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과학, 기술, 사회 72

킬로그램 재정의와 플랑크 상수: 이론과 실용성 사이의 유대적 관계 발달(수정)

* 다음 글은 관성 질량과 중력 질량의 등가성을 전제하고 쓴 것이다. 그 등가성은 뉴턴 이후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킬로그램 재정의와 플랑크 상수 - 이론과 실용성 사이의 유대적 관계 발달의 관점에 따른 접근법- 최근 무게의 단위인 kg 재정의가 화제의 주제로 떠올랐다. 그 재정의 방식에는 플랑크 상수(Planck constant)가 등장한다. 무게의 단위인 kg의 재정의에 왜 플랑크 상수가 등장하는 것일까? 이 글의 목적은 그 이유를 가급적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간략히 밝히는 것이다. 플랑크 상수를 이용해 무게와 질량을 재정의하는 방식을 다룬 국내외 논문들은 많은데, 이론 물리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그 논문들의 내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여러 물리 공식이 등장하는 그..

지구자기 역전

*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온실 가스만 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대기권 형성에 필수적인 지구자기의 변화도 온난화와 관련되어 있다. 실례로 남극 오존홀이 생기는 원인을 규명하려면, 온실 가스 성격을 다루는 화학자들과 대류 현상을 다루는 기상학자들의 공동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책의 를 보라. 이상하(2008), , 궁리.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지구자기 혹은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강조하는 연구 논문들이 늘고 있다. 지구 자기장의 약화가 온난화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북극과 남극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20-30만년 주기로 역전 현상을 보여 왔다. 마지막 역전은 78년 전에 일어났다. 통상 역전 주기를 이미 벗어난 것이다. 지구 자기장 약화의 지속성이 북극과 남..

과기정통부 AI 신약 개발 플랫폼 정책안 문제점

과기정통부 AI 신약 개발 플랫폼 정책안 문제점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 AI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연구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례로 Sanofi, GSK(Galoxo Smith Klein) 등을 들 수 있다. 국외의 경우, AI 신약 개발 연구 투자는 제약 회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그 연구 계획을 총괄하려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제약 회사들을 사정을 고려할 때, 과기정통부 AI 신약 개발 플랫폼 정책은 시도해 볼 만한 것이다. 왜냐하면 대규모의 다국적 기업이라 할 만한 제약 회사가 국내에는 없고, 또 대부분 제약 회사가 복제 약품 생산 및 유사 약품 개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약 회사들이 신약 개발..

명상과학의 어두운 면: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추진 방안 비판

오래 전에 없애버인 굿킹 사이트를 아는 사람들은 과학을 둘러싼 사회 문제에 대한 글들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것 같다. 물론 나의 착각일 수 있다. 아무튼 블로그에는 가끔 내가 쓴 것들의 일부를 듬성듬성 올릴 뿐, 과거 처럼 과학을 둘러싼 사건이 터질 때 그 사건을 분석한 글을 올리지 않는다. 이 땅은 내가 버린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글을 쓰도록 만드는 사건이 있다. 바로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설립 안이다. 명상과학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설립 방안을 비판하는 것이다. 간만에 과학 저널들 좀 보았다. 오늘 오후 이것 쓰느라 허송세월 했다. 시간이 돈이라면, 진짜 돈 낭비인 셈이다. 그럼에도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추진 방안이 비판받아야 마땅한 이유를 누군가는 대중에..

수치적 기상 예측의 역사

1. 수(數)는 과학자들에게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상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도구이다. 과학에서 ‘수치적(numerical)’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과학적 방법은 특정 현상과 관련된 변수들에 측정값이나 관측값을 대입시켜 현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작업 일반을 뜻한다. ‘수치적 기상 예측’(NWP: Numerical Weather Prediction)은 ...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771930861 사고 훈련: 수치적 기상 예측 1. 수(數)는 과학자들에게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상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도구이다. 과학에서 ‘수치적(n... blog.naver.com

