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역사의 단편들 81

일본 제국주의 1861-1945, 사례 연구들

역사 서술에서 사실들은 항상 특정 관점의 해석 대상들이 된다. 이 때문에, 역사 서술 구성 및 읽기에서 비판적 시각이 요구된다. 그러한 비판적 시각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 상호 보완 관계를 맺는 자료들의 충분성 검토 • 사실들의 맥락 의존성에 대한 감수성 • 다양한 관점 및 이데올로기들의 작동 방식을 권력 관계 속에서 고려하기 위 조건들을 여기서 규정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그저 일본 제국주의를 다룬 사례 연구들 몇 편을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소개할 것이다. 그 소개 방식에는 나의 개인적 입장이 빠져 있다. 그럼에도 그 소개 방식을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할 때, 서양 지배력에서 아시아를 해방시키겠다는 일본 정부 관련자들과 지식인들의 주장에는 일본 제국주의 고유의 ‘황색 인종주의(yel..

파이데이아와 후기 로마 제국의 교육 문화1. 서술 구조

* 고대 인본주의, 르네상스 종교적 인본주의, 19세기 인본주의 모두 ‘후마니타스(humanitas)’에 그 개념적 뿌리를 두고 있다. ‘후마니타스’라는 단어는 국내 모 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 ‘후마니타스 출판사’ 등에서 보듯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후마니타스는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paideia)’에서 파생된 것이다. 파이데이아 혹은 후마니타스에 근거한 인본주의는 과학 기술 문화와 그렇지 않은 문화를 이분해버린다. 더욱이 그것에는 민중을 ‘사육 대상’으로 간주하는 지배자의 관점이 도사리고 있다. 파이데이아 혹은 후마니타스에 근거한 인본주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인 것’이다. 현대 문명을 위기로 규정하고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인본주의를 내세우는 무책임한 학자들에 세뇌당한 사람들이..

리홍장의 1889년 다윈 에세이 논제

* 다음은 서양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동북아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과학화’의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해 선별한 사례들 중 하나를 분석한 함축적이고 짧은 글임을 밝혀 둔다. 리홍장의 1889년 다윈 에세이 논제 마테오리치가 소개한 서양 천문지리는 그 정확한 계산법으로 일부 중국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의 중국 선교사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테오리치의 중국 선교사가 실패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마테오리치가 중국에 소개한 예수회 천문지리는 당시 유럽의 발전상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의 천문지리는 여전히 중세의 것에 머물러 있었다. 더욱이 당시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유럽을 압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럽 과학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마테오리치는 과학을 선..

J. 니덤의 딜레마

J. 니덤의 딜레마 1. 니덤(J. Needham)은 제 3권 448쪽에서 ‘17세기 과학 형성기’를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의 ‘근대적인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17세기 과학은 ‘유럽적 과학’ 혹은 ‘서구적 과학’을 뜻하지 않는다. 17세기의 과학 혁명기가 ‘보편적인 세계 과학’, 즉 ‘고대와 중세 과학에 대비된 근대 과학’을 태동시켰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고대와 중세 과학에는 ‘민족적 인상(image)’들이 배어 있다. 고대인과 중세인들의 이론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화적 뿌리를 갖고 있었다. 그들의 이론에서 ‘표상의 보편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발견 그 자체에 고유한 방법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과학의 이론들은 수학적 방법에 근거한 보편성을 가정하게 되었다. 과학의 이론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수정판)

사물들에 대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특징들은 상상 속 대상의 성질들과 달리 완전히 주관적이지 않다. 주어진 상황에서 동일한 시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시간과 거리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유사하다. 그러한 말하기 방식은 속도, 거리, 비율 등의 측정량으로 표현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조건 아래 유사한 측정량을 반복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 실례로 비가 오지 않는 날 오전에서 정오까지의 온도 변화를 측정하는 경우, 온도가 항상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과학적 가설은 ‘온도 증가 현상에 함축된 사실’을 규명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고전적인 물리학에서 그러한 가설은 ‘자연법칙(natural law)’이거나, ‘자연법칙들에 근거해 이끌어 낼 ..

시계와 시계공의 은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우주가 천상계와 지상계로 이분되어 있다는 관점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사건으로 거론된다.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으로 묘사되는 이 사건은 과거 전통이 붕괴되고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코페르니쿠스 천문학과 어울릴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이 신학과 양립 가능하기 힘들다는 의심은 14세기에 본격화된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수정하거나, 신학과 양립 가능한 새로운 자연 철학을 찾는 시도에서 여러 신 개념이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입장들은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이 기계론적 세계 이해 방식으로 이어지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한 입장 중 하나로 ‘임페투스 역학’을 들 수 있다. (임페투스 역학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http://blog.dau..