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과학, 기술, 사회 72

샤르코, 살페트리에르, 히스테리와 위트망

앙드레 브루이에(A. Brouillet)의 1877년 작품 ‘살페트리에르의 병리학 수업(Une leçon clinique à la Salpêtrière)’은 프랑스의 병리 신경학자 장-마르탱 샤르코(J-M. Charcot, 1825-1893)의 금요일 강연을 소재로 한 것이다. 그림에는 29명이 등장한다. 그림을 보면, 샤르코가 대중을 대상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폴란드계 프랑스 의사인 요셉 바빈스키(J. Babinski)가 최면 상태에서 뒤틀린 오른팔을 늘어뜨린 한 여성을 잡고 있다. 두 명의 간호사가 그 여성을 지켜 보고 있다. 그 여성은 당시 ‘히스테리의 여왕’으로 불렸던 마리 블랑슈 위트망(M.B. Wittman, 1859-1913)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

아르투르 피셔, 플라스틱 나사 플러그

아르투르 피셔(Artur Fischer, 1919-2016), 독일의 사업가, 투자가이자 발명가이다. 독일 남부 지역 작은 도시 발드아흐탈(Waldachtal)에서 태어난 피셔는 자물쇠 제조공 기술 습득 과정을 밟은 후 2차 대전 중 공군 소속으로 비행기 기계부 수리 일을 담당했다. 악명 높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생존자이기도 하다. 1948년 피셔 그룹을 창설했다. 1999년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피셔 그룹은 현재 35개국에 걸쳐 4천 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독일 중견 중소기업이다. DIY(Do It Yourself)쪽에서는 꽤 유명한 기업이다. DIY 외에 자동화 기기, 투자 자문 영역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거두는 기업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

화이자 비판: 변이율, 변이 바이러스, 변이 속도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속가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최소 4배나 낮다는 화이자의 주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바이러스 감염 방역 정책에서 동료 평가 혹은 피어 리뷰(peer review)를 거친 연구 결과는 무조건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델타 변이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의 중환자 입원율과 치사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자연적 집단 면역을 기준으로 한 스웨덴 방역 모델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스웨덴 모델은 효과적인 방역 정책인가? 이 가지 물음 모두를 부정할 것이다. 변이율, 변이 바이러스, 변이 속도 백신 패스를 시행하고 백신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는 현재 정부 방역 대책은 백신 만능주의에 불과하다. 백신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과학 기술 수준은 바이러스 전..

슈뢰딩거, 사랑과 섹스

슈뢰딩거, 사랑과 섹스 1. 인간에게 섹스는 번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에게 암컷 발정기가 없다는 사실은 섹스도 관계의 고려 및 제어 대상임을 함축한다. 인간관계에서 섹스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과장해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섹스가 없었다면, 패션, 화장품 관련 산업도 없었을 것이다. 또 건강에도 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섹스 상대를 구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많은 사람은 몸단장에서부터 운동까지 몸 관리에 덜 신경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대부분의 경우 섹스에 근거한 관계이다. 사랑과 섹스는 누구에게나 직업적 야망 및 인생 목적 달성에서 시시각각 평가 대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 범위, 허용 정도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삶의 전략이 가능하다. 가족 관계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

그림으로 보는 청진기의 역사

* 다음은 중 하나이다. 그림으로 보는 청진기의 역사 “보스턴 마을에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청년에게 상아 마개와 광택 처리된 빤짝거리는 새로운 청진기를 사주었죠. 그런데 그 안에 거미가 들어가 살면서 거미줄을 쳤습니다. 어느 날, 경솔한 파리 두 마리가 그 거미줄에 떨어졌습니다. ...”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의사이자 시인 올리버 웰델 홈즈(O.W. Holmes, 1809-1894)가 쓴 풍자시 ‘청진기 노래(Stethoscope Song)’의 시작부입니다. 홈즈의 산문집 는 미국 19세기 노변 시인(fireside poets) 문학 사조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535000438 그림으로 보는 청진기의..

수술실 통제권과 환자 육체 소유권의 관계: 수술실 내 CCTV 설치 논쟁

당신이 내과 의사라고 해 보자. 어느 날 한 환자가 방문했는데, 당신에게 처방전을 녹음하고 싶다고 말한다. 의사는 속으로 정신나간 인간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오죽 의사를 못믿겠으면 그랬을까라고 생각하는 제3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건망증이 심해 처방 이유를 까먹지 않으려고 녹음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 나라 의사 집단은 의료 문제가 사회 표면에 떠오를 때마다 지나치게 자기방어적 입장을 취해왔다. 의료 소비자들과의 신뢰 관계가 점점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처방도 녹음하게 해달라는 의료 소비자 요구가 논쟁 거리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지금 논쟁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게 논쟁 거리가 되게 되는 과정에 의..

토마스 워클리의 란셋

* 다음은 나의 개인 원고 의 부록으로 사용할 의 일부이다. 이곳에 적합한 내용일 수 있어 해당 부분만 올린다. 우리나라 의대 교육을 보면, 환자의 고통을 체험해 보는 간병 과정과 같은 것은 누락되어 있다. 특히 큰 병원의 시스템은 물건 찍는 공장처럼 돌아가는 측면이 강하며, 환자의 알 권리는 여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바꾸려는 워클리와 같은 의사는 거의 없다. 토마스 워클리의 란셋 토마스 워클리(T. Wakley, 1795-1862)는 오늘날 종양학, 신경병 및 감염병 분야에서 권위를 갖고 있는 의학 학술지 의 창시자이다. 데번 지역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워클리는 1815년 런던으로 건너가 거이와 세인트 토마스 병원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그 병원은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J. Keats)가 ..

독감 백신 무용론과 찬성론

* 2009년 독감 백신 접종 후 기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핀란드에 늘어났다. 호주에서는 열성 경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독감 백신이 원인인지는 밝혀낼 수 없었지만, 두 국가 질병 관리본부는 독감 백신 접종을 일정 기간 유보시켰다. 그러자 기면증과 열성 경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사라졌고, 이후 새로운 백신으로 독감에 대처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백신 접종 후 며칠 만에 사망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질본은 백신과 사망 사이에 인과적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무선적 샘플링에 근거한 백신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심하게도 이 문제를 정확히 다룬 신문 기사나 칼럼도 없다. 독감 백신 무용론과 찬성론 디프테리아, 결핵, 파상풍 등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라는 데 모든 의학자와 생..

우연과 발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과학 대중서 번역서 중에 로버트 케이브 저 이라는 책이 있더라. 이 책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 발견사가 소개되어 있는데, 뭔가 결정적인 연결고리가 빠져 있다. 그 결정적인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2005년 로빈 워렌(Robin Warren)과 베리 마샬(Barry Marshall)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임을 밝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돼지, 기니피그 등에서는 위궤양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사실로 입증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실험은 윤리적 문제로 인해 허용될 수 없다. 그래서 마샬이 직접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책은 마샬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