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자연철학 57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5.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

5.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에 따르면, OM과 U는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TMA의 무한 후퇴 논증을 발생시키는 과정에 UI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 과정은 OM, SP, NI에만 근거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에 따르면, OM은 U를 전제한다. 물론 이때 그 전제 방식이 단순히 OM과 U의 형식적 결합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OM에 U가 내용적으로 이미 함축되어 있음을 의미하는지는 논의거리가 될 수 있다. 전자의 전제 방식은 OM과 U의 분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반면, 후자의 전제 방식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OM이 U를 전제하는 방식은 논외로 하자. U를 전제한 OM 방식을 OMU라 할 때, OMU는 다음과 같다. • OMU 임의로 주어진 n개..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4. Predicates pros heauto vs. ta alla

4.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은 당연히 TMA를 피해 나갈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TAM는 그들의 형상론을 반박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 플라톤은 TMA를 피해 나갈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는 에서 TMA를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위 문제를 ‘TMA 문제’라고 하자. 앞서 살펴본 현재의 TMA 구성 방식을 고려할 때, 그 해결 방법은 논리적으로 다음과 같다. • TMA의 무한 후퇴 논증은 OM, SP, NI에 근거하고 있다. 무한 후퇴가 발생하지 않도록 OM, SP, NI 모두 혹은 적어도 하나를 부정 혹은 수정하거나, 적절히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때 OM과 U는 더 이상 모순 관계를 맺..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3.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

3. 현재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은 다음의 절차를 따른다. • 첫째, OM, SP, NI를 바탕으로 하나의 형상 도입이 결국 무한개의 형상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무한 후퇴 논증을 건설한다. • 둘째, 무한 후퇴 논증의 결론이 U와 모순되기 때문에, U, OM, SP, NI는 하나의 무모순적인 체계를 이룰 수 없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직접적 결론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보조 정리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의 핵심은 첫 번째이다. (i) OM에 따라 o1, o2, ..., on 모두 F일 때 o1, o2, ..., on들이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F-ness’가 있다. (ii) NI에 따라 F와 관련된 그러한 어떤 F-ness는 각 oi(1≤i≤n)..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2. OM, SP, NI, U 이해하기

2. 제 3의 사람 논증을 ‘TMA’로 표기하자. TMA의 구성 방식과 해석 방식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현재 논리학자나 논리학을 무기로 한 고대 철학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을 알려면, 먼저 다음 네 가지를 숙지해야 한다. • OM(One over the Many) 임의로 주어진 n개의 서로 다른 대상들 o1, o2, ..., on에 대해, F(o1), F(o2), ..., F(on)일 때 그 대상들이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형상 F-ness’가 있다. (여기서 ‘F(oi)’는 ‘oi는 F’를 뜻한다. 실례로 ‘아름다움(땡칠이)’는 ‘땡칠이는 아름답다’를 뜻한다.) • SP(Self-Predication) F와 관련된 모든 형상들 F-ness에 대해, F-ness는 F이다. • NI(N..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1. 논의의 전체 윤곽

* 다음 글은 추후에 수정되어 나의 원고 의 부록 중 하나로 사용될 것임을 밝혀 둔다.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 왜 아리스토텔레스는 ‘제 3의 아름다움 논증’과 같은 것 대신 ‘제 3의 사람 논증’이라는 용어를 택했을까? - 1. 파르메니데스는 변화의 실재성을 부정하고 ‘불변하는 하나됨’이 세계의 본 모습이라고 주장한다(Owen에 의해 널리 퍼진 이러한 해석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해석이 거의 통념처럼 굳어져 여기서는 그냥 차용함을 밝혀 둔다). 파르메니데스와 제논의 역설들은 불변하는 것들을 가정하여 양적 변화 및 질적 변화 모두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다. 젊은 소크라테스는 제논의 책을 읽고 그의 역설들을 비판한 후 파르메니데스와 대화를 나눈다...

운동에 관한 제논의 역설 이해하기

운동에 관한 제논의 역설 이해하기 1.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의 주류 입장에 따르면,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스인들은 변화 속에서 불변하는 것을 찾으려 했고, 역으로 불변하는 것을 바탕으로 변화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한 설명 방식은 ‘변화의 실재성(reality of change)’을 전제한다. 제논과 파르메니데스로 대표되는 엘레아(Elea) 학파는 일상 경험에 비추어 당연해 보이는 그러한 변화의 실재성을 부정한다. 또한 현상의 다원성(plurality)을 부정한다. 제논의 역설들은 변화의 실재성 및 현상의 다원성을 부정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67340458 운동에 관한 제논의 역설 이해하기 * 컴퓨터에 이..

히포크라테스 계보의 생리학(내부 중심설)

히포크라테스 계보의 생리학 오로지 하나의 물질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물질의 밀도 차나 성질의 강약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경우, 변화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 되어 버린다. 그런 것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변화의 다양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유기체는 발생, 성장, 죽음이라는 단계적 발달 과정을 보여 준다. 더욱이 유기체의 기능은 그러한 발달 과정에서 안정적 상태와 불안정적 상태 혹은 정상 상태와 비정상 상태를 반복해서 보인다. 단 하나만의 물질을 가정하고 유기체의 발달 과정, 정상 및 비정상 상태를 설명하기란 힘들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히포크라테스 계보의 생리학’에서 엿볼 수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45605760 히포크라테스 계보의..

생리학사: 왜 부르하베인가?

왜 부르하베인가? 생리학(physiology)의 전성기는 19세기로 거론된다. 그 기간 동안 생리학은 요하네스 뮐러(Johannes Mueller), 카를 루드비히(Carl Ludwig, 1816~1859) 등의 노력으로 해부학에서 독립해 ‘유기체 기능들의 물리․화학적 연구 분야’로 정착했다. ‘유기체의 기능들을 물리 화학적으로 규명한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의미 해석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러한 해석 작업은 ‘살아 있는 것들의 영역과 살아 있지 않은 것들의 영역 사이의 구분을 인정하면서도 두 영역 각각에 해당하는 별도의 법칙성과 같은 것을 부정하는 입장’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해석 작업은 이 짧은 글의 주제가 될 수 없다. 이 짧은 글의 핵심 물음은 다음과 같..

밤하늘의 과학과 축소된 모형 속의 과학

* 다음은 옛날 글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수정한 것이다. 세세히 수정하지는 않았다. 밤하늘의 과학과 축소된 모형 속의 과학 - Science in a Dark Sky and Science in a Miniature 이런 생각을 해보자. 지구와 소행성의 급작스런 충돌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인류 문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만약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현재 사람들이 2000년 전 과거 사람들보다 생존할 가능성은 높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자연의 대재앙이 도래해도 현재 인간들의 과학기술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가정은 그럴듯하지 않다. 억지를 부려 그런 가정이 그럴듯하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들 중 몇 명이 마른 나무를 이용해 불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들 중 몇 명이 병 치료에 필요한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