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과학, 기술, 사회 75

서평. 일리치의 의학의 한계와 의료적 천벌

이반 일리치(I. Illich, 1926-2002),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세포조직학과 결정학에서 철학과 신학으로 선회한 인물이다. 1975년에 나온 그의 책 의학의 한계와 의료적 천벌: 의료적 착취(The Limits to Medicine, Medical Nemesis: The Expropriation of Health)>는 현대 의료 서비스 및 체계야말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일 수 있음을 경고한 책이다. 일리치는 요새 많이 거론되는 ‘건강과 죽어감의 의료화(medicalisation of health and dying)’의 부작용을 공론화시킨 인물 중 한 명이다. 책 제목에서 보듯, 일리치에게 그 부작용은 긍정적 측면에 대비된 상대적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의료적 천벌(medical n..

랜싯 편집인들의 시각, 한국 청년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번역문 포함)

영국의 의학 학술지 겸 잡지 랜싯(the Lancet)은 의사이자 의료 개혁 운동가 토마스 워클리가 자신의 시대 영국 의사들의 탐욕을 비판하고 의료 문제를 시민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려고 1823년 창간했다. 2024년 3월에 나온 The Lancet Regional Health, Western Pacific, Vol. 44)>을 보면, 해당 판에 실린 논문들과 무관하게 편집인들이 한국 청년 의사들의 파업을 다루고 있다. 조금은 이례적이다. 란셋 편집인들의 글 번역은 약간의 잡설 후 살펴보고, 번역문을 소개한 후 다시 약간의 잡설을 할 것이다. 글 보기->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577040762 란셋 편집인들의 시각, 한국 청년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번역문 포..

리튬 이온 배터리, 잠재적 폭발 가능성과 위험 관리

사방에서 몇 차 기술혁명 외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현대 기술 문명 시대라는 것은 여전히 “전기 코드를 뽑으면 다 멈촌다”라는 표현이 적용 가능한 시대이다. 그나마 효율성 높은 배터리 개발로 에너지 낭비와 화석 연료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현재 효율성 높은 배터리를 대표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각종 이동 및 통신 기기와 장비에 사용되기 때문에 현 생활 방식의 기술적 기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490141825 리튬 이온 배터리, 잠재적 폭발 가능성과 위험 관리사방에서 몇 차 기술혁명 외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현대 기술 문명 시대라는 것은 여전히 “전기...blog..

베르나르가 의사협회에 보낸 음성 편지

최근 의대 증원 정책안을 놓고 시끌벅적하다. 그 정책을 둘러싼 찬반론, 진행 과정에 대해 나는 관심이 없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하는 인물들에서 튀어나오는 말 중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2024년 2월 20일 TV 토론에서 “반에서 20-30 등 했던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나?”라는 발언까지 나왔다고 한다. 나는 물론 그 토론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새벽에 음성 편지와 같은 소리를 들었다. 클로드 베르나르(C. Bernard, 1813-1878)가 대한의사협회에 보내려고 한 음성 편지였다. 클로드 베르나르는 되먹임(feedback) 개념을 바탕으로 내분비 체계의 핵심 기능을 항상성(homeostasis)으로 설명한 인물이다. 실험 의학 또는 연구 중심 의학 역사를 논할 때 빼먹을 수 없는..

폴링과 텔러의 논쟁, 하나의 비판적 평가

과학은 정치에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정말 애매모호한데, 그 ‘과학’이 무엇인지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그 ‘과학’이 특정 조건 아래 재현 가능하고 반복 사용 가능한 과학적 지식이라면, 과학적 지식 체계 자체가 정치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이유는 없다. 그 ‘과학’이 그러한 지식 체계를 생성시키는 과정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재원, 투자 및 생성 여건을 필요로 하는 그 과정은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과학’이 정치와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영역이라면, 그러한 영역으로서 과학의 기능 역시 정치 영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기능은 과학자와 과학 공동체에 의존적이다. 그 ‘과학’이 과학자나 과학 공동체의 입장, 태도 및 행동 방식을 뜻한다면, 과학자와..

