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 후기 9

<세속화> 후기: 중단과 이행

* 다음은 의 후기 마지막에 해당한다. 800여쪽 분량의 원고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세속화’로 불릴만한 성향들이 현실 속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과정들은 동질화될 수 없다. 그러한 성향들이 과거에는 아예 없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단지 과거에는 지금과는 다른 여건으로 인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 땅은 서양에 비해 ‘세속화’로 불릴만한 성향들의 지속성 없이도 세속화된 곳이다. 그러한 성향들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서양에 비해 최근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 땅이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과 같은 것을 거치지 않고서도 세속화되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 하지만 이로부터 ‘저기’가 ‘여기’보다 더욱 세속화되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과정의..

<세속화> 후기: 세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막스 베버)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를 가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인물들 중 베버 형제가 있다. 특히 축의 시대에 형성된 종교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기는 야스퍼스의 관점은 막스 베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베버는 야스퍼스와 달리 기독교의 모든 종파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톨릭은 주수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종교였다. 베버는 가톨릭 미사의 설교 시간이 개신교의 설교 시간보다 짧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신교의 설교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관련된 도덕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반면, 가톨릭 미사의 제의에는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초자연적 힘에 호소하는 주술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한 주술성과 가톨릭 성체의 의미, 곧 ‘초자연적인 것에 자신을 내맡겨..

<세속화> 후기: 두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축의 시대 3)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특정 지역을 벗어나 세계 전체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철학 체계를 건설해 보려는 야스퍼스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의 철학 체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iii) 축의 시대의 축성 가정에 근거해 지역 간 혹은 문명 간 상호 이해를 강조하는 것은 유치한 ‘도덕의 종교 기원론’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야스퍼스의 철학에 친숙한 사람은 (iii)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 어떤 종교 교리에도 종속되길 거부하는 ‘세속화된 인간’임을 그 스스로 자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초월성에 대한 종교적 신앙을 ‘철학적 신앙(phi..

<세속화> 후기: 두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축의 시대 2)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유럽 중심 사관에서 탈피해 보려는 야스퍼스의 의도와 자신의 철학 체계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 주는 두 번째 이유로 다음을 언급했었다 (ii)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이 나타나는 과정에 대한 야스퍼스의 서술 방식은 너무나 단선적이어서 현실 문제 진단에 무기력하다. 야스퍼스는 16세기 말에서 제 2차 세계 대전이 발생한 시기까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여느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에 근거해 자연과 도덕의 보편적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근대의 계획’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그러한 근대의 계획이 기술 문명으로 발전하게 된 과정을 ‘현실 초월성에 근거한 진정한 개인’의 의미..

<세속화>후기: 두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축의 시대 1)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축의 시대’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인물은 야스퍼스(K. Jaspers)이다. ‘축의 시대’란 서기전 500년 이후 여러 문명권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현실 초월성’을 발견한 시대를 일컫는다. 그러한 ‘현실 초월성’은 종교적 측면에서는 ‘사회적 전통 및 자연의 매개로 신적인 것과 접촉하는 세계 이해 방식에서의 탈피’를 의미한다. 이때 인간은 신적인 것과 직접적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되며 구원의 대상이 된다. ‘현실 초월성’은 철학적 측면에서는 상황과 무관한 ‘초월적 혹은 보편적 진리’를 뜻한다. 종교적, 철학적 측면에서의 ‘현실 초월성’은 ‘진정한 개인 개념’을 함축한..

<세속화> 후기: 두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E. von 라조)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두 번째 서술 방식의 독단적 지성사는 지나칠 정도로 세계 이해 방식들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두 번째 서술 방식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좁은 의미의 두 번째 서술 방식의 독단적 지성사는 다음과 같다. • 두 세계 이해 방식 W1, W2를 골라내어 주제 및 사고방식의 측면에서 둘 사이의 유사성을 과장한 맥락 속에 고정시켜 버린다. 그렇게 고정된 W1, W2가 선후 관계를 맺는 경우, W2는 W1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된다. 위 두 번째 서술 방식의 독단적 지성사는 첫 번째 방식에 대비되는 까닭에, 첫 번째 방식에 대한 일반적 비..

<세속화> 후기: 첫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독단적 지성사란 세계 이해 방식들의 복잡하고 역동적 거래 관계의 흐름을 숨겨 버리는 ‘역사 서술 방식’을 일컫는다. 그러한 첫 번째 역사 서술 방식으로 다음을 들 수 있다. • 두 세계 이해 방식 W1, W2를 골라내어 둘 사이의 관계를 대립적 관계 맥락 속에 내용적으로 고정시켜 버린다. 이때 W1, W2가 ‘세계 이해 방식들의 세계’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은 누락된다. 이와 함께 그러한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인공 환경의 물질적 조건의 변동, 전쟁 및 자연 재해, 그리고 사회 구조의 변동 맥락 등도 누락되기 쉽다. 지나치게 대립적 관계 맥락 속에 내용적으로 고정된 W..

<세속화> 후기: 독단적 지성사와 거리 두기 3

특정 종교가 사회의 지배적 통합 원리로 기능했던 시절, 해당 종교의 교리는 일종의 ‘인간 사육 체계’로 간주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지식은 ‘종교적 교리와 자연 혹은 사회’의 관계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때 그러한 종교적 교리에 부합하는 삶의 방식만이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식의 차원에서 ‘세속화된 시각’이란 그러한 종교적 교리가 더 이상 지식에 대한 절대적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세속화된 시각이 사회적 저항 없이 통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종교성의 사장’이 아니다. 단지 종교가 사회의 지배적 통합 원리로 기능할 수 없게 된 ‘세속화된 사회 상태의 유지’인 것이다. 특정 지역이 세속화된 사회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획일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점은 유럽 역사에 국한해 기..

<세속화> 후기: 독단적 지성사와 거리 두기 2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X는 현재 대세인 세계 이해 방식 W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X는 인간, 자연, 사회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W의 핵심 전제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시켜야 한다. X가 역사를 존중하는 인물이라면, 특정 세계 이해 방식이 아니라 ‘세계 이해들의 세계’가 변화해온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그는 W와 대립 관계를 맺는 W′들에 주목하게 된다. X가 W′들에 근거해 W″를 만들었을 때, W″는 기존 ‘세계 이해 방식들의 세계’의 일부를 재구성해 변형한 것이라는 점에서 ‘생성된 것’이다. 더욱이 모든 세계 이해 방식들은 일상 경험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