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자연철학 57

'코스모스'의 파괴자 니체 (수정)

‘코스모스’의 파괴자들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의 선택은 다른 사람이나 전통에 영향을 받더라도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코스모스(cosmos)’를 부정해야 한다. 이것이 니체(F.W. Nietzsche)의 결론이다. 자연이 ‘우주가 존재하는 방식’을 뜻하는 경우, ‘코스모스’는 아주 특별한 자연 개념이다. ‘코스모스’는 ‘질서잡힌 우주’ 혹은 ‘우주의 조화로운 측면’을 뜻하기 때문이다. ‘코스모스’가 실재한다고 해보자. 코스모스가 질서잡힌 우주 그 자체라면, 그리고 인간의 운명도 그러한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선택 상황을 불러일으킨 갈등과 고민은 인간의 착각..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3 잠든 영혼, 의식, 육체

사후 구원의 매개물로 영혼을 간주하는 것에 대한 개신교 세력의 비판 동기는 주로 정치적이다. 육체와 분리 가능한 영혼 개념은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아 왔다. 특히 감각 작용의 생리적 기능이 점차 밝혀지면서, 충동 및 지각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가톨릭 세력은 이러한 도전에 맞서 ‘철학에 대한 신앙의 우위성’을 강조했다. ‘실체적 영혼’은 합리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철학은 이에 대한 반박 성격을 갖는다. 데카르트는 실체적 영혼을 ‘생각하는 실체(thinking substance)’로 규정했다. 여기서 ‘생각한다’는 것은 ‘합리적 판단 능력’과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 능력’을 총칭하는 은유이다. 영혼의 기능은 지적 능력 및 의지에 국한되기 때..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2 영혼론

세 번째로 살펴볼 물음은 다음과 같다. • 전지전능한 신에게 사후 구원을 위한 매개물은 필요한가? 사후 구원의 매개물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영혼, 의식, 육체 중 무엇인가?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사후 구원에서 아무런 매개물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이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지 ‘사후 부활’이 아니다. 사후 부활은 사자의 무엇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R4) 사자 부활을 통한 구원은 매개물을 필요로 하며, 이 점은 신의 전지전능함이라는 속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기독교처럼 전지전능한 유일신을 전제하는 종교는 이슬람교이다. 하지만 이슬람교에는 원죄설이 없다.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120,000여 명의 예언자들 중 한 명일뿐이다. 무함마드(Mu..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1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독교의 유일신 개념은 유대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고대 유대교 교리에는 사후 구원 개념이 명확히 등장하지 않는다. 사후 구원을 암시하는 유대교 문구들도 사실은 구약의 다니엘서 대목 등을 빌려온 것이다. 유대교도들의 삶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현세를 중시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삶의 목적 중 하나는 유대 전통을 계승 지속시키는 것이다. 사후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은 고대 유대교도들의 삶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선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모든 종교에 공통된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또한 그러한 물음에 긍정하는 방식으로 모든 종교 교리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는 그러한 물음에 긍정하는 방식으로 형성된 여러 종교들 중 하나일 뿐이다. 사..

PN: 갈릴레이의 관성 - 추상화와 객관성

* 다음은 이상하의 일부를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수정한 것입니다. 다음 자료를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변형하여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갈릴레이의 관성 - 추상화와 객관성 - 르네상스 말기 이후 학자들의 글을 보면,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자들을 비판하는 어투가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자들이 자연을 탐구하기에는 지나치게 현학적이며 ‘추상적’으로 사고했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르네상스 말기 이후의 자연 철학자들은 추상적인 사고를 경멸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이 고대 자연 철학자들을 추상적 사고의 소유자라고 비판할 때, 이것은 자연에 조작을 가하는 실험을 경시하고 ‘궁극적 진리(ultimate truth)’를 가정한 사고방식, 즉 형상이나 ..

구원의 의미: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

구원의 의미 -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 - 기원전 2700년 바빌론의 통치자 길가메쉬(Gilgamesh)의 이야기는 사후 세계에 대한 고대인들의 관심을 보여 준다. 영생의 비밀을 찾던 그는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는 신탁을 받게 된다. 사후 세계란 없다는 것이다. 사후 세계가 없다면, 사후 구원의 가능성도 없다.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선과 악, 공평함과 부당함,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구분하고 전자를 추구하려는 노력도 죽음과 함께 덧없는 것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죽음은 삶을 허무한 것으로 만든다는 입장은 유대교를 이해할 때 필수적인 전도서 코헬렛(Qoheleth)에서 엿볼 수 있다. 코헬렛은 일반적으로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고대 유대인들의 종교서로 규정된다. Gra..

쿠자누스의 만유내재론(N. Cusa's Panentheism)

* 쿠자누스의 만유내재론(Panentheism) 신은 자연이다(deus siva natrura). 이 문구를 철학적 탐구 대상으로 삼은 근대 철학자를 들라면, 스피노자(B. Spinoza)를 빼먹을 수 없다. 자연 자체가 신이라면, 그리고 신이 창조주라면, 신은 창조 순간에 자연을 서식지로 삼은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현상은 유일한 궁극적 실체인 신의 물질적 속성과 정신적 속성의 두 양상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이렇게 자연과 신을 일치시는 사고방식을 기독교적으로 정당화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난제가 있다. 창조주로서 신의 속성으로 간주된 무한성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신의 모든 피조물이 무한성에 대비된 유한한 것이라면, 어떻게 신의 무한성이 유한한 것들 속에 반영될 수 있을까? 자연과 신..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6. Why The Third Man?

6. 제 3의 사람 논증 TMA에 대한 현재 대세인 구성 방식과 블라스토스의 구성 방식을 비교해 보는 것은 플라톤의 지적 발달 과정을 추적하는 데 두 가지 접근법이 가능함을 분명히 해준다. 첫 번째 접근법은 ‘플라톤도 여느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적 혼란 혹은 혼선에 빠질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의 저술들을 분석해 나가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블라스토스는 자신이 TMA에서 발견했다고 여기는 플라톤의 지적 혼선을 바탕으로 ‘플라톤의 지적 겸손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자가 후자에 대한 근거로는 너무나 불충분하다. 그럼에도 첫 번째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면, 플라톤의 저술을 대할 때 그에게서 정합적 형상론을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