인공 자궁. 홀데인의 망상 또는 실현 가능한 계획

규모의 경제 발달을 이룬 민주제 국가의 공통적 현상 중 하나는 저출산이다. 세대교체를 방해하지 않는 적정 수준의 저출산은 경제 및 삶의 질적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그렇지 않은 초저출산은 국가 발전에 불리하다는 것인데, 출산율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양육비, 주거비, 취업 경쟁 등이 낮아지면, 출산율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주목받게 된 연구 중 하나는 인공 자궁(artificial womb) 개발이다. 인공 자궁 개발은 특정 종 개체 발생 과정을 해당 종 자궁 외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다루는 ‘체외발생학(ectogenesis)’에 속한다. 인간 종에 국한하는 경우, 초기 배아를 다른 동물의 자궁에 이식시켜 발생을 유도하는 것, 여성 자궁을 ..

매독, 그림 논쟁

매독(syphilis)은 한때 많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성병이다. 점막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 눈, 심장, 뇌, 뼈에 침투해 고통스럽고 흉한 흔적을 발생시킨다. 매독이 진행되면, 코뼈뿐만 아니라 두개골 조직도 함몰된다. 게다가 태아로 전파 가능한 질병이다. 지금은 항생제 주사로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하나, 발병 과정도 길고 조기 치료를 놓치면 치료도 더욱 힘들어진다. 2010년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한국 등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에서 매독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 통제가 불가능한 SNS이나 데이트 앱을 통한 즉석 성관계 및 성매매 활성화를 그 원인으로 추정하는 연구가 꽤 많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

에덴 프로젝트, 영국의 성공적인 생태 체험 학습 공간

2023년 새만금 잼버리 대회 부실 준비 사태와 관련해, 그 대회가 새만금 국제 공항 건설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백지화시키려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소식이 뜨고 있다. 운동장, 공항, 대규모 공원 등을 부적절한 곳에 지으면, 아무런 경제적 효과 없이 ‘세금 잡아먹는 하마’가 되기 쉽다. 수십 년 전부터 개발되어온 새만금 간척지 면적은 서울의 2/3에 이르는 만큼, 농업 단지, 첨단산업 단지, 국제 공항 단지, 신재생 에너지 단지, 관광 단지, 과학 연구 단지 등 수십 개의 단지 사업이 맞물려 있다. 당연히 생태 체험 학습 단지도 들어가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180438822 에덴 프로젝트, 영국의 성공적인 생태 체험 학습 공간 * 다음은 20..

기후 변화 시대의 기반 시설, 새로운 국책 사업의 필요성

2023년 7월 15일 집중 호우로 청주 오송 지하 차도가 완전히 침수되어,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리 통제했더라면’이라는 가정 아래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오송 지하 차도가 침수되는 데 고작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들리는 말로는 주변 미호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물길이 도로까지 급격히 흘러들어왔다고 한다. 미호천 제방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었다고 한다. 도깨비성 국지성 호우가 계속 이어진 후, 이번 장마가 왔다. 도깨비성 국지성 호우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국 지반은 많은 수분을 함유하여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집중 장마가 오니, 사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문제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기상은 현대 과학 기술 수준의 완벽..

독일 원전 폐기의 내막, 우려의 시선들, 뤼체라트의 비극

최근 독일은 원전 세 기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을 두고 독일 여론은 극단적 분열 상황을 보였는데, 다수는 폐기 결정에 반대했다. 34%만 찬성했다. 우리나라에서 독일은 탄소 중립 선언을 실천하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기에, 34% 찬성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를 놓고 많은 사람은 의아해할 것이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국가’라는 독일의 이미지는 만들어진 환영에 불과하다. 탄소 중립을 다른 국가에 강요하면서도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 논리에 따라 움직였고 움직이는 독일이다. 이번 원전 폐기 결정에 대해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자국민, 그리고 많은 환경 연구가들이 우려의 심정, 심지어 분노를 표하고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30841817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