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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4) 선과 악 궁극적 의미에서의 실체를 가정하는 경우, 실체가 반드시 하나 혹은 한 종류일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사원소설(四元素設)을 생각해 보자. 사원소 없이는 그 어떤 대상도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가정된다는 점에서, 사원소는 그 무엇보다 논리적으로 선행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과 관계는 사원소라는 실체에 의해 설명된다. 또한 사원소는 일반적으로 변화 속에 불변하는 것으로 가정된다는 점에서, 사원소는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상반된 성질을 갖는 사원소들 중 무엇이 논리적으로 선행하는지 혹은 존재론적으로 우선하는지를 따질 수 없기 때문에, 사원소설은 궁극적 의미에서의 실체를 하나 혹은 한 종류로 보지 않는 세계 이해의 방식으로 분류된다. 반..

여기: 궁극적 의미에서의 실체

(3) 궁극적 의미에서의 실체 ‘실체’는 일상생활에서 ‘헛것’이 아닌 ‘실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철학에서 ‘실체’는 ‘근본적인 존재’ 혹은 ‘궁극적인 존재’를 뜻한다. ‘실체’의 의미는 애매모호하다. ‘근본적인 존재’에 대한 해석 방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에서 실체의 문제는 존재에 대한 경험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해석 방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과라는 대상을 경험할 때 사과의 형태, 색, 맛 등은 서로 분리되어 경험되지 않는다. 또한 한 장면을 본 것과 다른 장면을 본 것 사이에는 추론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한 관계는 본 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 성립하기 때문이다. 지각 경험을 단순한 인과적 관계로, 혹은 감각 기관을 통한 수동적 과정으로만 설명하려는 근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