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자연철학 57

시간과 경험: 서문(블로그 용)

시간에 대한 고찰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크게 세 가지 사고방식으로 나뉜다. ‘시간 속의 변화’, ‘변화 속의 시간’, ‘의식 속의 시간’이다. ‘시간 속의 변화’를 보여 주는 세계 이해 방식들에 따르면, 시간은 변화 이전에 전제된 것이다. 시간을 인간 의식 및 변화와 독립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그러한 세계 이해 방식들에서 시간은 공간과 무관한 영원성을 지닌 것으로, 아니면 공간과 분리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시간이 공간과 무관한 것이라면, 시간은 ‘우주가 존재하는 한’에서 ‘있는 것’이다. ‘우주가 존재하는 한’이라는 것은 다시 유한과 무한으로 나뉜다. ‘변화 속의 시간’을 보여 주는 세계 이해 방식들에서 시간은 항상 변화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동시에 변화가 발생하는 장소에 의존적이다. 이 때..

오컴의 면도날: 오해들 불식시키기

오컴의 면도날 * 중세 스콜라 전통 철학과 신학의 일반적 흐름: 생략 * 중세 스콜라 철학에서 차지하는 오컴의 위상: 생략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은 종종 ‘단순성의 원리(principle of simplicity)’ 혹은 ‘절감의 원리(principle of parsimony)’로 불린다. 오컴의 면도날을 가장 포괄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 필연적 이유 없이는 다수의 것을 상정해서는 안 된다(pluralitas non est ponenda sine necessitate). 위처럼 오컴의 면도날을 규정하는 것은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위 규정 방식에서 ‘다수의 것’이 무엇인지는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의 여러 해석 방식을 살펴보기 전에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오..

자연 발생설을 둘러싼 파스퇴르와 푸셰의 논쟁

* 다음은 절판된 의 부록 중 하나를 확장 수정한 것임을 밝혀둔다. 자연 발생설을 둘러싼 파스퇴르와 푸셰의 논쟁 1. 과학적 발견들은 경험 내용을 규정하는 가설과 실험의 역사적 연결 속에서 신뢰할 만한 것으로 정착한다. 그러한 정착 과정 속에서 과학자의 사고와 행위를 제한하는 미덕들이 탄생했다. 그러한 미덕들 중 하나가 ‘과학적 성실성(scientific integrity)’이다. 20세기 이후 기술 기반의 과학 연구가 공적 평가의 대상이 되면서, 과학적 성실성과 관련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은 더욱 커졌다. 또한 과학의 연구 형태가 더욱 집단적 형태를 띠게 되면서, 과학적 성실성을 촉진할 수 있는 연구 환경(research environment)에 대한 관심사가 증가했다. 단순히 어떤 과학자의 부정 행위..

물리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플랑크 논증

물리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플랑크 논증 막스 플랑크(Max Plank)의 은 다음 논증을 반반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 물리학은 전적으로 무생물계의 물체 및 사건을 다루는 학문이다. • 일반 철학은 육체적 삶뿐만 아니라 지성적 삶을 포괄해야 하며, 또한 윤리에 관한 가장 고매한 문제들을 포함하여 영혼의 문제들을 다룬다. • 물리학과 일반 철학은 서로 다른 문제 영역을 다루는 학문이다. • 따라서 물리학과 일반 철학은 접목 불가능하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82922226 플랑크 논증: 물리학과 철학의 관계 막스 플랑크(Max Plank)의 은 다음 논증을 ... blog.naver.com

18세기 무신론 논쟁

* 다음 글은 일부를 수정한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적어도 세 가지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18세기 유물론 논쟁에는 지역의 정치, 문화적 전통이 깊숙히 개입해 있다는 것이다. 유물론을 무조건 무신론과 일치시카는 서술방식은 역사적 무지를 보여줄 뿐이다. 둘째, 18세기 유물론은 일반적으로 결정론적이지만 17세기에 비해 매우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지적 풍토를 바탕으로 19세기 마르크스 엥겔스의 유물론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유물론을 마르크스주의의 맥락에 귀속시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소위 '변증법적 유물론'과 유사한 사고방식은 마르크스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유물론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당시 생리학의 발달, 에너지 보존법칙의 출현 등도 알아..

관성계에 대한 뉴턴의 정의 방식과 중의성(수정)

다음은 ‘과학적 생활 양식(scientific mode of life)’에 대한 일종의 선언문 성격의 핵심 중 세 가지이다. (i) 과학적 생활 양식이란 재확인 가능한 관찰 및 재생 가능한 측정량과 가설의 연결성에 의해 제한된 생활 양식이다. 이러한 과학적 생활 양식은 그 자체로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계 이해 방식에 대해 열려 있다. 재확인 가능한 관찰 및 재생 가능한 측정량 속에 함축된 사실의 발견은 추리를 요구하며, 그러한 추리에 개입하는 가설은 관찰 및 측정량 자체에서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찰 및 측정량과 가설의 연결성에 의한 제한성 때문에, 발견 및 이론 해석에 사용된 그 어떤 세계 이해 방식도 과학의 증명 대상이 될 수 없다. 글 보기: https..

뉴턴의 버킷 실험: 절대 공간 대 상대 공간

* 버킷 실험을 다룬 국외 논문들은 맣다. 그러한 논문들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분량이지만, 버킷 실험의 논증적 재구성 측면에서는 훨씬 더 정확할 것이다. 뉴턴의 버킷 실험 - 절대 공간 대 상대 공간 - 1. 중력처럼 원거리 작용(action at distance)이 없는 우주 W를 가정하자.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387798655 뉴턴의 버킷 실험: 절대 공간 대 상대 공간 * 다음은 의 부록 중 하나로 ... blog.naver.com * 2016년 4월 2일 올린 것을 약간 수정한 것

프란시스 베이컨의 운동론

프란시스 베이컨의 운동론 프란시스 베이컨(F. Bacon)은 근대를 연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되지만, 그 자신은 근대 자연 철학을 대표하는 기계론 옹호자는 아니었다. 그 또한 기계론 옹호자들처럼 원자론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에게 현상을 설명해 주는 물질적 기본 단위는 원자가 아니라 매우 특별한 종류의 운동들이다. 이는 베이컨이 자연 현상의 설명에서 구조보다는 기능 혹은 대상보다는 과정을 우선시했음을 보여 준다. 베이컨에게 운동은 물체의 장소 이동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물질적 욕구(appetite)’의 표출 방식이다. 장소 이동의 경우도 이동하려는 물질적 욕구에 의한 것이다. 베이컨은 자연 및 인간사를 포함한 모든 현상을 ‘물질적 활동 및 생활에 필요한 욕구들의 지배 및 피지배 관계 속에서..

플로지스톤의 진정한 의미(수정)

플로지스톤의 진정한 의미 열역학(thermodynamics)과 열 운동학(kinematic theory of heat)이 구체적 모습을 갖추기 이전에도, 열에 대한 두 관점이 있었다. 그 하나는 열과 관련된 특별한 물질이 있다는 ‘열 물질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열을 ‘입자 운동의 속성으로 취급하는 관점’이다. ‘플로지스톤(phlogiston)’은 한때 열 물질 관점을 대표했던 개념이다. 모든 자연 현상을 물질의 운동 변화로만 설명하려는 기계론이 득세했던 시절, 플로지스톤은 화학 반응에 필요한 열 입자, 즉 ‘열소(熱素)’로 가정되었다. 따라서 ‘플로지스톤 가설에 근거한 설명’이란 ‘플로지스톤 개념을 가지고 화학 반응을 설명하는 것’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