섹솔로지의 개척자들: 마구누스 히르쉬펠트 2.4-5 표상법, 성 정체성의 가변성

(4) 중간 영역의 표상법 성적 취향, 성 정체성과 관련해 누구를 남성 혹은 여성으로 확인할 때, 남성과 여성의 의미는 여러 차원을 갖는다. 생식 가능성 차원, 성적 대상 선호 차원, 성적 역할 차원, 사회적 역할 차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지만 개인의 성적 취향과 정체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상적으로 가정된 남성과 여성의 사이를 일종의 선분으로 취급하는 접근법의 한계를 드러내 준다. 그렇게 취급하는 접근법은 이상적으로 가정된 남성과 여성의 ‘사이’로서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히르쉬펠트의 입장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남성과 여성의 의미를 구성하는 여러 차원을 고려하여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취향을 다루려면, 적어도 두 개의 차원이 필요하다. 그 하나는 생식 가능성 차원이고, ..

섹솔로지의 개척자들: 마구누스 히르쉬펠트 2.2-3 중요한 물음, 성적 취향의 다양성

(2) 중요한 물음 히르쉬펠트의 이론적 연구들은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을 해체시키는 것이며, 그 해체의 토대는 생물학과 심리학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이상적 남성 혹은 여성이 아니다. 누구를 ‘남성’ 혹은 ‘여성’으로 부를 때, 이것은 분포적 의미만 가질 뿐이다. 히르쉬펠트와 거리를 두고 남성과 여성을 생물학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 남성과 여성의 가장 안정적인 구분은 생식 가능성에 근거한다. 이때, 남성과 여성은 짝짓기를 통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상대적 배우자’로서 수컷과 암컷을 뜻한다. 지구상 대부분의 유기체들은 성 구분이 없는 미생물, 박테리아 등이다, 이것들은 무성 생식을 하기 때문이다. 유성 생식을 하는 곤충, 포유류, 어류 등의 암수 구분은 생각보다 가변적이다. 환경 변화에 따라 암..

섹솔로지의 개척자들: 마구누스 히르쉬펠트 2-1. 제 3의 성

2. 사회 운동가로서 히르쉬펠트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성과학은 그의 성소수자 해방 운동보다 훨씬 급진적 성격을 갖고 있다. 히르쉬펠트는 기존의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완전히 해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완벽한 남성 혹은 완벽한 여성이란 없다. 누구나 남성과 여성 사이의 중간적 성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개인의 성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젠더 개념도 생물학적 요인들에 저항하거나 혹은 생물학적 요인들과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당양한 성 정체성은 이미 생물학적 사실이라는 것이 히르쉬펠트의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누구나 그 자신만의 성 정체성을 갖고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섹솔로지의 개척자들: 마구누스 히르쉬펠트 1. 섹스의 아인슈타인

마그누스 히르쉬펠트 젠더, 퀴어, LGBTI(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nd intersex) 등의 개념이 대중화된지 꽤 되었다. 이제 제 2차 대전 이후 인간의 성 연구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알프레드 킨제이(A. Kinsey)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적 성의학(sexual medicine), 섹솔로지(sexolgy)의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마그누스 히르쉬펠트(M. Herschfeld)를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적 취향, 정체성과 관련해 히르쉬펠트가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이분법을 해체하려 했다면, 킨제이는 아메리카 인들의 일반적인 성적 활동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내어 유명세를 탔다. 성에..

대구 지하철 참사의 교훈

대구 지하철 참사의 교훈 왕은 행복했다. 나라가 강성해지고 백성이 사방에서 몰려드니, 이보다 기쁜 일은 왕에게 없었다. 그런데 왕에게도 골칫거리가 생겼다. 수도가 마차들로 붐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고민에 빠진 왕은 서국(西國)에서 천리안(千里眼)을 불렀다. 재물과 벼슬을 하사받은 천리안은 수도 중앙에 커다란 탑을 쌓아줄 것을 왕에게 부탁했다. 탑을 중심으로 원형의 도로들이 닦였고, 마차들은 오로지 그 도로로만 달려야 했다. 탑 꼭대기의 천리안의 지시에 따라 각양각색의 깃발이 올라가면, 마차들은 이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천리안이 마차 도로를 관리한 후부터 사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천리안에게 자리를 뺏긴 전직 관리가 백주대낮에 술에 취해 마차에 불을 질렀다. 천리안은 재빨리 지시를 내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