여 제국주의 시대 조선 민중의 다양한 인식과 반..

새만금 잼버리, 영국 스카우트 역사와 현실: 청소년 여가 활동 교육에 대한 고민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세만금 준비 부실 사태에 집중되어 있는 것일까? 영국 팀 퇴소를 놓고 영국 부모와 EU의 다른 국가나 캐나다 및 오스트렐리아 부모들의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미국과 영국에 유독 스카우트 활동과 관련된 안전사고, 성추행 및 아동 학대 사건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생했을까? 어떻게 미국과 영국에서 스카우투 활동 중심의 청소년 여가 활동이 거대한 사교육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을까? 청소년 여가 활동이 사교육 시장에서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될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영국의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심심해 그냥 생각해 본 것을 두서 없이 담은 글이니, 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대충 보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글 보기 -> htt..

1인 1표, 민주제에서의 시간과 민주제의 미래

2023년 7월 31일 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한국외국어대학 법학전문대학 교수 김은경이 구설수에 올랐다. 좀 더 오래 살 젊은 계층에게 수적으로 더 많은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을 자신의 자식의 말을 빙자해 표출했기 때문이다. 김은경의 발언에는 ‘민주제에서의 시간’과 ‘민주제의 미래’를 구분하지 못한 채 반대 세력 제거를 민주주의 진화의 목적으로 삼는 의도가 깔려 있다. ​ ​ 민주제(democratic political system)는 완전하지 않아도 독재를 방지할 수 있는 정치적 체제 중 하나로 여겨진다. 민주주의 이론이란 왜 그런지를 다루고 정당화하는 이론이다. 1인 1표(one person one vote)는 민주제 사회 구성원들 다수에게 일종의 신앙처럼 작용한다. 1인 1표를..

초등학교 퇴학 허용 국가들의 흥미로운 문제 하나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퇴학이 금지된 곳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퇴학 허용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나의 이유는 제쳐 둔다. 현재 신체적 처벌을 우리보다 먼저 금지한 국가 중 초등학교 퇴학을 허용한 곳이 꽤 많다. 미국, 영국을 포함한 영연방 다수 국가, 독일, 프랑스 등을 들 수 있다. 초등학교 정학을 허용한 국가들의 수는 당연히 더 많다. 퇴학이 의미하는 바도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어떤 곳은 일정 기간 이상의 강도 높은 정학을, 어떤 곳은 무관용 원칙에 따른 영구 퇴출을 뜻한다. 미국 같은 곳은 퇴학 기준, 시행 절차를 두고 주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유치원 퇴학을 허용한 곳도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16..

풍수, 군주제 시대 권력 지리학. 유홍준 대 백재권

현 정부는 일본 방사능 오염 처리수 방출 문제를 놓고 과학적 자료를 강조한다. 사실 일본 방사능 오염 처리수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무시하고 싶은 진실이 있기는 하다. 포타슘 혹은 칼륨 자연 해양 방사능 수치가 오염 처리수 삼중 수소 방사능 수치에 비해 비교 불가할 정도로 높다는 것, 우리나라 원전에서 배출하는 오염 처리수 삼중 수소 방사능 수치가 오히려 더 높다는 것, 가스 터빈 가열 방식을 사용하는 영국, 프랑스 등의 오염 처리수 삼중 수소 방사능 수치는 상대적으로 정말 높다는 것 등 말이다. 일본 방사능 오염 처리수 배출이 적절한 위험 관리 영역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대중 정책 설득에서 ‘과학만으로’라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무해 물질이라도 내 집 앞에 버려지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과학을 대..

간호법 갈등을 둘러싼 두 개의 시선, 상급종합병원과 의협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간호법 제정을 발판으로 다음 두 가지 제도를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i) 간호 대학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 특정 수련을 받은 간호사들에게 전문 간호사 자격을 보장해 주는 제도의 현실화 (ii) 고령층 및 불치병 환자들 대상으로 한 지자체 중심 전문 간호사 활용 제도의 현실화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029230580 간호법 갈등을 둘러싼 두 개의 시선, 상급종합병원과 의협 최근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 금고형 이상 의사 면허 취소법에는 반대... blog.naver.com

귀족 노조의 개념적 기원과 현실

귀족 노조(labour aristocracy)는 일반적으로 노동자 계층 중 다른 노동자들보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이득을 누리는 특정 노동조합 집단을 뜻한다. 서양사에서 귀족층은 봉건제 사회에서 군주와 농노 사이의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대가로 세습 권력을 가진 계급이다. 기존 위계질서 권력 유지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기득권화된 세력에 ‘귀족’이라는 용어를 붙인 사례로 러시아 무국가주의자(anarchist) 미하일 바쿠닌(M.A. Bakunin)의 ‘귀족 노조’ 개념을 들 수 있다. 바쿠닌은 마르크스(K. Marx)의 비판적 적으로 자처했다. 바쿠닌에게 마르크스의 공산 혁명론은 일당 독재 국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바쿠닌과 마르크스 모두 생산 수단으로만 기능할 뿐 생산 권력을 박탈당한 프롤레타..

국익 또는 선전포고

이 나라 정치 세력들이 국민을 ‘사육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자신들의 이념과 목적에 부합하도록 각색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 민주주의’로 대체한 교과서만 허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회 민주주의든 자유 민주주의든, ‘민주주의’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든, 민주주의는 각 나라 책임 분산 맥락에서 선택과 관련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치 체제이다. 더 나아가 개인의 사회 설계 참여의 자유도 당연시하는 정치 체제이지만, 그러한 참여의 자유가 법적으로나 관례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크게 확대된 곳은 아직 없다. 사회 민주주의와 자유 민주주의 구분은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 규모 및 한계, 복지 실현 방식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지, ..

WSJ 할로윈 참사 기사 비판

황망하게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할로윈 참사를 놓고 관련 부서는 주최자 없는 대규모 모임 관리 매뉴얼 부재 및 현장 대처 미흡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처사는 유지되던 동선을 일순간에 무너뜨린 것으로 의심받는 일명 '밀어 밀어' 소규모 집단, 문을 닫아버린 몇몇 클럽 주인들에 대한 조사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줄 수 없다. 그럼에도 윤재앙 정권은 책임 회피에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편 중 일부는 이번 참사를 사전 예측 100% 가능했던 것으로 몰고 가면서 대규모 집회화하려는 선동적 문구를 쏟아내고 있다. 실례로 문재앙의 충견 우상호는 '뒷사람은 밀게 마련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우는 피냄새를 맡은 흡혈귀를 떠오르게 만든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