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12

마드무아젤, 디드로, 복수와 처벌적 정의 1-2. 응보론, 억제론, 재활론

이 글은 수정되어 개인 원고 의 부록들 중 하나로 사용될 것이다. 그 부록에서는 이 글의 영화에 관한 언급은 디데로의 기획 소설 의 서사구조로 대체될 것이다. 이 글은 부록을 만들기 위한 연습작에 해당한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당연히 영화 '마드무아젤'을 보면서 생겨났다. 또 다른 동기는 개인 원고 제 4부 '순환 고리들' 벤담편과 관련된다. 밀, 지드위크 등 철학자들을 통해 벤담을 접하게 되는 경우, 마치 벤담이 공리주의의 원리를 만들고 그 원리에 따라 여러 사회 문제를 분석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상은 착각이다. 벤담의 많은 저술들을 문제별로 나누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경우, 그의 공리주의 아이디어는 꽤나 복잡하고 험난한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또 다수의 행복과 관련하여 그..

히펠과 칸트의 관계를 왜곡시킨 주니어 김영사

히펠과 칸트의 관계를 왜곡시킨 주니어 김영사 오늘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다 나로서는 황당한 것을 발견했다. 사진으로 첨부된 대중서의 일부를 보니, 히펠(Theodor Gottlieb von Hippel 1741~1796)과 칸트(I. Kant)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히펠이 그의 소설 에서 칸트를 ‘궤변이나 늘어놓는 고지식한 노인’으로 묘사했고, 이를 안 칸트가 스스로 그런 인물임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미뤄오던 을 완성해 출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중서는 다음이다. 글 작성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58166621 히펠과 칸트의 관계를 왜곡시킨 주니어 김영사 * 2017년 1월 14일 다음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오늘..

와이프의 시간: 시간과 육체

소위 ‘비판 철학(critical philosophy)’이란 철학사에서 크게 두 가지 목적을 띠는 전통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경험을 비판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과학적 지식의 가능성과 경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목적의 전통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를 거쳐 여러 현상학자를 이러한 첫 번째 전통 속에 포섭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정의를 억압하는 현실 상태를 드러내려는 목적의 전통이다. 현재 비판적 철학 진영에 속한다는 다수의 철학자는 이러한 두 번째 전통의 목적을 지향한다. 현재 비판적 철학을 대표한다는 인물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상황 및 전통을 초월한 보편적 비판 기준을 제시한다. 현실 상태에 대한 비판은 결국 그러한 비판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 상태의 부정적..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개념: 철학적 물음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개념 우주가 창조되기 전 오로지 신만이 존재했다면, 왜 하필이면 전지전능한 신은 특정 순간에 우주를 창조했을까? 신만이 존재했을 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신은 우주를 창조한 것일까?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의 시간 개념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철학적으로 무의미함을 보이려는 동기에서 구성된 것이다. 즉, 시간은 신의 피조물인 인간 마음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론적 시간 개념(idealogical concept of time)의 주창자로 알려진 아우구스티누스는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는 더 이상 없는 것이고 미래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이라면, 시간의 세 가지 구분인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떻게 과거와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자유주의와 기독교 전통의 관계

7월에 출간 예정인 을 수정 중에 있는데, 내용이 완전히 바뀐 부분들이 많다. 그러한 부분들은 새롭게 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주의와 기독교 전통의 관계' 부분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보통 철학 입문서로 자유주의를 접근하게 되면, 자유주의의 형성 과정에 기독교 전통이 깊숙히 개입외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개인주의. 경제적 합리성 등의 개념만으로 자유주의를 파악하고 있다가, 로크 등의 정치 철학을 보게 되면 혼란이 발생한다. 17세기 서양 철학에서는 정치와 신학의 분리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와 기독교 전통의 관계를 무시하지 않고 자유주의를 접근할 필요성은 여러 연구서들을 접해 보면 당연한 것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자유주의를 그렇게 접근할 때, 자유주의의 여러 입장들을 깨..

철학자 귀신에 홀리지 않기 위한 독서법: 칸트 편

철학자 귀신에 홀리지 않기 위한 독서법 - 임마누엘 칸트 편 - 1. 이 땅의 철학이 현재 기능하는 방식을 보면 ‘종교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굳이 ‘종교적’이라는 것을 규정할 필요가 없다. 이 땅의 철학과 종교의 기능 방식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의 교리에는 그것에 고유한 세계 이해 및 사고방식이 함축되어 있다. 철학의 특정 분야나 인물의 주장에도 그러한 세계 이해 및 사고방식이 함축되어 있다. 이 땅의 종교 세력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세계 이해 방식을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세상사를 자신들의 ‘세계 이해 방식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들여다 볼 것을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이러한 세태는 이 땅의 철학자들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속한 대학에는 다양한..

<세속화> 후기: 두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축의 시대 3)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특정 지역을 벗어나 세계 전체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철학 체계를 건설해 보려는 야스퍼스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의 철학 체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iii) 축의 시대의 축성 가정에 근거해 지역 간 혹은 문명 간 상호 이해를 강조하는 것은 유치한 ‘도덕의 종교 기원론’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야스퍼스의 철학에 친숙한 사람은 (iii)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 어떤 종교 교리에도 종속되길 거부하는 ‘세속화된 인간’임을 그 스스로 자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초월성에 대한 종교적 신앙을 ‘철학적 신앙(phi..

<세속화> 후기: 독단적 지성사와 거리 두기 1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인간, 자연, 사회,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 이해 방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는 것을 지성사라고 할 때, 여기서 펼쳐진 세속화 담론은 새로운 세계 이해 방식을 제시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그것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무종교인의 관점에서 세속화 과정을 서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종교인이 종교적 교리들의 진위에 무관심하다고 할 때, 그는 그러한 교리들 속에 반영된 그 어떤 세계 이해 방식에도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가 지적으로 성숙한 무종교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에게 세계 이해 방식..

사이비 과학 속의 과학적 가설: 골상학

사이비 과학 속의 과학적 가설 - 골상학 - 이상하(철학 박사) 인간의 여러 능력은 ‘물질과 무관한 것으로 가정된 영혼이나 마음속의 어떤 작인(agent)과 같은 것’이 아니라 뇌 기능의 산물이며, 뇌는 어느 정도 서로 독립 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뇌 기능 분담설은 오늘날 가설이 아니라 사실로 여겨진다. 물론 마음이라는 현상이 뇌의 기능으로 환원 설명 가능한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뇌 기능 분담설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 도구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장치 fMRI’이다. 언어 능력, 지능, 특정 감정 등과 관련된 뇌의 기능적 영역을 추적할 때 사용되는 fMRI는 신문 기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한 도구가 없었던 시절, 뇌 기능 분담설을 주장한 인물은 누구였을까? 오스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