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자연철학 60

생리학사: 왜 부르하베인가?

왜 부르하베인가? 생리학(physiology)의 전성기는 19세기로 거론된다. 그 기간 동안 생리학은 요하네스 뮐러(Johannes Mueller), 카를 루드비히(Carl Ludwig, 1816~1859) 등의 노력으로 해부학에서 독립해 ‘유기체 기능들의 물리․화학적 연구 분야’로 정착했다. ‘유기체의 기능들을 물리 화학적으로 규명한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의미 해석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러한 해석 작업은 ‘살아 있는 것들의 영역과 살아 있지 않은 것들의 영역 사이의 구분을 인정하면서도 두 영역 각각에 해당하는 별도의 법칙성과 같은 것을 부정하는 입장’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해석 작업은 이 짧은 글의 주제가 될 수 없다. 이 짧은 글의 핵심 물음은 다음과 같..

밤하늘의 과학과 축소된 모형 속의 과학

* 다음은 옛날 글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수정한 것이다. 세세히 수정하지는 않았다. 밤하늘의 과학과 축소된 모형 속의 과학 - Science in a Dark Sky and Science in a Miniature 이런 생각을 해보자. 지구와 소행성의 급작스런 충돌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인류 문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만약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현재 사람들이 2000년 전 과거 사람들보다 생존할 가능성은 높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자연의 대재앙이 도래해도 현재 인간들의 과학기술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가정은 그럴듯하지 않다. 억지를 부려 그런 가정이 그럴듯하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들 중 몇 명이 마른 나무를 이용해 불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들 중 몇 명이 병 치료에 필요한 약..

자연이라는 책 4~7. Book or Magazine

하나의 정합적인 형식의 책 또는 잡지 형식의 책 4. 과학이 기독교의 세속화라는 단선적 경로를 따라 형성되고 발달했다면, 과학의 중요 개념들은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는 통용될 수 없다. 단지 과학이 형성되는 과정에 미친 기독교의 역할은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이때 그 역할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과학이 기독교의 세속화라는 단선적 경로를 따라 형성되고 발달했다면, 다음과 같은 상반된 결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 첫째, 과학이 신학적 해석에서 자유로워진 경우, 즉 세속화된 경우, 과학은 ‘종교성의 사장’을 상징할 수 있다. 종교성의 사장을 도덕적 가치의 상실로 여기는 사람에게 과학은 종교에 바탕을 두지 않고서는 건전하게 사회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 둘째, 과학이..

자연이라는 책 3. 생각보다 순수하지 않은 책

생각보다 순수하지 않은 책 3. 신학과 양립 가능한 자연 철학을 구성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업은 지동설이 정착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신이 ‘자연이라는 책’의 저자라면, 인간은 그 책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즉 이성을 가진 존재이다. 이때 ‘자연 철학’은 ‘자연이라는 책의 구성 방식에 대한 어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