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 1068

원래 로마 표기법에 없었던 철자는?

'G', 'J', 'U', 'W'이다. 현대 라틴어에서 'J'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도 4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이어스 율리우스 케사르(Gaius Julius Caesar)를 원래 로마 표기법으로 표현한다면? Gaivs Ivlivs Caesar! 로마 표기법에서 'V'의 발음은 '우' 혹은 '오'에 가깝다. 'I'의 발음은 '우' 혹은 '오' 앞에서 '유'에 가깝다.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 시대 문법학자들이 '유'로 발음되는 'I'에 대해 'J'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북유럽에는 'J'를 '유'로 발음하는 국가들이 많다.

할러와 윗의 논쟁: 기계론 대 생기론

알브레히트 폰 할러(Albrecht von Haller)는 근육 운동에서 신경계의 역할을 되살린 18세기 스위스 생리학자이다. 그는 기계론에 충실했다. 기계론에 충실했다는 것은 이성과 신앙의 분리 관점 아래 자연의 목적을 과학적 설명 영역에서 추방하고 접촉 인과설로 생리 현상을 설명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기관은 특정 기능에 적합한 구조를 보이기 때문에, 어떤 목적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구조 형성 역사를 탐구할 수 없었던 시절, 기능에 적합한 기관의 구조는 신의 섭리 영역으로 돌려버렸다. 또한 합리적 판단 능력을 경험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던 시절, 그 능력의 원천으로 이성을 가정하고 이성의 원천을 신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이해 방식 속에서 할러는 당시 남아 있던 생기(vital for..

어두운 피부색 유럽인들의 멸종

유럽인하면 우리는 그저 하얀 피부색을 떠올린다. 실제 하얀 피부는 없다. 유럽인들의 피부색을 생물학적으로 논할 때 세 가지가 거론된다. 밝은 피부(light-skinned)의 색, 창백한 피부(pale-skinned)의 색, 그리고 어두운 피부(dark-skinned)의 색이다. 어두운 피부색 유럽인들은 주로 유럽 대륙 남쪽에 거주하고 있었다. 약 8,500년 전 신석기 시대만 하더라도 어두운 피부색 유럽인들은 아주 많았다고 한다. 현대적 유전적 조사는 그들이 검은 피부에 파란색 혹은 초록색 눈을 가졌다고 한다. 과거 어두운 피부색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모습일 것으로 추정한다. 7천년 전, 유럽 북부의 밝은 피부색 사람들이 남쪽 지역으로 거주지를 확대했다. 어두운 피부색 유럽인들이 주로 사냥에 의존해 생..

로자 파크스보다 먼저 백인석에 앉은 알라스카 여성

로자 파크스,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으로 버스의 백인석에 앉아 유명해진 시민 운동가이다. 그런데 그녀보다 먼저 인종 차별에 항의하려고 백인석을 차지해 체포된 유색인 여성이 있었으니 Alberta Schenck Adams(1928-2009)이다. 알라스카 원주민 여성과 백인 남성의 관계로 태어난 그녀는 1944년 극장에서 백인에게만 허용된 자리에 앉았다는 죄목으로 경찰에 체포되어 구금당했다. 당시 17세였던 그녀는 인종 분리 정책에 항의할 목적으로 백인석을 차지했다고 한다. 알버타 사건 11년 후, 로자 파크스 사건이 발생했다. https://bit.ly/3gEHRmE

문가의 간호사 치하문

오늘 문가가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힘쓰는 간호사들을 치하했다고 한다. 문가의 치하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 ... 여기에 더하여, 진료 공백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비난과 폭언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합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중된 업무 부담, 감정노동까지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용기 잃지 말고 조금만 힘을 내어주십시오. 가수 아이유가 아이스 조끼를 기부하였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제나 환자 곁을 지키며 꿋꿋..

아감벤의 코로나바이러스 코메디

대의 민주주의의 이론적 근간 중 하나는 자유주의! 이 자유주의의 핵심을 명확하게 표현 해 주는 문장이 있다면, 그것은 '지식은 권력에 집중시키되, 책임은 분산시켜라!'일 것이다. 이 문장은 특히 토크빌과 존 슈튜어트 밀 등의 작업에 잘 반영되어 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권력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의 몫이며, 그 댓가도 개인이 책임질 문제다. 반면에 사회 유지의 효율적 운용에 필요한 지식의 활용은 권력의 몫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독재를 막고 직접민주의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여론의 분열, 파편화 등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론으로 회자된다. 그런데 현재 양상은 '지식은 권력에 집중시키되, 채임은 분산시켜라!'는 것의 제도화만으로는 정치적 권력의 기득권화, 여론의 파편화..

인구 1천 명당 의사수

과거 다음 블로그에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의사수는 여전히 낮아 감염병 유행, 만약의 전시 상태, 지방 의료 수혜 확대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내용을 올린 적이 있다. 현재 공공 의대 설립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cock25king/222075387480 인구 1천 명당 의사수 과거 다음 블로그에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의사수는 여전히 낮아 감염병 유행, 만약의 전시 상태, 지방 ... blog.naver.com

망조가 든 영국 대학: 글쓰기 교육의 문제점

나는 영국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일로 이공계를 제외한 영국 대학들의 현재 학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편이다. 1980년대 말에서 이어지고 있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영미권 대학들의 학제를 모방하고 있다. 글쓰기와 관련해 현행 영국 대학들의 인문학, 사회, 정치 및 교육학 학제를 모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 학제의 글쓰기 방식에 비추어 나는 영국 대학 학제를 망조가 든 것으로 판단한다. 이 판단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밝힌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1978666118 망조가 든 영국 대학: 글쓰기 교육의 문제점 망조가 든 영국 대학 - 인문학, 사회, 정치 및 교육학 학제의 글쓰기 교육 문제점 - 나는 영국에..

헬름홀츠의 곡선: 잃어버린 시간

정말 이 세상을 창조한 신과 같은 존재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신은 어느 종교에서 떠드는 것과 달리 그렇게 전지전능하지 않다고 가정하자. 그 종교에서도 신이 어느 정도 전지전능한지는 실제로는 논쟁거리였는데, 그 종교의 대다수 신도들은 이러한 사실에 무지하다. 그래서 그들은 신의 전지전능함을 논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를 이단시 한다. 신 존재 개념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그들의 신만을 기준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억제할 필요는 없다. 신이 우주를 자신의 서식지로 삼아 창조했을 때 그곳에 인간과 같은 존재가 생겨나리라고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가정된 신은 인간의 존재를 모른다. 다만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등의 정보들 일부를 직접 인지할 수 있다. 우리가 흡수하거나 만들어 내는 모든 정..

영화 ‘카사블랑카’와 R. 팩스턴의 비시 프랑스: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

* 요새 백선엽 장군의 대전 현충사 안장을 놓고 여러 말이 돈다. 어떤 말을 해도 근거만 갖추고 있다면, 논쟁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또 프랑스 과거사 청산 사례를 기준으로 이러쿵 저러쿵하는 유치한 짓거리에 일반 사람들이 넘어가지 말기 바란다. 이 글은 2020년 4월 12일 다음 블로그에 즉흥적으로 올렸던 것을 영화 '카사블랑크'와 연관시켜 대폭 수정한 것이다. 원 글에는 카사블랑카 얘기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새로운 글이라 할 수 있다. 몇 달 전 새벽 라는 우리나라 영화를 보다가 말았다. 연극적 기법을 영화에 도입하는 등 감독은 자기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를 의도하였으나. 스토리가 너무 조잡하다. 그 스토리는 특정 이념적 선동에 짜맞추어진 선동물에 불과했는데, 이런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