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 405

세계 이해 방식들의 세계에 대한 구상 1. 물음들

* 과 연관된 글 인간, 자연, 사회,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 이해 방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는 것을 지성사라고 할 때, 세속화 담론은 새로운 세계 이해 방식을 제시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그것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무종교인의 관점에서 세속화 과정을 서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종교인이 종교적 교리들의 진위에 무관심하다고 할 때, 그는 그러한 교리들 속에 반영된 그 어떤 세계 이해 방식에도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가 지적으로 성숙한 무종교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에게 세계 이해 방식들이란 진위 여부의 단순한 판단 대상이 아니다. 그것들 중 상당수는 특정 시대 지역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3 잠든 영혼, 의식, 육체

사후 구원의 매개물로 영혼을 간주하는 것에 대한 개신교 세력의 비판 동기는 주로 정치적이다. 육체와 분리 가능한 영혼 개념은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아 왔다. 특히 감각 작용의 생리적 기능이 점차 밝혀지면서, 충동 및 지각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가톨릭 세력은 이러한 도전에 맞서 ‘철학에 대한 신앙의 우위성’을 강조했다. ‘실체적 영혼’은 합리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철학은 이에 대한 반박 성격을 갖는다. 데카르트는 실체적 영혼을 ‘생각하는 실체(thinking substance)’로 규정했다. 여기서 ‘생각한다’는 것은 ‘합리적 판단 능력’과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 능력’을 총칭하는 은유이다. 영혼의 기능은 지적 능력 및 의지에 국한되기 때..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2 영혼론

세 번째로 살펴볼 물음은 다음과 같다. • 전지전능한 신에게 사후 구원을 위한 매개물은 필요한가? 사후 구원의 매개물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영혼, 의식, 육체 중 무엇인가?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사후 구원에서 아무런 매개물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이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지 ‘사후 부활’이 아니다. 사후 부활은 사자의 무엇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R4) 사자 부활을 통한 구원은 매개물을 필요로 하며, 이 점은 신의 전지전능함이라는 속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기독교처럼 전지전능한 유일신을 전제하는 종교는 이슬람교이다. 하지만 이슬람교에는 원죄설이 없다.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120,000여 명의 예언자들 중 한 명일뿐이다. 무함마드(Mu..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1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독교의 유일신 개념은 유대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고대 유대교 교리에는 사후 구원 개념이 명확히 등장하지 않는다. 사후 구원을 암시하는 유대교 문구들도 사실은 구약의 다니엘서 대목 등을 빌려온 것이다. 유대교도들의 삶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현세를 중시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삶의 목적 중 하나는 유대 전통을 계승 지속시키는 것이다. 사후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은 고대 유대교도들의 삶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선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모든 종교에 공통된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또한 그러한 물음에 긍정하는 방식으로 모든 종교 교리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는 그러한 물음에 긍정하는 방식으로 형성된 여러 종교들 중 하나일 뿐이다. 사..

<세속화> 후기: 세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막스 베버)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를 가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인물들 중 베버 형제가 있다. 특히 축의 시대에 형성된 종교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기는 야스퍼스의 관점은 막스 베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베버는 야스퍼스와 달리 기독교의 모든 종파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톨릭은 주수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종교였다. 베버는 가톨릭 미사의 설교 시간이 개신교의 설교 시간보다 짧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신교의 설교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관련된 도덕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반면, 가톨릭 미사의 제의에는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초자연적 힘에 호소하는 주술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한 주술성과 가톨릭 성체의 의미, 곧 ‘초자연적인 것에 자신을 내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